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Cover Story] 외로운 아이들의 쉼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세요

복지의 新사각지대, 위기 청소년 보금자리 ‘쉼터’
전국 93개소 쉼터에서 가출청소년 치유 위한 상담 및 보호 서비스
학업 복귀와 안정 위해 다양한 지원 필요하지만
정책 연계성은 떨어지고 예산·기업 관심도 부족 ‘문제아 집단’ 편견까지
“마음에 상처입은 아이들 방황으로 이어지기 쉬워 보살핌으로 해결해야”

점심 시간이지만, 식탁은 텅 비어 있었다. 방 너머에서 “우리는 벌써 먹었어요”라는 말이 들려왔다. 플라스틱 식판을 들자 변영애(49)씨가 감자탕이 담긴 국그릇을 건넸다. 호박볶음, 멸치볶음, 김치, 콩나물 반찬이다. 박현동 의정부시여자청소년쉼터 소장은 “하루 세 끼 합쳐 5000원 정도로 만드는 식단”이라고 귀띔했다. 거실을 떠난 10여 명의 아이는 방 세 곳에 나눠 앉았다. 한 방에서는 과자 파티가 한창이다. “지수는 밥숟가락 내려놓자마자 또 군것질이니?”라는 박 소장의 말에 한지수(가명·17)양의 표정이 익살스럽게 변했다. 삼삼오오 모여 간식과 수다를 즐기기도 하고, 혼자 앉아 휴대폰이나 순정만화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박 소장은 식사를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계속 말은 건넸다. “방학 계획은 뭐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니”….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대꾸했다. 아버지와 딸들의 대화를 연상케 했다.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위기 청소년의 마지막 보금자리, 쉼터

지난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1동에 위치한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를 찾았다. 이곳에 모인 14명의 아이 모두 가출청소년이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은 똑같다. 2명을 제외하곤 학업도 중단됐다. 신성혜 (사)청소년문화공동체 십대지기 사무국장은 “위기청소년, 그중 가출청소년은 모든 문제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따뜻한 보살핌은 이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일순간 비행의 나락으로 빠진다”고 했다.

최영미(가명·18)양도 그중 하나다. 최양은 5년 전 처음 이곳에 왔다. 이혼 후 양육권을 놓고 싸우던 부모를 피해 집을 나왔다. 거리를 배회하던 최양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쉼터로 인계됐다. 쉼터 적응도 쉽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관심을 써주셔도, 관심이 낯설어 반항하려고만 했다”고 한다. 이후 최양은 쉼터를 맘대로 들락날락했다. 이 과정에서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려, 절도와 사기 등으로 소년원 생활까지 했다. 최양은 “20개월간의 소년원 생활 동안 쉼터 생각이 많이 났다”며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내가 받았던 관심들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관심을 받아들이게 되자 자립 의지도 커졌다. 더 이상 선생님들을 실망시키기 싫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는 물론, 자격증도 여러 개 땄다. 최양은 오는 2월, 전남도립대 경찰경호학과에 진학한다. 거처도 학교 기숙사로 옮긴다. 졸업 후 소년원 보호관찰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최양은 “지금도 방황의 유혹이 가끔 들지만, 쉼터 선생님들이 버팀목이 된다”고 했다.

지난 12월 학교 자퇴와 동시에 집을 나온 김인비(가명·16)양은 쉼터에 들어온 이후 부모님과 연락이 끊겼다. “집도 이사가버린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김양은 “이곳 생활이 좋다”고 말한다. 김양은 “집에선 항상 혼자여서 컴퓨터나 TV 보는 것 외엔 잠만 잤다”며 “여기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털어놓을 선생님과 친구가 많다”고 했다.

①독서습관 형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쉼터 청소년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②쉼터 청소년들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변영애씨. 변씨는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하는데, 마음껏 먹게 해줄 수 없어 늘 아쉽다"고 했다.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제공
①독서습관 형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쉼터 청소년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②쉼터 청소년들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변영애씨. 변씨는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하는데, 마음껏 먹게 해줄 수 없어 늘 아쉽다”고 했다.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제공

◇위기청소년·쉼터 모두 복지 사각지대

쉼터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고위험군 위기 청소년’이다. 김은녕 ‘새날을 여는 청소년쉼터’ 소장은 “집을 나온 아이들이 갈 곳은 현실적으로 쉼터뿐”이라며 “폭력, 방임, 학대 가정의 아이들을 포함, 굉장히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이 쉼터를 찾는다”고 했다. 가정 복귀가 어려운 아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다. 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14조)에 명시된 청소년 시설로, 현재 전국 93개소에서 1000여명의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 2005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전체 운영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목적은 가출청소년에게 생활지원·상담·보호 서비스를 제공해 가정과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 보육원이나 그룹홈과 다른 점은 ‘잠시 거쳐 간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거주할 수 있는 일시쉼터와 각각 3개월(2번 연장 가능), 2년(1년 연장 가능) 동안 생활이 가능한 단기, 중장기쉼터로 구분된다.

쉼터의 한 종사자는 “예전에는 심야에 부엌칼을 들고 위협을 한다거나, 맨손으로 창문을 깨는 등 폭력 성향이 강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쉼터에 들어오는 경로도 소년원 보호관찰소나 경찰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쉼터에 오는 아이들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박루비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팀장은 “평범한 아이나 집안에 갑작스러운 우환이 생긴 애들이 잠깐씩 지내러 오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이나 정서 장애 등 마음의 병을 가진 애들도 늘었다”고 했다.

학업 복귀와 정서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국가의 예산이나 기업의 사회공헌 손길은 부족하다. 김은녕 소장은 “다른 청소년 정책은 국가가 설계해 실행에 옮긴 반면, 쉼터는 민간에서 출발해 국가가 보조해주는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쉼터의 운영지원금은 순수하게 ‘먹이고 재우는’ 데만도 부족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민간의 후원을 받거나, 자체 수익금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김은녕 소장은 “바자회 같은 수익사업을 하거나, 교회로부터 선교 후원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정영민 의정부시이동청소년쉼터 팀장은 “국가가 사회복지예산을 많이 쓴다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 그럴수록 현장에서는 씁쓸함을 느낀다”고 했다.

기업도 무관심하긴 마찬가지다. 쉼터 관계자는 “기업은 투자했을 때 바로 성과가 나오는 ‘가치있는 수혜자’를 찾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쉼터같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관심이 떨어진다”고 했다. 박현동 소장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CSR을 문의해 오는데, 워낙 소규모 시설이라 기업들이 와서 할 게 마땅치 않다”며 “아이들 자립을 지원하는 돈이나 교육을 위한 재능기부 등이 필요한데, 돈만 주는 것은 기업에서 꺼리는 분위기여서 매칭이 어렵다”고 했다.

◇냉정한 시선과 유리된 정책, 쉼터는 두 번 운다

사회의 시선도 냉랭하다. 소위 ‘문제아’가 모인다는 인식 때문에 ‘혐오시설’로 치부된다. 김은녕 소장은 “10년간 이사를 세 번이나 해야 했지만, 어디에 가든 주민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아 저자세를 취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정숙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장 역시 “동네 수퍼에서 뭐 하나라도 없어지면 가장 먼저 의심받고, 우리 시설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는 말도 참아야 한다”며 “쉼터를 개방해 지역민들과 다과회를 하는 등 잘 지내보려는 시도를 따로 할 정도”라고 했다. 현장 교사들의 근무 여건도 열악해, 평균 근무기간이 1년 안팎에 머문다. 위기 청소년들과 친근감 형성이 중요한 업무의 특성상 50%가 넘는 이직률은 우려할 만한 수치다. 쉼터 관계자들은 “전문상담이나 문화체험활동 등을 하는 청소년 기관에 비해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관행이 문제”라고 했다. 정정숙 회장은 “팀장급 연봉이 1800만원도 안 되는 것이 쉼터의 현실”이라며 “야간당직이나 주말근무까지 해가며 아이들을 힘들게 돌보는 데 반해, 대접을 받지 못하다 보니 이직률이 높다”고 말했다.

현장과 유리된 정책도 문제다. 현장 전문가들은 “단기쉼터와 중장기쉼터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쉼터에 있는 아이들은 결국 가정에 복귀시키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체류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쉼터 출신’이란 낙인 때문에 마땅한 곳을 찾기 힘들다. 쉼터의 한 소장은 “그룹홈이나 보육원 같은 데서 우리 애들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장기 시설은 보통 어렸을 때부터 양육을 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를 갖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기쉼터와 중장기쉼터가 같은 생활권 안에 있는 게 중요하다. 정정숙 회장은 “우리 (단기)쉼터는 목포에, 중장기는 여수에 있는데, 이렇게 생활권이 다르면 학교 문제 등으로 아이들을 옮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녕 소장은 “중장기 쉼터만 홀로 있으면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작년에 추가된 9곳의 쉼터 중 중장기 5곳이 모두 기존에 쉼터가 없는 지역에 세워졌다”고 했다. 단순히 지역 안배만을 고려한 것이다. 한 쉼터소장은 “강원도의 경우 수요가 많은데도 단기(춘천), 중장기(원주)가 멀찍이 떨어져 있고, 일시·단기·중장기가 한 생활권에 있는 제주도는 정작 이용할 애들이 없다”고 말했다.

◇흥미·재미 갖춘 프로그램 늘어야

“얘들아~ 실습실로 모이자.”

이은정(25)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간사가 분주해졌다. 이 간사는 쉼터의 학습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15일 오후에는 독서 모임이 열렸다. “교육수준이 떨어지는 데다, 습관도 안 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실습실로 들어섰다. 한 아이가 “간식은 없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원하는 책을 골라보자”는 말에 송우리(가명·17)양이 ‘마음으로 하는 말(선업 지음·마음의 숲)’이란 책을 뽑아든다. “책 표지에 있는 그림과 제목이 마음에 들어 골랐다”고 한다. 김연우(가명·16)양은 “쉼터에선 매일 한두 개씩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월요일에 하는 미술심리 상담이 제일 재밌다”면서 “‘색칠하기’를 통해 내 안에 어두운 면이 많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사이, 변영애씨가 외출할 채비를 한다. 변씨는 쉼터 아이들의 식사와 생활지도를 맡고 있다. “장을 보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이곳 쉼터의 식단은 인근 고등학교 급식 메뉴를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 제도권 교육에서는 멀어졌지만 건강만큼은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적은 예산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변씨는 “장 보러 가서 친해진 상인들이 이곳 사정을 알고 좋은 재료를 싸게 주기도 하고, 집에 있는 식재료들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고 했다. 변씨는 장바구니를 손에 쥐면서도 아이들 칭찬을 빼놓지 않는다.

“아이들이 모두 여리고, 마음이 참 예뻐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에 울 때가 많아요.”

위기 청소년 문제, 국가ㆍ가정ㆍ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서 풀어야

전문가가 말하는 청소년 문제 해법
전체 아동ㆍ청소년 13.7% 학업중단 등 위기 상황
위기 아동 부모 상담 등 지역사회 단체 연계 중요
아이들 특수성 고려한 맞춤형 관리책 필요
주거 외에도 직업교육 등 자립 지원 방안 마련해야

여성가족부는 만 9세부터 18세 사이의 아동·청소년 중 약 93만명 정도가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1). 이는 전체 아동·청소년의 13.7%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마다 청소년 2만여명의 가출 신고가 접수되며, 7만여명은 학업을 중단한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가출하는 청소년 수는 신고 건수의 10배가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위기 청소년은 학교 폭력, 청소년 범죄, 성매매, 자살 충동 등 2차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더나은미래’는 현장 전문가들을 만나 위기 청소년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쉼터에 있는 청소년들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선생님들이 많은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제공
쉼터에 있는 청소년들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선생님들이 많은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제공

◇가정 기능 회복이 문제 해결의 출발

“우리 쉼터를 거쳐 가는 아이가 1년에 700명 정도다. 이들 중 10%는 가정의 존재가 오히려 해가 된다. 가정 문제로 ‘백슬라이딩’(재가출)할 것이 뻔한데,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 제일 속상하다.”(박현동 ㈔청소년문화공동체 ‘십대지기’ 사무총장)

전문가들은 위기 청소년 관리와 함께 가정 지원 서비스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사회 단체와 협조하는 체제가 가장 중요하다. 김은녕 ‘새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 소장은 “아이들의 문제로 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대부분 상담에 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현동 사무총장은 “건강가정지원센터, 헬프콜 청소년전화 1388,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에 있는 기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숙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장은 “위기 아동의 부모 상담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에 맞춰 지역사회 단체들과 연계하는 것은 현재 지역아동센터들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위기 아동·청소년 긴급 구호 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2011)를 통해 “위기 청소년은 가정 내 학대부터 가출, 폭력 등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자체에서 관련 대응 기관을 한 건물 또는 근거리에 상주하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회 안전망 연계, 더 활성화돼야

위기 청소년들의 문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조규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학업중단대응TF팀장은 “가출 청소년을 만나보면, “동기 강화만으로 회복이 가능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지속적으로 치유와 상담을 지원해야 할 아이도 있는 등 모두 제각각”이라고 했다.

현재 각 지역 곳곳에 설치된 위기 청소년 사회 안전망 연계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2006년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이하 CYS넷)를 구축, 현재 전국 196곳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구 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운영 중이다.

CYS넷은 지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학교·교육청, 경찰서, 국공립 의료기관, 청소년 쉼터, 청소년 지원 시설 등이 연결되어 있는 안전망이다. 한편 교과부는 ‘학생안전통합시스템’(이하 Wee프로젝트)을 통해 교내 2530개, 지역 교육청 110개, 시·도 교육청 5개(2011년 기준)를 운영 중이다.

‘위기 아동·청소년 긴급 구호 체계 개선 방안’ 보고서는 “Wee프로젝트가 가진 학교라는 장소는 위기 아동·청소년의 발굴에 가장 용이한 곳이며, CYS넷은 지역사회 연계망과 지원망을 확보하고 있다. 두 시스템의 연계를 통하면 각각의 시스템 활용도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쉼터 청소년들이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푸드코디네이터'란 직업을 경험해 보고 있다.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제공
쉼터 청소년들이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푸드코디네이터’란 직업을 경험해 보고 있다. /의정부시여성청소년쉼터 제공

◇자립 지원책 더 다양해져야

위기 아동·청소년을 위한 자립 지원책도 다양해져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 지원이다. 그룹홈, 보육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퇴소하는 아이들은 국가로부터 300만원에서 700만원 정도(지자체별로 다름) 자립 정착금을 지원받는다. 보건복지부 아동자립지원사업단은 아동 양육시설에서 자립에 나서는 청소년 30명을 선발해 1년 월세를 매달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쉼터나 소년원 등은 퇴소한 청소년들을 위한 자립 지원책이 없다. ㈔청소년문화공동체 ‘십대지기’는 지난 2011년 ‘희망하우스’라는 자립관을 마련했다. 박현동 사무총장은 “자립 정착금도 없이 시설을 나가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주거 지원뿐 아니라 직업 교육 등으로 종합적인 자립 지원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배영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사무국장은 “시설을 나간 청소년들이 바로 취직하는 경우도 적고,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이 많다”고 했다. 두드림센터는 쉼터, 그룹홈, 보육원, 소년원 등 CYS넷에 연계된 청소년들이 자립에 필요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전국 50개센터에서 2012년 동안 1만8000명 정도가 참여했다.

조규필 팀장은 “가정 불화로 쉼터, 고시원 등을 전전하며 11번이나 전학을 다녔던 여고생이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고,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주느라 평생 해온 운동(사격)을 접어야 했던 청소년이 헤어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등 두드림을 통해 많은 청소년이 자립의 꿈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최태욱 기자

김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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