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청년협동조합-①언니동생] “디저트 전문가 협동조합을 꿈꿔요”

청년 실업률이 1990년대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는 가운데, 창업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열정과 패기는 많지만, 밑천은 없는 청년들은 여럿이 힘을 합쳐 소규모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협동조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6년 시작된 ‘청년협동조합 창업지원사업’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신협사회공헌재단이 후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233팀이 지원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더나은미래는 ‘2018 청년협동조합 창업지원사업’ 지원팀으로 선정된 예비(신생) 청년협동조합 30팀 가운데 눈에 띄는 세 곳(‘언니동생’, ‘멋장이’, ‘멘토리’)의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오른쪽부터) 마카롱 만드는 ‘언니’ 박다정씨와 케이크 만드는 ‘동생’ 김여정씨.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언니, 우유에 말아 먹는 죠리퐁 맛을 어떻게 케이크로 만들 수 있을까?”

동생, 그럼 복숭아 요거트 맛 마카롱은 어때?”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도 언니와 동생은 고민이 많다. ‘이 맛을 어떻게 디저트로 구현할 것인가.’ 경기도 부천에서 자그마한 디저트 카페 겸 공방 언니동생을 운영하는 박다정(27)씨와 김여정(23)씨의 얘기다. 두 사람은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에서 파티셰로 함께 일하며 자매처럼 친해졌다. 무슨 재료를 어떤 비율로 배합해 원하는 맛의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새로운 레시피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마음은 답답해졌다. “만들어보고 싶은 케이크, 마카롱은 많은데 회사에서 주는 레시피대로만 디저트를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언니다정 씨가 말했다.

이대로는 디저트 전문가로 성장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디저트 카페가 아니라, 레시피를 개발하고 디저트 만들기 수업을 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같은 동네 사는 두 사람은 일단 구청에서 진행하는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그곳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동생여정 씨는 언니동생 사업 모델이 여성 일자리 창출, 소자본 창업 지원 등으로 지역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 진로 고민 중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디저트 교육을 하고, 저희 경험을 토대로 소자본 창업도 돕고요.”

어딘가 서로 닮았다는 말에 “그런 얘기 종종 듣는다”며 두 사람은 수줍게 웃었다.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언니동생이 주목한 건 협동조합이었다. “조합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디저트 수업이나 새로운 레시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임도 정기적으로 열 수 있어요. 창업을 준비하는 조합원들은 서로 정보 공유도 하고, 같이 재료를 공동구매해 원가를 낮출 수도 있고요.” 동생의 말에 언니가 덧붙였다. “또 훗날 조합이 성장했을 때 마들렌 전문가 조합원, 쿠키 전문가 조합원처럼 디저트 종류별 전문가가 있어서 서로 배우고, 협업할 수도 있겠죠? 디저트전문가 협동조합,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네요.”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언니동생의 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7월 일단 개인 사업장으로 공방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언니와 동생은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마카롱과 케이크를 마음껏 구웠다. 어르신 입맛에 맞춘 인절미 마카롱, 당근밭을 닮은 당근 케이크가 진열장을 채웠다. SNS에서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기념일 케이크나 행사용 디저트를 단체 주문하는 이들도 생겼다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갔다. “언니동생이 올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신협사회공헌재단의 청년 협동조합 창업 지원팀으로 선정됐어요. 저희 멘토로 지정된 소래신협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기본 조건은 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도움을 주셔서 어렵지 않게 하나하나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박다정)

지난 달엔 소래신협 조합원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케이크 수업을 진행했다. “공방이 좁아 일대일 수업만 했었는데, 소래신협에서 넓은 공간을 마련해줘 10명 규모 수업을 처음 진행해봤어요. 덕분에 둘이서 좀 더 큰 규모로 수업을 해볼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최근엔 소래신협과 결연을 맺은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컵케이크 만들기’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서 뿌듯했어요.”(김여정)

언니동생 협동조합탄생은 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제 막 정관을 완성했고, 이 달 안에 협동조합 설립 신고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뿌듯해했다.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으면 지금 공방보다 더 넓은 곳에 둥지를 틀고 레시피 개발과 수업에만 몰두할 생각이다. “협동조합은 그야말로 여러 사람이 협동하기 위한 조합이잖아요.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달콤한 마카롱, 쿠키, 케이크로 저마다 꿈을 이루도록 돕는 언니동생 협동조합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니와 동생이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동생 여정씨와 언니 다정씨가 함께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겸 공방 ‘언니동생’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장은주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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