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약속과 현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올해 한국사회에서 공공, 기업, 시민사회를 통틀어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일 것이다. 지난 2018 3월 정부는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며사회적 가치 중심의 정부’,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를 세 가지 전략으로 선정했다. 이후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 확산을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간기업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경제적 성과와 함께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환경적·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는 대표이사의 말을 실었고, SK그룹은 더블바텀라인(DBL)을 제시하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진정한 가치창출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컬렉티브 임팩트라는 용어가 눈길을 끈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2011년 카니아와 크레이머(Kania & Kramer)가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에 언급하면서 유명해진 용어다. 물론, 이전에도 사회문제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공동 대응(Coordinated Community Response)’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이 있었다. ‘공동 대응은 어느 한 조직이나 기관이 혼자서 복잡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단순히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통의 의제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서컬렉티브 임팩트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컬렉티브 임팩트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다음의 다섯 가지 필수 요건이 있다. ▲공통된의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호 보완 활동 ▲중추적 지원 조직 ▲공유 측정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컬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세 가지가 간과되고 있다. ▲영향력 있는 챔피언 ▲적절한 재정 자원 ▲변화에 대한 절박감이다. ‘영향력 있는 챔피언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주체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적절한 재정 자원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 제때 적절하게 공급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변화에 대한 절박감은 문제 해결을 위한 간절함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린다 사그레스타노(Lynda M. Sagrestano)와 조이 클레이(Joy Clay)는 다음의 사례를 통해 이 세 가지 선행 요건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2010년 미국 보건복지부(DHHS) 청소년 보건국은임신 및 양육을 하는 청소년과 여성 지원에 대한 제안서를 발표했다. 이때 임신·육아 청소년을 위한 공동 돌봄 시스템을 개발하는 TPPS(임신·육아 성공 프로젝트)라는 보조금 사업을 제안했는데, 취지는 좋았지만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한 탓에 여러 한계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게 바로 세 가지 선행조건이었다. TPPS 프로그램이 제안되자 사업에 참여할 만한 역량과 능력이 있는 영향력 있는 챔피언이 나타났고, 지역사회에서 자금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정한 재정 자원이 충당되었으며, 청소년의 높은 임신율 및 육아 문제에 대한 홍보를 통해 지역사회 내에 변화에 대한 절박감을 유발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컬렉티브 임팩트가 실현되려면 영향력 있는 주체와 재정, 그리고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있더라도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는 없었다. 기관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을 후원받는 과정에서 기관의 소신과 신념이 약화되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있었고, 후원을 받은 곳과 그렇지 못한 단체 간 성장의 격차가 생겼으며, 몇 년간 자발적으로 협력했던 회원 사이에 분열이 생기기도 했다. 사회에 좋은 일을 하자고 한 것인데,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컬렉티브 임팩트의 다섯 가지 주요 요소인 공통 의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호 강화 활동, 중추 지원 조직, 공유 측정 시스템 등을 갖춤에 있어 여전히 참여 기관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관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컬렉티브 임팩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협동, 협조, 공동의 노력만으로는 기대하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기존 조직의 관점에서 컬렉티브 임팩트를 바라보고 적용할 게 아니라, 필요하면 새로운 지역 내 조직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 요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한국에서는 컬렉티브 임팩트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을까?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공공, 민간, 학계, 시민단체 등 스스로의 사고와 행동의 변화없이 단순히 협력만 하는 것으로는 기대하는 효과를 절대 얻을 수 없다. 우리는 변하지 않고, 다른 주체만 변하길 원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각각의 주체가 영향력 있는 챔피언이 되어야 하고, 적절한 재정 자원을 투입해야 하며, 변화에 대한 간절함을 가져야 한다.

이 타이밍에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말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싶은가? 정말 컬렉티브 임팩트를 만들고 싶은가? 전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하니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간절함을 갖고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고 있는지, 솔직하게 자문해봐야 할 때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한양대·이화여대·명지대 겸임교수)

 

오늘의 논문

-SAGRESTANO, LYNDA M., FINERMAN, RUTHBETH (2018), COLLECTIVE IMPACT MODEL IMPLEMENTATION: PROMISE AND REALITY, Journal of Health & Human Services Administration. Summer2018, Vol. 41 Issue 1, p8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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