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미등록 이주아동 2만명, 무국적 신세… 학교·병원 제대로 못 다녀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 한양대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 발족식 현장. ⓒ아름다운재단

2만명. 이주관련 단체들이 추산한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수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법적으로 체류가 허용되지 않은 외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출생 등록이 안 된 18세 미만의 아동을 뜻한다. 이들의 수를추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확한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와 법무부가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조사와출입국 외국인 정책 통계월보를 바탕으로 외국인 관련 통계를 내고 있지만, 두 지표엔 부모의 국적 문제로 출생 등록이 안 된 아동의 수는 빠져 있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출생 등록이 안 돼 주민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기도 쉽지 않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모든 아동이 누려야 마땅한 기본 권리로 꼽은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 모두 미등록 이주아동에겐 딴 나라 얘기다.

최근 국내 시민단체들이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연대에 나서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 이주민센터 친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1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Universal Birth Registration, 이하 UBR)’ 2015년 출범해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 문제와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의 필요성을 알리는 토론회와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본인 또는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출생등록을 하여 법적 신분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다. UBR 참여 단체인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의 김진 변호사는 “출생신고는 아동이 권리를 누리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약 30%(604000명·2017년 기준)가 사는 경기도에서는 지역 이주민센터가 힘을 합쳤다. 지난 18일 발족식을 연경기권 이주아동 보육 네트워크(이하 경기권 네트워크)’는 경기도 거주 이주아동의 권익 향상을 위해 군포(아시아의창), 남양주(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안산(안산이주민센터), 오산(오산이주민센터)의 이주민센터 4곳이 모여 만든 연합체다. 네트워크의 활동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재단은 “흩어져 활동하던 지원단체들이 한데 모여 이주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함께 활동하고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가 지난 12일 시작한 ‘I am Sorry’ 캠페인 영상 캡처. 영상은 용이 감독과 ‘디자인생선가게’의 재능기부로 제작됐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 사진을 누르시면 캠페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두 네트워크 모두 이주아동의 권익 향상을 위한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 12UBR은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시민 서명 캠페인 ‘I’m Sorry’를 시작했다. 원 의원의 발의안에는 부모 신분과 상관없이 국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진 변호사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은 이주아동이 배제된 한국의 현행 출생신고 제도에 우려를 표명하며 모든 아동이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조처를 하라고 권고해왔다보편적 출생등록 제도가 법제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같은 권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권 네트워크는 경기도 이주아동 지원 조례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안했다. 조례안에는 경기도에서 태어난 이주아동이 ▲출생등록 될 권리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 ▲적절한 의료지원을 받을 권리 ▲보호받고 양육될 권리 등을 누릴 수 있도록 경기도가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들이 담겨 있다. 조례안을 전달받은 김현삼 경기도의회의원은 경기권 네트워크 발족식에 참석해 “조례안을 통과시키려면 조항들과 기존 법률의 관계 등 따져봐야 할 것이 많지만, 경기도의 모든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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