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더나미 책꽂이]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서로 다른 기념일’ 외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
‘지방이 소멸한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시대, 서울 아닌 곳에서의 삶을 일궈가는 9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운영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울 이외의 변두리라는 ‘지방’이라는 말을 거부하고 지역의 특색이 살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로컬’이라는 단어를 쓴다. 책에는 광주, 속초, 남원, 목포 등 각지에서 서점, 게스트하우스, 브루어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로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고군분투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그렇다고 로컬에서의 삶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현실과 그 안에서 사업을 일구는 과정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담았다. “망망대해에서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떨쳐내는” 노력이 드러나는 개별 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왜 이들이 ‘지방에 사는 사업가’가 아니라 ‘로컬 혁신가’로 불리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윤찬영, 전충훈 외 7명 지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기획, 스토어하우스 펴냄, 2만2000원

서로 다른 기념일 
농인 부부의 일상을 아름답게 풀어낸 에세이. 농인은 청각장애를 치료 대상으로 보지 않고, 스스로 ‘보는 문화권의 구성원’이라 칭한다. 비장애인을 ‘청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때문이다. 청인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을 비정상으로 보는 시선을 괴로워하다, 스무살 되던 해 농인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보청기를 제거했다. 아내 마나미는 농인 가정에서 자랐고,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청인이었다. 저자는 ‘서로 다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소리로 듣는 대신 더욱 섬세히 바라보며 소통할 수 있지만, 아이가 듣는 노래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며, ‘서로 다른 기념일’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름을 축하한다. 장애를 부정하지도, 미화하지도 않는 저자의 일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1만4000원

여성의 미래를 펀딩하다 -한국 여성재단 20년의 기록
1999년 설립된 한국여성재단의 20년 역사를 되짚어본 책. 여성주의 공익재단을 표방하고 나선 여성재단의 발자취를 통해 국내 여성운동의 ‘주류화’ 역사를 짚었다. 특히, 여성 의제를 모금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발굴하고 사업으로 발전시켜 온 역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100인 기부 릴레이, 지원사업 응모, 성과 지표 측정 방법 등 실무적 내용부터 ‘여성운동’이라는 큰 물결을 개별 프로젝트 안에 녹여내는 과정까지 모두 담았다. 특히 여성운동을 지원사업으로 풀어내는 데서 겪는 어려움이 잘 드러나 있다. 여성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게 여성운동의 목표인데, 지원사업은 참여자의 어려움을 부각시키고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운동을 넘어서 특정 사회 문제를 의제화하고 기부금을 모아 관련 사업 규모를 키워가려는 공익 단체 실무자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다.
이혜경 외 5명 지음, 한국여성재단 엮음, 이프북스 펴냄, 1만5000원

뷰티인사이드 제3호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17년부터 펴내는 유엔(UN) 총회 큐레이션 잡지다. 뷰티인사이드 3호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열린 유엔 총회를 주제로 출판됐다. 특히 청소년 기후 파업 운동을 진행하는 ‘제로 아워 뉴욕시티(Zero hour NYC)’의 수석 기획자 레이철 리, 포장지 제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룹(LOOP)’의 부대표 클러멘스 슈미트슈미드, 지속 가능지속가능 도시 교통을 만들어가는 ‘브루클린 그린웨이 이니셔티브(Brooklyn Greenway Initiative)’의 테니 카르타 등 혁신가들의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인사이드 3호를 오는 9월 1일부터 온라인으로 열리는 서울 아트 북 페어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책 판매 수익금은 전액 WWF(세계자연기금)에 기부된다.
아모레퍼시픽 CSR팀 편집부 지음, 로우프레스 펴냄, 1만8000원

[어린이책] 나는 해파리입니다
해변으로 떠밀려온 해파리의 눈을 통해 생태계를 대하는 인간 중심 태도를 꼬집은 그림책이다. 바닷가에서 놀던 소녀가 실수로 해파리를 건드려 손목에 상처가 나자, 소녀의 아빠는 해파리를 잡아 모래사장에 버린다. 사람들은 해파리가 독성 물질이라며 손가락질 하지만, 소녀는 살며시 해파리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 준다. 바다로 돌아간 해파리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피해 바닷속을 떠돌다 다시 그 해변으로 돌아온다. 그때 해파리는 자신이 만든 상처와 같은 모양의 손목 흉터를 가진 스쿠버다이버를 발견하고, 소녀 역시 조용히 바라보며 웃는다. 바다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도 거리낌없는 어른들과 소녀의 모습을 대비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겪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도록 돕는 어린이책 시리즈 ‘철학하는 아이’ 중 하나다.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이마주 펴냄, 1만500원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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