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문화 공간 이용률 54.9% ‘최하위’
인구당 시설 수, 非수도권이 높지만 정부 지원 70% 이상 수도권에 몰려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문화 소외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시설 등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공연이나 전시 프로그램이 부족해 수도권에 비해 시설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9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강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 이용률은 54.9%로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69.2%와도 약 15%p 차이 난다. 강원 지역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문화기반시설 수가 143.29곳으로, 전국에서 제주(196.34곳) 다음으로 많다. 풍부한 문화 인프라를 갖췄지만 활용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화기반시설은 도서관·미술관·박물관을 비롯해 문화예술진흥법상 각종 공연장과 전시장 등을 이른다. 문체부의 ‘2018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국내 문화기반시설은 총 2749곳이다. 10년 전인 2008년(1612곳) 조사 때와 비교하면 1000곳 이상 늘었다. 인구 100만명당 문화기반시설 수는 비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주, 강원, 전남(111.59곳) 순으로 1~3위를 차지한 반면, 서울은 39.62곳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문화시설 이용률이 낮은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 프로그램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시설에 가보면 텅 빈 상설전시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의 지원이나 공모사업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 기반의 문화사업 인력을 키우기도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한 ‘문예연감 2018’에 따르면, 전국에서 한 해 동안 이뤄진 공연·전시 활동 수는 3만4316건이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서울 1만3217건(35.5%), 경기 4025건(10.8%), 인천 1590건(4.3%)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50.6%)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비수도권에서도 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시 단위에서 주로 이뤄졌고, 충북의 예술 활동 비율은 1.9% 수준으로 전국에서 세종(0.3%) 다음으로 낮았다. 분야별로 구분해도 서울 집중 현상은 모든 장르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특히 시각예술 전시 건수는 총 1만4619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199건이 서울에서 열렸다.
민간 차원에서도 지역 문화 부흥을 꾀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최근 몇 년 새 복합 문화 공간으로 떠오른 독립서점이 대표적이다. 독립서점 안내 애플리케이션 ‘퍼니플랜’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독립서점 수는 566곳으로 지난 2015년 70곳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4년 새 8배 이상 늘었다. 다만 서울 202곳, 인천 86곳, 경기 70곳 등 수도권에 63.2%가 몰려 있는 상황이다.
정부 기관의 지원 정책은 오히려 지역 불균형을 부추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모에 선정된 사업 중 수도권이 차지한 비율은 2018년 79%에서 지난해 81%로 되레 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년 공모사업에서도 71.9%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원됐다.
전문가들은 문화 자원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화지원사업의 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영현 지역문화진흥원장은 “공공부문에서 문화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잘하는 곳 위주로 점수를 주다 보니 정작 프로그램이 필요한 비수도권은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시설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의 관점으로는 지역 문화 부흥을 꾀하기 어렵다”며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지역민 중심의 지역 특유의 콘텐츠 개발과 보급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