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컨트롤타워 ‘공익위원회’ 있어야, 비영리단체 목소리 정책에 반영될 것”

162조2000억원. 정부의 내년도 보건복지, 일자리 예산안 규모다. 12개 분야 중 최대 규모다. 그러나 역대 최대치 예산 편성임에도 비영리 현장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비영리 활동가들은 “복지나 일자리 예산이 역대 최대치로 늘어나도 비영리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경제나 중소기업 보다 훨씬 적은 게 현실”이라면서 “특히 올해 초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인재육성 방안 등 사회적경제 쪽은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비영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영리단체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인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는다. 비영리단체들을 관리 감독하고 지원하는 주무 관청이 제각각이라 단체의 목소리를 모아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비영리 분야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공익위원회’ 설치를 국정 과제로 공표하고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법무부에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법률안 마련 작업을 진행했다. ‘공익 법인 총괄 기구 설치에 관한 TF’ 위원으로 참여한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10일 만나 공익위원회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물었다.

지난 10일 한국외대에서 만난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과 행정적 비효율성을 개선할 공익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공익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구성되나.

“공익위원회는 비영리 섹터의 컨트롤타워다. 그동안 단체의 주요 목적 사업 성격에 따라 단체 설립 허가와 지원, 관리 감독을 받는 주무 관청이 달랐다. 공익위원회가 생기면 공익 법인에 한해 관리 감독 및 지원이 위원회라는 한 채널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정치적 독립성은 물론 행정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범부처적 성격과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익위원회는 총리실 산하 별도 부처로 조직, 위원장 포함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것이다. 실무진 구성은 아직 논의 중이다.”

―별도의 공익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는?

“현재는 각 주무 관청이 비영리단체들을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주무 관청에 따라 공익성 개념이 다르고, 부서와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설립 허가 및 지원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개발 정책에 반하는 과격한 환경 운동을 지속해온 환경 단체가 환경부에서 비영리단체 설립 허가를 받으려면 잘 안 될 수 있다. 반대로 정부에 우호적이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는 쉽게 설립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K스포츠·미르 재단’이다. 보통 비영리단체 설립에 최소 몇 달이 걸리는데 이 두 재단은 정책 최고 결정자의 지시가 떨어지고 단 하루 만에 설립 허가가 났다.”

―현재 공익위원회 설치는 어느 정도로 진행됐나.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법무부에서 TF를 구성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 5명과 각 부처 담당자들이 모여 공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무부 안 작업을 했다. 현재 90% 정도 완성된 상태다. 법무부 안이 발표되면 이후 좌담회 등을 열어 비영리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공익위원회 설립을 위한 시민사회의 논의는 계속됐다. 지난해 14일 열린 시민공익위원회 토론회는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왼쪽에서 5번째)의 사회로 5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윤호중 의원실

―법무부가 마련 중인 법안은 어떤 내용인가.

“법무부 안에 따르면 현재 비영리단체 설립 허가는 현행대로 각 주무 관청이 하게 돼 있다. 또 단순 친목 단체 등과 같은 비영리 민간단체는 각 주무 관청이 관리하고, 공익성이 있는 ‘공익 법인’은 공익위원회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비영리단체는 주무 관청과 공익위원회의 이중 규제를 받게 돼 행정적 비효율성이 개선되지 않는다. 또한 법무부는 공익위원회 담당 공익법인 범위를 사단법인, 재단법인(종교법인 및 학교법인 제외), 대중모금을 하는 사회복지법인(노인복지관 등과 같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은 제외)만 포함하고 있다. 조세 투명성을 위해 자산총액 5억원 이상이거나 수입금액과 해당 사업연도에 출연받은 재산의 합계액이 3억원 이상의 비영리단체는 국세청에 회계에 관한 의무공시를 하게 되어 있다. 즉 국세청 보다 정보력이 떨어지는 태생적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 독립성 확보도 문제다. 법무부 안에 따르면, 공익위원회의 위원 9명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 공무원’ 2명을 위원으로 임명하게 돼 있다. 그리고 여당이 3명, 야당이 2명 추천한다. 또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상임위원은 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9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정부 여당 인사가 되는 셈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 효율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어떤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지.

“비영리 분야의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법무부의 안은 수정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다. 영국은 2006년 재정경제부 산하에 ‘제3섹터청(OCS)’을 두고, 공익법인의 관리감독과 적극적인 지원을 병행한다. 또 비영리단체 등록과 투명성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채리티 커미션(Charity Commission)’을 설치했다. 두 기관은 정부 주도로 운영되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 또한 철저히 지킨다. 채리티 커미션의 위원들을 구성할 때 각계각층에서 비영리 활동을 오래한 민간 출신 전문가를 추천받는다. 내무부 장관은 형식적으로 임명만 한다. 이에 정부 관료가 위원이 되는 경우는 없고 정부의 지시또한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에서 여당 5명, 야당 4명 규모로 추천을 받거나 비영리단체 전문가 및 대표 등으로 구성된 공익위원추천위원회에서 위원 후보를 2배수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9명을 임명하는 식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위원회 법안은 정부 주도적이고 급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bad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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