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미래세대 리더 연결하고 지원하는 ‘플랫폼’ 만든다”

[인터뷰] 권오규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

“지난 2년간 재단 이사장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우리가 하는 공익사업을 통해 인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였습니다. 악기를 처음 만져본 초등학생이 몇 년 뒤 오케스트라 무대에 오르고, 경연에 참여한 청년들이 매년 더 수준 높은 사회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걸 보며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지난 26일 만난 권오규(69)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은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며 웃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지난 2007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사재 85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개인 재단이다. 2018년 12월 취임한 권오규 이사장은 지난해 말 연임하며 3년 더 재단을 이끌게 됐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래세대 리더’의 성장을 지원하겠다.” 지난 26일 만난 권오규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이 재단의 새로운 비전을 선언했다. 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재단의 새로운 방향성을 설명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세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며 “기존에도 장학 사업 등을 통해 인재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재들이 지식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 방식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회문제 해결의 장(場)을 마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세상을 바꿔나가는 ‘인재’들을 우리가 만든 플랫폼 위에서 만나게 하는 거죠. ‘공간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년 혁신가들이 모여서 일도 하고 아이디어도 나누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 생각이에요. 재단 직원들과 함께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중입니다(웃음).”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설립 이후 ‘미래인재 육성’ ‘문화예술 진흥’ ‘소외계층 지원’ 등 크게 세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해왔다. 목적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매년 200억~220억원 규모로, 이 중 미래인재 육성 사업비가 40%에 이른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시작한 ‘현대차 정몽구 글로벌 장학’ 사업이다. 권 이사장은 “아세안 8개국 대학원생들을 한국으로 불러 공부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그간 국내 중심으로 진행하던 장학 사업을 처음 글로벌로 확대했고, 설립자의 이름을 딴 재단의 첫 사업이기도 해서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재단은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정비했다. 권 이사장은 “사회문제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재단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면서 “전통적인 공익재단의 사업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14년이 재단의 기틀을 확립하고 내실을 다지는 ‘1기’였다면, 올해부터는 재단의 방향성을 더욱 뚜렷이 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2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기의 핵심이 바로 ‘인재’ ‘지식’ ‘플랫폼’이에요. 이를 위해 기존에 하던 사업들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플랫폼 위에 얹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장학 사업과 인재 육성 사업을 통합해서 ‘현대차 정몽구 스칼라십’으로 브랜딩하는 작업도 시작했어요.”

고용노동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2012년부터 개최하는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 오디션’도 재단의 대표 사업이다. 지금까지 이 사업을 통해 총 232개의 펠로 기업이 발굴됐다.

“오디션 현장에 가 보면 우리나라에 정말 훌륭한 청년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젖소 모양의 태양광 충전 시스템인 ‘솔라카우’로 아프리카 아동 노동과 교육 문제를 해결한 ‘요크’, 커피 찌꺼기로 야외용 고체연료를 만드는 ‘포이엔’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년까지는 펠로 기업 발굴에 집중했는데 올해부터는 기존 펠로 기업을 중심으로 ‘스케일업’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려고 해요. 한국의 사회적기업이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낼 수 있게 도와야죠.”

권 이사장은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과거 공직에 있을 때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2004년 7월~2006년 4월),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2006년 5월~2006년 7월), 제9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2006년 7월~2008년 2월) 등을 지내며 인재 육성 관련 정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인재를 발굴하는 것에서 끝내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충분한 양분을 줘야 합니다. 미래세대 리더들에게 지식과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주는 것. 그게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하려는 일입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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