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기도는 지급 기준에 ‘외국인 제외’
서울은 한국 국적자의 가족까지 혜택
독일, 세금 내는 내·외국인에 지원금
포르투갈은 난민 포용, 한시 시민권도
지방자치법상 외국인도 주민에 포함
지원 대상 구분은 차별, 평등권 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 지원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대다수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지원금의 재원이 국민 세금이라서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주민 지원 시민단체들은 체류 자격을 얻어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소득세와 지방세 등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차별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이주공동행동 등 단체 62곳은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이주민 등을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제외한 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청구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생활비 30만~5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등 생활안정지원 대상자 외 주민에게도 생활안정급여를 지원해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경기도는 1300만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면서 “기본소득의 이념에 맞게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외국인은 제외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데, 경기도는 아예 외국인을 배제했고 서울시의 경우 한국인 배우자가 있거나 한국인 자녀를 양육하는 등 한국 국적자와 가족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긴급하게 지급하기 위해 주민등록 전산상으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지원조례는 외국인 주민의 경우 일반 주민과 동일하게 시의 재산과 공공시설 이용, 시의 행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등록이 된 해외 체류자, 군 복무자, 교정 시설 수감자 등은 다른 지역에 머물고 있어도 재난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년간 서울시에 살면서 세금을 내던 이주민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는 57만3325명으로 이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약 7836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낸 종합소득세 약 3793억8600만원을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민도 똑같이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주민세를 내는데 왜 재난지원금은 못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세금 번호를 발급받아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내·외국인에게 ‘코로나19 즉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포르투갈은 자국 내에 머무는 이주민과 난민에게 6월 30일까지 신청서를 내면 한시적으로 시민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모든 이주민을 의료보험 제도에 넣어 국가 방역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다.
국내 이주민은 이번 코로나19 극복 대책에서 시작부터 배제됐다. 지난달 9일 정부가 공평한 마스크 공급을 위해 도입한 ‘마스크 5부제’에서도 이주민들은 제외됐다. 당시 정부는 외국인등록증을 지참하면 공적 마스크를 보급하는 것처럼 안내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가입 여부로 지급 대상자를 판단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6개월 미만 단기 체류 이주민, 유학생, 농어업 종사 이주 노동자 등은 마스크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료를 체납했다면 마스크 구입을 할 수 없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지방자치법상 외국인 역시 주민의 개념에 포함되고, 주민세법상 주민세를 징수하는 등 외국인 역시 주민에 해당한다”며 “국민과 가족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에 한해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또 다른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와 경기도의 대책은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에 반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