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완선 공기업 평가단장 “사회적 가치 평가 원년, ‘고군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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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더나은미래와 인터뷰하는 신완선(58)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신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을 역임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공기업에 왜 공(公)자가 붙는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라는 것이 정부의 주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 A등급(우수)을 받은 공기업이 6곳이나 나왔다는 것은 첫 단추를 잘 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획재정부 ‘2018 공기업 경영평가'(공평)의 평가단장을 맡은 신완선(58)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최근 더나은미래와 만나 지난 20일 발표된 공평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35개 공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공평은 올해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1983년 제도 시행 이후 40여년 동안 사업성을 주로 살폈던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 평가 지표로 설정했다. ‘얼마나 돈을 잘 벌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했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됐다. “아무리 사업 성과가 좋아도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이 부족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신 단장의 설명이다.

 

◇공기업 신(新)역할론… “국가 경제 발전 견인차는 옛말”

올해 공평은 100점 만점에 사회적 가치 분야에만 ▲일자리 창출(7점)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4점) ▲안전·환경(3점)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5점) ▲윤리경영(3점) ▲삶의 질(1점) ▲혁신 노력·성과(3점) ▲국민 소통(2점) ▲노사 관계(2점) 등 9개 지표, 30점을 할당했다. 지난 평가에서 ‘전략기획 및 사회적 책임'(5점)의 단일 항목으로 평가했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평을 주도한 신 단장은 “공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평은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을 따져 물은 첫 시도였다. 평가단장으로서 총평을 해 달라.

“시대에 따라 공기업의 역할은 변한다. 산업화 시기에는 국가 경제를 이끄는 돌격대장 구실을 했다. 안전, 환경, 인권, 사회공헌활동 등 부분이 미흡해도 사업 성과가 좋으면 칭찬받았다. 이제는 다르다. 민간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다. 공공의 이익 증진을 위해 세워진 공기업들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이 반영된 첫 평가가 이번에 이뤄진 것이다. 전체적으로 ‘고군분투’한 흔적들이 보였다. 평가 항목이 많아 대비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사회적 가치 지표의 평균 득점률이 71.5%에 달했다. ”

-이번 공평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이 있나.

“우선 공기업들이 지역에 상당히 잘 정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역 인채 채용이 크게 늘었고, 지역 기반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도 좋아졌다. 이제는 지역에 뿌리내린 공기업들이 국가 균형 발전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지를 살펴볼 단계다. 전체적으로 일자리·안전·환경 분야의 경우 점수가 높게 형성됐다.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률, 내진설계 비율, 고용 규모 등에서 성과가 컸다. 다만 윤리경영과 삶의 질 부문에서는 공기업별 편차가 컸다. 지난해 채용 비리나 안전 사고 등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공기업에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점수를 박하게 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가단장을 맡았다. 1년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공기업들의 태도 자체가 굉장히 진지해졌다.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역량이나 경영 환경에서 편차가 있는 데도 발맞추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정부가 ‘포용국가’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 관련 정부 정책의 수행률이 평균 75%가 넘었다. 2017년도 평가의 경우 사회적 가치 관련 정부 정책 수행률이 57%였다. 1년새 14.5%P나 높아진 것이다.”

-S등급(탁월)을 받은 공기업이 올해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월등하게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S등급을 받을 수 있다. S등급이 없다는 것은 공기업들이 골고루 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기업들이 서로 잘하는 부분을 벤치마킹하면서 전년 대비 전체적인 수준이 상승했다. 사회적 가치 분야만 따로 떼놓고 살피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S등급에 가장 근접했다. 내년에는 기대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18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신완선(맨 오른쪽)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의 모습. ⓒ뉴시스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확대하려면 ‘인센티브’ ‘지표 수정’ 고려해야

올해 공평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저마다 사회적 가치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바뀐 평가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공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평가 방식을 두고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공기업마다 사업 성격과 설립 목적, 역량, 경영 여건이 다른데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평가 지표가 경직돼 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공기업 관계자가 많았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지표가 설계된 측면이 있다.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이슈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있다. 다만 평가단은 설계된 지표를 가지고 공기업들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지표는 정부에서 만든다. 양극화를 해결하고, 권력을 분산하고,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표들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공기업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생산성에서 공익성으로 공평의 중심축이 이동했는데, 이제는 미래성·혁신성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공기업들의 재무 성적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한 인적·물적 투자가 늘면 재무 지표는 상대적으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공기업 평가에서 가장 큰 비판의 지점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당장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회를 진일보 시킬 수 있는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공기업의 경우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믿음을 서로 공유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여름 전기료를 대폭 인하하면서 재무 지표가 악화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경제적인 혜택을 봤다.”

신 단장은 이 대목에서 공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말했다. “공기업하면 국민들은 ‘철밥통’부터 떠올린다”며 “잘하든 못하든 회사가 문 닫는 일은 없지 않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공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로서 역할을 하고, 혁신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성과급’ 외 새로운 형태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덩치 큰 공기업은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공기업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모험도 감수할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혁신·성장 분야에 평가 배점이 너무 낮다. 가중치를 높여야 한다. 또 혁신으로 성과를 낸 공기업에는 어떤 식으로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10년을 내다보고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회초리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당근도 필요하다. 당장 재무 성적이 안좋아졌다는 이유로 ‘방만 경영’ 소리가 나오면 공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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