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떼쓰던 현승이가 의젓해졌어요

한국아동복지협회 시설 아동 치료·재활 프로그램

“우리 엄마는 ‘감기’에 걸려서 안 왔어요. 엄마만 나으면 다시 같이 살 거예요.”

현승(가명·8)이는 지난해 2월 경남 창원의 아동복지시설 ‘○○희망의집’으로 왔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시설에 맡겨진 아이는 쉽게 적응을 못했다. 온종일 불안해했고 의자에 앉아 있지 못할 만큼 산만했다. 오매불망 그리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현승이는 더욱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본인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거나 울음을 터뜨렸고, 학교 수업 중 갑자기 연필을 부수기도 했다.

현승이는 6개월 동안 한국아동복지협회의 ‘시설 아동 치료·재활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현승이는 상담사 선생님과 18회기에 걸친 미술 치료를 시작했다. 데칼코마니, 탈 꾸미기, 지점토 공예 등의 활동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지점토로 햄버거와 피자를 만들어 친구들과 선생님을 초대했다. 그사이 현승이 아빠는 부모 교육을 통해 자녀 양육법을 배웠고, ‘집단 미술 치료’ ‘목장 체험’ ‘가족사진 촬영’ ‘가족 작은 음악회’ 등을 통해 현승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6개월 프로그램을 마친 뒤 현승이는 말했다. “상담 선생님께 엄마 이야기를 하면서,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잘 계실 거라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아빠 집에도 자주 가고 아빠와 있는 시간이 무척 좋아요.”

현승(가명·8)이네가 서로가 생각하는 가족에 대해 표현하며 상담 중인 장면. ⓒ한국아동복지협회

현승이를 바꾼 ‘시설 아동 치료·재활 지원’은 한국아동복지협회가 보건복지부의 위탁으로 2012년부터 6년째 수행 중인 사업이다. 전국 아동복지시설 및 그룹홈(공동생활가정) 아동 중 심리·정서·인지·행동상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 치료 프로그램 비용 지원 등 ‘맞춤형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통합적인 사례관리’로 아동의 사회적 지지나 행복도 등을 측정하며, 가족캠프 등 ‘원 가족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의 문제 행동을 개선한다. 종사자 교육, 문제 행동 접근 매뉴얼 발간, 시설 종사자와 지역사회의 역량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지금까지 치료·재활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은 아동은 총 2860명. 6년간 총 54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매년 500명 이상의 시설 아동이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2016년 시작한 그룹홈 아동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그룹홈 아동 50명과 시설 아동 550명, 총 600여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체 예산의 8할가량이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의 후원으로 충당된다. 사업의 효과성은 어떨까. 아동·청소년행동평가척도(K-CBCL)상으로 대상 아동의 문제 행동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인 2016년에는 전체 33.7%의 아동의 문제 행동 총점이 임상군에서 정상군으로 변화했으며, 연령별로 미취학 아동이 7.89점, 초등학생이 5.03점, 중·고등학생은 5.7점 감소해 평균 6.21점 줄었다. 두 수치 모두 2012년부터 꾸준히 상승세에 있다.

아동의 자아 존중감도 높아졌다. 동일한 척도로 프로그램 참여 전후를 비교한 결과, 2016년 미취학 아동이 평균 2.72점, 초등학생이 1.87점, 중·고등학생이 1.24점 상승했다. 현승이의 사례를 관리한 담당자는 “사업을 통해 현승이 아빠는 아이의 새로운 지지체계 역할을 맡기로 했다”며 “아이가 상실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아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아동복지협회는 매년 말 전국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과 함께하는 사업평가회를 통해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2017년 사업 평가회는 26일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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