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강 CJ CSV 케이스 스터디
“2013년, CJ의 즉석밥 브랜드 ‘햇반’의 시장점유율 70% 탈환 전략을 짜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글로벌 대표 CSV(공유가치창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해보라는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세계 최고점을 향한(Best in the world)일을 하다가 세상을 향한(Best for the world)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죠. 베트남 빈곤마을의 소득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3년간 실행했는데, 2015년 세계은행 김용 총재가 ‘글로벌 빈곤 퇴치의 새로운 솔루션’이라며 전 세계에 CJ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16일, 한양대 제2공학관에서 열린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 의 마지막 강의 현장. CJ에서 CSV 기획 및 실행사업을 맡고 있는 김재운 사회공헌추진단 부장이 베트남에서 실행한 생생한 CSV 사업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CJ제일제당의 식품브랜드매니저로 기획·마케팅 등을 담당하다, 해외지역전문가로 베트남 현지에서 근무했다.
스쿨 오브 임팩트 비즈니스는 2017년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진행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SV 전문가 양성과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산업정책연구원과 임팩트스퀘어가 개최했으며,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했다.
◇베트남 빈곤마을을 고추농가로
“베트남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7%의 고속성장을 거뒀습니다. 2010년 1인당 GDP로 약 1000달러를 달성했고, 빈곤가구 비율(월 소득 20달러 이하)이 11%까지 떨어져 무상원조 수혜국에서 졸업했죠. 하지만 전체 빈곤가구 중 90%가 농촌에 거주했고, 80% 이상이 소수민족이었습니다. 농촌 및 소수민족의 빈곤 문제가 베트남의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로 꼽혔던 이유입니다.”
김재운 부장이 소개한 사업은 ‘베트남 새마을 CSV 프로젝트’. 베트남 빈곤마을 농민에게 CJ의 고추 종자와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품질 기준에 맞는 고추를 생산하면 이를 소매가에 사들여 농민 소득을 올리는 것이 골자다. CJ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코이카(KOICA)와 베트남 닌투앙 성 정부, 베트남 농업국, 베트남 정부 등 4자간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사업을 해왔다. 김 부장은 “해당 마을은 논밭이 있어도 비가 오는 날 말고는 물을 주지 않거나, 가축 분뇨를 햇볕에 말려서 시장에 팔아 삶을 영위하고 있을 정도로 열악한 지역”이라며 “‘농민 소득 증대’와 ‘농가 자생력 강화’로 농촌의 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몇년에 걸친 농사 교육으로 농업생산성을 높였습니다. CJ와 농민들이 ‘계약 관계’를 맺어서 고추종자와 기술을 제공하고, 품질에 맞는 고추를 생산해 마을 협동조합에 가져오기만 하면 돈을 지불했죠. 수도가 있는 집이 전체 245가구 중 48곳뿐이었던 마을에 수도관을 연결하고, 현지에 거주하는 직원들을 채용하고 나니, 주민들의 마음이 열리고 사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CJ는 사업 첫 해인 2014년부터 현지 마을 2곳에 고추 작물 시험농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농민에게 농사 기술 전반을 가르치고, CJ의 품질기준을 충족하는 고추를 소매가(중국산의 약 130% 수준)에 사들여 농민 소득을 키웠다. 이후로는 마을 조직을 중심으로 자생할 수 있는 모델 개발에 힘을 보탰다. 현지에 고추 가공 공장을 짓고 공장소유권은 마을조직에 뒀다. 고추와 기타 작물을 가공한 부가가치가 마을로 들어가는 구조를 짠 것. 베트남에 맞는 종자와 농약, 비료 등 인프라를 확보한 현지 농업회사와 협약을 맺어 지역 내 비즈니스도 도왔다.
◇고추 수급과 농촌 빈곤 문제 동시에 해결…CSV로 두 마리 토끼 잡다
왜 ‘고추농사’였을까. 김재운 부장은 “고추씨를 뿌리고 경작해야한다는 비즈니스 니즈(needs) 위에 사회적 가치를 얹은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CJ의 고추장을 적정가격에 공급하려면 원재료인 고추의 50% 이상 외국산으로 써야했다. 중국에서 많은 양을 가져오다보니 해마다 가격과 품질이 불안정했다”며 “2011년부터 베트남 현지에서 땅을 일구고 고추 재배를 연구하고 있던 CJ의 연구인력이 CSV 사업을 통해 고추 공급과 빈민 이슈를 동시에 해결해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농민 소득을 올리는 ‘고추 구매액’과 관개수로를 연장해 ‘경작 가능해진 농지’, 유치원에 급식시설이 생기면서 절약된 부모의 ‘노동시간’ 등을 사회적가치 지표로 잡고 사업을 진행했어요. 네슬레는 수십만 명의 커피농민을 공급망(Value Chain)에 끌어들였지만, 사이즈보다 확장가능성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베트남 다른 마을이나 미얀마 등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사업을 표준모델화하는데 핵심성과지표(KPI)를 둔 이유입니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사업 2년차부터 마을에서 생산되는 고추의 생산량이 늘고 품질도 높아진 것. 35달러에 불과하던 마을의 1인당 월소득이 5배 이상 성장했고, 농가의 수도 40곳 이상으로 늘었다. 마을의 힘도 커졌다. 지난해 완공된 200평 규모의 고추 가공공장 덕분에 일자리가 생겼고, 공장을 통해 농민이 생산한 고추가 CJ푸드 베트남 김치공장에 판매되는 판로도 만들어졌다. CJ는 이를 인정받아 2015년 베트남 국가주석으로부터 우호 훈장을 받았고, 2016년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세상을 바꿀 주목할만한 혁신기업’ 중 하나로 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결국 CJ가 없어도 마을이 지속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고추 외에도 녹두를 연작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가공 공장을 만든 이유입니다. 현재 마을 협동조합이 공장의 운영을 맡고 있고, 코이카 전문가가 현지에서 재무·생산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장, 새마을 위원장 등이 이 마을을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 지속가능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