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수능보다 기후 위기가 더 무섭다”…‘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에 10대 500여명 참가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여한 10대 청소년들. 집회 종료 이후 청와대까지 행진 시위했다. ⓒ연합뉴스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 하나 집회에 안 간다고 해서 무슨 일 나는 게 아니라고요. 저는 행동해야 바뀐다고 생각해요. 그레타 툰베리라는 한 10대의 목소리에 전 세계가 주목했듯이, 우리의 행동이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겁니다.”

충북 청주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신모 군은 27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한창 공부해야할 때 뭐하는 거냐는 주변의 질타를 뒤로하고 아침 일찍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한동연 군, 중학교 2학년 신예나 양, 초등학교 3학년 함윤 군도 이날만은 학교에 결석계를 냈다. 이유는 하나.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Scholl strike for climate)’가 열렸다. 정부와 정치권에 기후 변화를 늦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소년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한 행사다. 학생, 교사, 환경운동가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70%가 10대 청소년이었다.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는 스웨덴의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그레타 툰베리(16)의 1인 시위에서 출발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한 채 스웨덴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시위를 벌였고,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환경 운동으로 확대됐다.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이 참여했다. 저마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상자로 만든 손팻말을 들고 정부와 정치권에 기후 변화를 늦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청소년기후행동 측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23(현지시각)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모인 각국 정상들은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노력하겠다는 공허한 말만 했다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청소년들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결석 시위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하고 학교에 가지 않은 학생, 체험학습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단결석하고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고등학교 1학년 김도현 양은 지지보다 우려를, 때로는 질타를 보내는 어른을 만나면 너무 막막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서다고 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을 대표해 지난 21(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청년기후행동회의에 참석했던 고등학교 2학년 김유진 양은 어릴 때부터 동물학자라는 꿈을 품었는데, 지금은 이 꿈을 이룰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마저 든다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수온 변화, 사막화 등으로 수많은 종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에 참석한 10대 청소년들. ⓒ연합뉴스

이날 시위에는 10대 청소년과 뜻을 함께하는 기성세대들도 다수 참석했다. 경기 고양에서 세 자녀와 함께 집회 현장을 찾은 정민소(34)씨는자식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싶어 오게 됐다지구를 병들게 한 것은 윗세대인데 그 짐은 고스란히 아이들이 지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성현용(44)씨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모인 것을 보니 안타깝다정치인 뿐만 아니라 어른들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이날 정부와 정치권에 ▲2020년까지 지어질 예정인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전면 백지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00% 달성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맞춰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사회를 위한 입법 ▲정부 차원의 기후 위기 선언 ▲정부와 청소년기후행동의 공식 만남 등 5대 핵심 요구안을 발표했다. 집회는 세종로공원에서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저마다 종이상자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손팻말을 준비했다. 집회 종료 이후 재활용을 위해 한 데 모은 손팻말에 적힌 문구는 다양했다. ‘어쩌다 태어나보니 이런 지구’ ‘지구의 모든 십대는 멸종위기종’ ‘기후악당 대한민국’ ‘내가 지구다’ ‘수능도 무섭지만, 기후위기가 더 무섭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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