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울산시 청소년의회 설치, 보수단체 반발로 다섯달째 ‘표류’

지난 3월 15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소년의회 설치 조례 관련 공청회가 열렸지만, 청소년의회 설치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청회 원천 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반대해 파행을 빚었다. ⓒ연합뉴스

 

‘선출직 청소년의원의 시정 참여 보장’을 골자로 청소년의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울산시의회가 지역 보수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5개월째 공전하고 있다.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이 나 시의원이 병원에 입원하고,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에 고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청소년의회 조례 제정을 막겠다는 이유로 지난 10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장에 난입해 의원을 감금·폭행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업무방해 및 폭행 등 혐의로 29일 경찰에 고발했다. 황 의장은 고발장을 통해 “청소년의회 구성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위 세력 일부가 사전 허가 없이 본회의장에 난입해 고성과 막말로 방해하고 회의가 끝난 뒤에도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감금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미영 의원은 병원에 입원해 4주째 치료 받고 있다.

보수단체들의 연합 격인 ‘울산 청소년을 사랑하는 학부모·시민단체 연합’은 시의회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자녀 교육을 걱정해 청소년의회 조례를 반대하는 학부모와 시민들을 시의회가 몰지각한 시위 세력으로 매도했으며, 폭력을 행사했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현재 시의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의회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영 의원이 ‘울산광역시 청소년의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조례안에는 ▲직·간접 선거로 선출된 울산 지역 12~18세 청소년 25명이 2년의 임기 동안 시에 정책·사업·예산·입법 관련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전라남도 등 전국 40여개 지자체가 현재 청소년의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의회 탐방’ 등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는 다른 지역 청소년의회와 다르게 울산시의회가 추진하는 청소년의회는 청소년 의원을 선거로 선출하고, 선출된 의원은 예산 편성 등 시정 전반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울산시의회는 지난 2월에 이어 지난 10일 상임위원회에 해당 조례안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불발됐다.

보수단체 측은 학생의 학습권 침해 학생의 정치 도구화 우려 등을 청소년의회 설치의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울산나라사랑운동본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허울만 좋은 ‘의원’ 타이틀을 준다면 본업인 학업에 소홀하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인 판단 능력이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의회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종섭 의원은 “청소년의원들이 시의회 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에 휩쓸려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이는 자유한국당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해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울산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17, 자유한국당 소속 5명의 모두 22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울산 지역 진보단체들은 청소년의회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은 “울산보다 더 보수 색채가 짙은 대구도 청소년의회를 꾸려 청소년들이 목소리 낼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청소년의회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 없이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고 말했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이미영 의원은 “청소년의회는 서울·부산·대전·경기·인천·충청·강원 등에서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인 정책”이라며 “청소년의회 설치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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