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잠재력 높은 印尼 청년에 ‘한국의 소셜벤처 전략’ 전파

[인터뷰] 이병훈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상무

‘H-온드림’은 잠재력 있는 국내 소셜 벤처를 발굴해 육성하고 지원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이후 두손컴퍼니, 마리몬드, 포이엔 등 사회적기업 238개가 거쳐 간 사회적경제 분야의 등용문(登龍門)이다. 9년간 이어져 온 H-온드림이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해외로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소셜 벤처와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고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시작한 ‘현대스타트업챌린지(HSC)’ 사업이다.

인도네시아 소셜 벤처 육성 사업 ‘현대스타트업챌린지(HSC)’를 총괄한 이병훈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상무. 그는 “HSC의 원류인 ‘H-온드림’의 노하우를 인도네시아 청년 창업가들과 나누고 현지 사회문제 해결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HSC 사업의 총괄 책임을 맡은 이병훈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상무는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지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H-온드림 모델을 이식할 나라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건 현대차의 신흥 시장 중점 국가이면서 다른 나라보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갖추고 있어 소셜벤처 육성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진행된 HSC 데모데이와 시상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병훈 상무를 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총 10팀을 선발하는 사업에 300팀이 넘게 지원할 정도로 시작부터 화제가 됐고,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데모데이와 시상식에는 총 5500명이 접속하며 국내외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젊습니다. 인구가 2억명 넘는 나라지만 평균 연령은 29.7세에 불과해요. 그만큼 잠재력도 높고 성장 가능성도 큰 나라죠. 핵심은 청년들입니다. 미래 인재 육성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주요 정책이기도 해요. 우리가 가진 소셜벤처 육성 경험으로 현지 청년들을 ‘키워보자’는 구상이었습니다. 데모데이 무대에 오른 인도네시아 청년 창업가들의 발표를 들으며 그들의 아이디어와 역동성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HSC 사업은 올해 1월 시작됐다. 선발된 소셜벤처 10곳에는 약 1000만원씩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후 6개월의 육성 기간을 거친 뒤 좋은 평가를 받은 상위 4개 기업에 사업비 최대 5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병훈 상무는 “우수 기업으로 꼽힌 4곳은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손꼽히는 식량·환경 분야를 해결하기 위한 설루션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루마 모카프’는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재배되는 카사바(cassava)라는 작물로 밀가루 대체 식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픽타피시’는 사물인터넷 기술로 양식장의 새우와 생선의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성을 높인다. 천연 염색 패션 기업인 ‘인디고 비루바루’는 섬유 공장 폐수로 오염된 강 주변의 지역 농가와 함께 친환경 염색을 활용한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향료를 재배해 농가 소득을 올리는 ‘아그라다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규 사회공헌 사업을 해외에서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에도 HSC는 큰 도전이었다. “모든 사무를 한국에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파트너를 구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우선 우수한 역량을 가진 현지 액셀러레이터를 찾아야 했는데 그 작업이 만만찮았어요. 지역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업 취지에 공감하면서 실력도 갖춘 기관과 협력해야 하니까요. 특히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시장은 약 98%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 세(勢)’가 강해요. 그렇다 보니 현대차그룹에 대한 인지도가 무척 낮았습니다. 협력 기관을 발굴하고 신뢰 관계를 쌓고 계약까지 이뤄내기까지 반년이 걸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손잡은 현지 파트너는 ‘인스텔라’ ‘인도네시아창조경제네트워크(ICCN)’ 등 2곳이다. 소셜벤처 전문 육성 기업인 인스텔라가 실질적인 사업 운영을 맡았고, ICCN의 경우 약 1700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 지역사무소 200여 개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중소 도시 스타트업들의 참여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올해 1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겹쳐 현지 파트너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사회공헌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사회공헌의 진정성은 ‘꾸준함’에서 비롯된다는 거죠. 특히 해외 사회공헌 사업의 경우 변수가 많고 소셜 임팩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중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HSC가 진정성과 전문성을 인정받도록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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