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소셜벤처 인수합병 이어진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특화된 소셜벤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소셜벤처들의 인수·합병(M&A)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관련 기업 ‘인사이트랩’은 소셜벤처 ‘닛픽’이 제공하던 ‘불편함’ 서비스를 인수했다. 인사이트랩은 지난달 8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불편함’은 사용자가 특정 서비스나 장소에 대해 불편했던 점을 작성했을 때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서비스 초기에는 불편 경험 후기 1건당 10원, 100원 등 현금을 지급하다가 이후에는 ‘박스’란 이름의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지급했다. ‘불편함’ 서비스는 사용자 참여가 활발하고 기업 활동에 유의미한 데이터가 많이 모인다는 이유로 블록체인 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의 주목을 받아왔고 인사이트랩 역시 이 점 때문에 인수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부동산중개 플랫폼 기업 ‘직방’이 소셜하우징 사회적기업인 ‘셰어하우스 우주’를 인수한 사례는 영리 기업이 소셜벤처를 인수한 신호탄 같은 사건이었다. 우주는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으로, 당시 전국 77개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컸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인수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비슷한 사례가 줄을 이었다. 6월에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이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에 팔렸고, ‘야놀자’는 여가 플랫폼 ‘프립’을 운영하는 ‘프렌트립’의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12월엔 요양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셜벤처 ‘실버문’이 의료관광 전문 기업 ‘메디라운드’에 합병됐다. 영리기업이 소셜벤처에 손을 뻗는 이유는 해당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끼리 합병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사회를 이롭게 하는 기술 확산을 목표로 활동하던 ‘UFO팩토리’와 디자인 분야 소셜벤처 ‘슬로워크’가 합병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 소셜벤처 ‘알브이핀’은 또 다른 소셜벤처 ‘크래프트링크’를 인수합병했다. 두 회사는 수공예품 제작을 통해 어르신(알브이핀)과 개발도상국 취약 계층(크래프트링크)을 돕는 활동을 각각 해왔다. 이어 2월에는 취약 계층 교육 지원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점프’가 취약 계층 체육교육 지원 소셜벤처인 ‘휴브’를 합병했다. 휴브는 점프 내에서 ‘휴브사업팀’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드물지만 소셜벤처가 영리기업을 합병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9년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가 물류 설루션 개발 기업인 ‘메져에이드’와 앱 개발 기업인 ‘김지민앤컴퍼니’를 합병했다. 당시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는 “물류 산업을 첨단화해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두고 “소셜벤처 생태계가 일정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특정 산업계가 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 중 하나가 활발한 합병”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소셜벤처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도 “사회적가치 확보가 기업 지속 가능성 확보의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사회적가치와 재무적 성과를 함께 이뤄낸 유망 소셜벤처 팀의 몸값이 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합병이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영리기업에 인수되는 경우 소셜벤처가 진행해오던 사회적가치가 약화되거나 소셜벤처 생태계에서 쌓아온 그간의 역량이 수익 창출에만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상엽 대표는 “영리기업에 인수된다고 무조건 사회적가치가 약화될 거라 볼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도 있다”면서도 “재무적 가치의 극대화뿐 아니라 사회적가치를 살리는 방식의 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생태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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