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제주물 세계포럼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라마다 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제11회 제주물 세계포럼’이 열렸다. 제주물 세계포럼은 JPDC(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현지 수자원의 보전·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 포럼에서는 ▲제주도 물 수지(유입·유출의 균형 상태) 분석 개선 방안 ▲하와이의 수자원 관리체계 ▲JPDC와 유네스코가 협력해 진행하는 국제 지구과학·세계지질공원 프로그램(IGGP) ▲프랑스 다논 그룹의 생수 브랜드 ‘에비앙(Evian)’ 취수원 관리 제도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제주도 물 수지 분석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한 신문주 JPDC 수자원연구팀 박사는 “제주도는 1993년부터 도내 물 수지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자원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기존 연구에 적용된 분석 모델이 제주도 특성에 맞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의 강우와 토양 특성 등을 반영한 새로운 물 수지 분석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제주도와 환경이 비슷한 하와이나 괌에서 개발한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칼레오 마누엘 하와이주 수자원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수자원의 보호와 합리적 사용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하와이주 수자원 관리·보호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마누엘 부위원장은 “하와이에서 물은 사유(私有)의 대상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신탁’받은 자원이었지만, 18세기 말 서구 주도의 플랜테이션 산업이 시작되면서 물이 ‘상품’처럼 취급됐다”고 말했다. 하와이주가 수자원 보호에 힘쓰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 200년 뒤다. 하와이주 정부는 1978년 헌법을 개정해 천연자원의 사유화를 금지했고 1987년 ‘생태계 보전’을 강조한 수자원법(Water code)을 제정했다. 마누엘 부위원장은 “자연과 인간을 공생관계로 보는 하와이 전통을 존중하며 수자원을 관리·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필립 페이파르트 유네스코 전문관은 JPDC가 2018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IGGP의 진행 상황을 발표했다. 페이파르트 전문관은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구과학 분야 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JPDC의 지원으로 현재 9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중서부 열대 습윤지역의 수자원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지질학 등이 대표적이다. JPDC는 2022년까지 IGGP에 매년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파트리크 라샤사뉴 에비앙 물 연구소 박사는 에비앙의 취수원 관리를 위해 다논 그룹이 지역사회와 구축한 협력체 ‘아피엠(APIEME)’ 사례를 소개했다. 아피엠에 가입한 에비앙 취수원 주변 지역 공동체들은 지역 농장과 목장에서 나온 폐수, 가축 분뇨 등 폐기물을 다논 그룹이 조성한 바이오가스 플랜트로 보낸다. 이곳에서 폐기물은 신재생 에너지인 바이오가스와 천연 비료로 재탄생한다. 라샤사뉴 박사는 “아피엠은 다논 그룹과 취수원 지역 공동체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파트너십”이라고 했다.
오경수 JPDC 사장은 “제주물 세계포럼은 국내외 물 전문가들이 모여 인류가 직면한 물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 국내외 연구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제주=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