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사회문제 직접 해결해요”…청소년 대상 기업가정신 교육 봇물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뜬다 

김서현(17∙전북과학고)양의 할아버지는 중풍으로 투병 중이다. 할아버지를 간호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김양은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휴대가 가능한 ‘역류 방지 소변통’이다. 일체형 플라스틱으로 구성돼있는 기존 제품과 달리 소변이 역류하지 않도록 몸통을 제작해, 여러 방향으로 기울일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학교 친구들도 김양의 창업 아이템 개발에 동참, ‘서프(SURF)’팀을 결성했다. 해당팀은 지난 11월 개최된 ‘청소년 실물창업대회 코이(COY, JA Company of the Year Competition)’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HSBC와 JA코리아가 개최한 청소년 실물창업대회 코이(COY, JA Company of the Year Competition) 현장. ⓒJA코리아

◇ 제작부터 판매까지, 기업가정신 육성

최근 청소년을 위한 기업가정신 교육이 뜨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야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 경제 교육 전문 비영리단체 JA코리아는 지난 3월부터 고등학생 창업 동아리를 대상으로 기업 경영 및 창업 관련 단계별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지난 8개월간 기업을 조직해보고 제품 생산, 마케팅 계획 등을 세워 판매하는 등 실질적인 창업 과정을 경험했다. 지난달엔 직접 생산한 제품을 일반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판매하는 ‘무역박람회(Trade Fair)’에 참가, 심사위원들에게 기업 운영 성과를 평가받았다.

기업가정신 교육의 성과도 긍정적이다. 지난 11월 15일에 개최된 ‘앙터프리너십(Social Entrepreneur·사회 혁신가)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청소년 기업가정신 스쿨’ 효과성을 발표한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고등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수업에 몰입했고, 만족도도 높았다”면서 “교육 후 기회 발견, 진로 준비행동 등 관련 지표들이 모두 상승했다”고 말했다. 교육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는 학생들의 의견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김 교수는 “장기 프로그램 중심의 설계 및 후속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연구는 국민대 경영대학, 교육학과 교수 등 연구진이 교육에 참가한 중학생과 624명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지난 11월 청소년 실물창업대회 ‘코이’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싸이클로(CYCLO)팀과 SURF팀은 2018년 3월 중국 북경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청소년 실물창업대회(Asia Pacific JA Company of the Year Competition)’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CYCLO팀은 매년 27만톤 이상의 커피찌꺼기 처리 작업으로 7624억원 이상이 손실된다는 점에 착안해 커피찌꺼기 화분을 고안해냈다. CYCLO팀 정병주(18∙용인외대부속고등학교)군은 “사업 구상부터 생산, 판매까지 쉬운 과정이 하나도 없었다”며 “내년 2월에 중국에서 열리는 아태지역 청소년 실물창업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준 JA코리아 회장은 “학생들이 창업 전반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기업 경영 구조와 시장 경제 원리를 생생하게 체득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교육 기회가 더 많이 확산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교육 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다

콘텐츠가 학교 문화에 스며들어야합니다. 최근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는데 지역 생태계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지지해주는 이해관계자들의 역량이 서포트돼야합니다.” (김하늬 유쓰망고 대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 양성 프로젝트도 있다. ‘유쓰망고(YouthMango)’에서 진행하는 ‘유스벤처 프로그램’이다. 이는 12~20세 학생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필요한 공감능력, 리더십, 팀워크 등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유스벤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사회문제를 발견해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간다. 특수 교실이 없는 고등학교를 위해 ‘장애인 교육 매뉴얼’을 만들기도 하고, 학교 앞 분식집을 살리기 위해 소비자 설문을 진행해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유스벤처 프로그램의 특징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워크숍을 통해 확산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경기도 용인 수지고등학교에서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를 실행했던 교사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학생 일부가 아닌 모두가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지고는 고등학교 2학년 진로교육 시간을 체인지메이커 활동으로 전환시켰다. 

유쓰망고의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통해 지하철 불편 해소 문제를 해결하려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들의 모습. ⓒ유쓰망고

김하늬 유쓰망고 대표는 “사회혁신가 지원단체인 ‘아쇼카한국’에서 2015년부터 진행돼온 유스벤처 프로그램을 확산하기 위해 유쓰망고를 설립하게 됐다”면서 “학생뿐 아니라 교사 연수 교육을 통해 체인지메이커 양성을 지원하고, 지역 교육청·교사·지역센터 등 민관학 협력 구조를 통해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쓰망고는 학교에서 직접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북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교사가 체인지메이커 양성 교육을 시도하면, 사회적경제센터·진로체험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하며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간다. 현재 강원도와 양평에서 이러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통해 대대적인 지역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 학교에서 사회문제 해결하는 히어로들 

아산나눔재단과 어썸스쿨이 진행하는 ‘히어로스쿨’ 모습. ⓒ아산나눔재단

아산나눔재단도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인 ‘히어로스쿨’을 시작했다. 히어로스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문제 또는 기회 포착→해결책 모색→자원 확보→기획→실행→지속 및 발전’의 6단계 프로세스에 따라 학교에서 직접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기업가정신의 핵심이 되는 주도적, 창의적, 비판적 사고를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기업가정신 전문 교육기관인 ‘어썸스쿨’과 함께 2년째 진행해온 히어로스쿨은 전국 9개 지역의 188개 학교, 1만3000명 학생들과 함께했다. 

반응도 뜨겁다. 히어로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1점. 자율적으로 문제 해결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천성우 아산나눔재단 글로벌리더팀 매니저는 “주입식 교육으로 진행되는 공교육의 현장을 변화시키고 싶었다”면서 “실제 교육 과정 중 내가 어떤 사람인지, 꿈은 무엇인지 등 진로를 찾아가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산나눔재단은 ‘유쓰망고’ 후원을 시작했다. ‘지역별 체인지메이커 교육자 네트워킹 및 공유회’,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지원하며 기업가정신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확산하는 중이다.

장소영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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