2024년 4월 23일(화)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중요해지면서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더불어 지적되는 게 ‘ESG 워싱’(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는 ESG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조직적인 대응, 성과 관리 등이 미흡함에도 외부에는 ESG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하는 기업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기업은 언론이나 SNS 등 홍보채널을 통해 ESG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노력을 알리려 할까? 기업 내부적으로 조용하게 ESG 경영을 잘하면 되지 않을까?

‘기업이 왜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이 있었다. 이 질문은 비단 경영진이 사내 사회공헌부서 담당자에게 던지는 질문일 뿐만 아니라, 주주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도 기업에 묻는 단골 질문 중 하나였다. 주로 모범답변으로 사용되던 것이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 ‘기업에 대한 긍정적 평판 형성’,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이었다. 그리고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회적으로 좋은 명망을 얻고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사회구성원의 지지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 동력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문장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면 기업이 ESG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ESG 경영 후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 번째 질문인 ESG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미 너무 많은 기사와 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음 질문인 ESG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업의 ESG 성과는 여러 공시기관과 평가기관에서 만든 환경·사회·지배구조 각 영역의 항목과 지표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시 및 평가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표준화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양한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단일 표준을 정하기는 쉽지 않고, 성과에 대해 화폐화 등 정량적으로 환산하여 제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ESG 성과와 관련해 기업의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과 노동이나 환경, 근로자 안전 관련 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 지배구조의 건전성 등 E, S, G 항목별로 자세한 질문과 답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조지 세라페임(George Serafeim) 교수는 ‘기업에 대한 대중의 여론과 평판’이 ‘기업의 ESG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해 기존과는 다른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조지 세라페임 교수는 기업 관련 뉴스, 비정부기구(NGO), 씽크탱크, 업계 전문가와의 인터뷰 및 미디어에 노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대중들의 해당 기업에 대한 여론과 평판을 조사하고, 이러한 대중의 여론이 다음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첫째, 투자자가 투자처를 결정할 때 대중의 여론이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기업의 ESG 경영수준도 대중의 여론에 따라 달라지는가, 셋째, 투자자가 ESG 측면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가 등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 세계 8000여개의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몇 가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투자자가 투자처를 찾고 결정할 때 대중의 여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ESG 성과가 훌륭하지만, 가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ESG를 잘 못하는 기업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실제로는 ESG 성과가 낮지만 적극적인 ESG 홍보 및 캠페인 활동을 하여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알려지면 ESG를 잘하는 기업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대중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기업이 있으면,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ESG 성과를 판단할 때에 실제와는 다른 결정을 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ESG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 기업은 장기적으로 ESG 평가에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짐을 확인하였다. 과거에는 대리인 이론에 따라 기업의 미래를 위한 환경시설투자, 인재투자 등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은 낭비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는 피투자기업의 ESG 등 미래의 평판, 법적 비용과 운영 비용을 고려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하므로, 투자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의 선호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ESG 경영수준을 높이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자가 많이 참고하는 ESG 평가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기업을 등급으로 나누는 이유로 “투자자가 ESG 위험과 기회를 이해하고 이러한 요소를 포트폴리오 구성 및 관리 프로세스에 통합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ESG 요소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통합하려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때 기업의 ESG에 대한 실제 성과와 대중의 여론을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중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대중에서 신뢰를 주는 조직이 되어야 ESG 경영에 대한 성과도 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이 ESG 워싱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평판을 좋게 하기 위해 말로만 ESG 경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중은 ESG를 잘하는 기업과 워싱을 하는 기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찐’ ESG 기업을 찾고 지지하여 기업의 실제 ESG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오늘의 논문
–George Serafeim (2020), “Public Sentiment and the Pric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Financial Analysts Journal. 2020. Vol. 76 Issue 2, pp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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