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남미 농민 위해 학교 짓는 공정무역 커피, 한국 시장도 기대합니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원조가 아니라 무역입니다. 농가에서 정당한 가격에 사들인 제품을 파는 것일 뿐, 자선과는 다르죠. 우리는 개인 소농민을 모아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농민들이 혼자일 때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자원을 확보하며, 함께 나누도록 돕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서 만난 존 로리지(John Loughridge) 국제공정무역기구 최고가치창출책임자(Chief Value Officer, CVO)가 말했다. 국제공정무역기구는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공정무역 운동을 펼치는 대표적인 국제기구로, 한국을 포함해 32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존 로리지는 서울카페쇼에 참가한 국제공정무역기구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이날부터 나흘간 열린 서울카페쇼에 부스를 열고 방문하는 기업인과 일반 시민에게 공정무역 커피와 공정무역을 소개했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3개 대륙 사무소 대표와 13개국 커피 생산자들도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아 직접 시민을 만났다. 부스 한 켠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존 로리지 CVO(이하 ‘로리지’)와 브라질의 공정무역 커피 생산자 주앙 마토스(João Mattos, 이하 ‘마토스’)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중인 존 로리지(오른쪽) CVO와 공정무역 커피 생산자 주앙 마토스씨.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국제공정무역기구를 소개해달라.

로리지=”우리는 전 세계적인 공정무역 시스템을 갖추고 170만명의 소농민과 함께하고 있다. 커피뿐 아니라 바나나, 코코아, , , 면화 등 다양한 작물을 유통하는데, 생산자부터 유통업자, 수입업자 등을 모두 ID로 추적해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외부 감사기관에 감사를 받고, 공정무역 기준을 준수했는지, 유기농으로 재배한 작물인지 등 여부도 일일이 확인한다. 공정무역은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아 환경을 지킬 뿐 아니라, 커피를 생산할 다음세대에 투자해 농가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정무역 소비를 통해 맛도 좋고 윤리적인 커피를 살 수 있게 되는 거다.”

─공정무역으로 생산자들은 어떤 이익을 얻나.

마토스=“커피는 시장가격이 낮아 충분한 가격을 받지 못하면 다음 농사를 짓지 못할 수도 있다. 공정무역은 최저금액을 책정해 무조건 그 이상을 지급해주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할 안전망이 돼준다. 또한 제품 가격 외에 커피 1파운드당 20센트의 추가 장려금(프리미엄)도 받는다. 조합에서는 총회를 열어 돈을 어디에 쓸지를 결정한다. 이 중 25%는 다시 생산성 향상에 투자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라틴아메리카생산자연합(CLAC)’은 특히 여성 노동력 착취와 차별을 금지하고 다음세대를 지원하고 있다. 아동노동, 성 평등 등 분야별 소셜 스페셜리스트(Social specialist)’가 있어서 다양한 측면의 지원을 맡고 있다.”

콜롬비아의 한 공정무역 커피 생산자.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일각에서는 공정무역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로리지=“현재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의 3%만이 공정무역 커피다. 전 세계의 구조를 바꿀 수는 없고,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공정무역은 실제로 작동하고, 변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어떠한 서비스도 도달하지 않는 작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소농민들이 공정무역을 통해 학교와 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된다. 공정무역 최저금액과 프리미엄을 받음으로써, 이들의 아이가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에 갈 수 있게 지원한다. 나 역시 소농민인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전 세계의 소농민을 돕기 위해서 기구에 합류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및 아시아의 공정무역 커피 시장은 어떤가.

마토스=“아시아 시장에서 공정무역 커피의 기회를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커피 시장의 규모도 크지만, 질적으로도 좋은 커피를 찾고 기꺼이 돈을 지급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 세계적인 원두대회 ‘COE(Cup of Excellence)’에서 수상한 상위 5개 원두 중 4개가 공정무역 생산자들이 만든 커피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생산되는 커피의 50% 이상이 공정무역 커피이면서도 유기농 인증을 받아 품질이 좋다. 아무리 좋은 커피를 만들어도 사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데, 한국 시장에 공정무역 커피를 소개할 수 있어 감사하다.”

─국내에도 여전히 공정무역 제품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지는 않다. 보다 많은 사람이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게 하려면.

로리지=“많은 기업과 시민이 공정무역 커피를 접하고, 공정무역 생산자를 만나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품질 좋은 공정무역 커피를 마셔보고 향을 맡아보는 오늘 같은 자리가 중요한 이유다. 본부 차원에서도 계속 마음을 다해 생산자를 돕고, 좋은 사례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다들 꼭 커피 한 잔씩 마셔보고 가시라(웃음).”

마토스= “커피 한 잔에는 우리의 피와 땀이 담겨 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아주길 바란다.”

공정무역 커피를 손에 든 두 사람.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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