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에너지 공기업이 예산 풀고 NGO·방송이 힘 보탰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회공헌

매년 폭염보다 한파가 무섭다는 사람들이 있다.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이다. 2010년 165만 가구이던 에너지 빈곤층은 2013년 178만 가구로 증가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득이 낮을수록 당연히 에너지 비용 부담도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2016)에서 발표한 소득계층별 에너지 소비지출 현황에 따르면, 월평균소득 40만원 가구의 경우 월평균 연료비는 소득의 18%로, 월평균소득 800만원 가구의 월평균 연료비(1.81%)의 10배에 달한다.

에너지 빈곤층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 넘게 지원한 기업이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에너지 공기업이라는 업(業)의 특성을 살려 2006년부터 굿네이버스를 통해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년 11월이 되면 MBC라디오 ‘여성시대’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에서 사연을 접수받고, 현장 실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지원을 결정한다.

윤지현 한국지역난방공사 홍보실 부장은 “공사에서는 지역난방 공급 대상 지역의 사회적 약자 및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에너지 복지요금을 감면·지원하고 있었는데, 지역에 한정된 사회공헌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은 파트너사 MBC라디오 ‘여성시대’ 프로그램을 통해 사연 신청을 받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지금까지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은 곳은 전국 각지의 사회복지시설 878곳과 1916가구. 개인에게는 약 3개월치의 난방비 80만원을, 시설에는 200만원을 지원해준다. 2016년까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원한 난방비는 30억원가량이다.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은 올해로 13년 차에 접어든 장기 사회공헌 사업이다.

장수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비결은 무엇일까. MBC라디오 간판 프로그램인 ‘여성시대’의 인지도와 전국 11개 시도본부와 52개 지부를 운영하는 굿네이버스의 인프라, 두 파트너의 강점이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찾는 데 한몫을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선정 사회복지사는 “첫해부터 600건 이상 라디오를 통해서 사연이 접수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면서 “연간 7000만원 정도이던 예산을 지금은 4억원으로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에서 사연을 듣고 돼지 저금통을 보내거나, 기부금을 선뜻 보내는 청취자들도 생겨났다. 임선정 사회복지사는 “청취자 및 네티즌들의 기부금을 모아 ‘국민참여기금’으로 조성해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참여형 사회공헌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올해도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조손 가정 아이의 주거 개선 1000만원 모금에도 성공했다.

그동안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내재화하기 위한 작업이 지속됐다. 지난 2004년, 자발적 임직원 봉사단인 ‘행복나눔단’이 조성된 것이 사회 공헌의 시초였다. 굿네이버스와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것도 한 직원의 ‘행복나눔단’ 활동이 인연이 됐다. 윤지현 부장은 “봉사단 사업들이 확장되면서 사회공헌 전략을 수립하게 됐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직으로 사회복지사도 채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임직원들의 사랑의 연탄나눔 자원봉사 현장. ⓒ한국지역난방공사

2015년부터는 ‘사회공헌심의위원회’를 통해 내·외부 위원 총 6명으로부터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 외부 위원은 사회복지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윤지현 부장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면서 사회공헌 방향성에 무게를 둔 것”이라면서 “올해도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사업을 고민하고 있는데 사회공헌심의위원회를 통한 의결 후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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