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기업 사회공헌과 비영리가 만났을 때

파트너십 통해 임팩트 내는 비결을 묻다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사회공헌의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는 키워드다. 기업,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섹터의 조직이 협력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공헌을 말한다. 사회문제가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한 분야의 조직의 참여만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른 섹터 조직과의 ‘파트너십’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조직인 기업과 비영리기관이 협력하고자 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 현재 기업에서 사회공헌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김미화 kt 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팀장과 자원봉사센터에서 기업자원봉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김보연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공감실천팀 실무자에게 그 비결을 들어봤다.

 

◇“프로그램 특성 살리고, 공통의 어젠다를 설정해야”

 

kt는 대구북부도서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IT를 활용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북부도서관에 ICT 교육공간인 기가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일반시민과 청소년을 위해 매월 2~3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VR, AR 등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오는 12월에는 ‘ICT book festival’을 연다. ICT도서 2권을 선정해, 지역 초등학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도전골든벨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미화 kt 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은 kt와 대구북부도서관 모두 윈윈(win-win)되는 점이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CT드림존에서 증강현실 체험 중인 대구일중학생 ⓒ김미화 kt 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

“대구에는 여러 개의 도서관이 있는데, 도서관 대부분이 평생학습이라는 비슷한 주제들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구북부도서관은 지역에서 유일한 ICT특화도서관으로 인식되면서, 다른 도서관들과는 뚜렷이 차별화될 수 있었어요. 그리고 kt 단독으로 했다면 학생이나 일반인들의 모집이 쉽지 않았을텐데, 이런 점들을 비영리기관인 도서관에서 해준 거죠.”

김 차장은 개별 기관들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여러 기관들이 함께 협력했을 때 그 시너지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공헌 담당자로서 비영리 기관과 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은 ‘사업의 지속성’과 ‘공통의 어젠다 설정’이라고 했다. 특히 관공서의 경우, 담당자에 의해 사회공헌 활동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담당자가 자주 변경돼 사업의 지속성이 떨어지곤해요. 상급자의 마인드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이 확대 혹은 위축되는 경향이 있고, 담당자의 적극성이나 열정이 협업하는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해요.”

김미화 차장은 기관마다 바라는 바가 다르다보니 공통의 어젠다를 설정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 단체의 경우, 공통의 활동보다 금전적 지원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는 “서로의 이익과 목적달성에 앞서, 어떤 어젠다와 공헌활동이 사회 혹은 시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영리 기관은 기업에게 무리한 금전적 요구보다는 기업의 구성원 노력봉사 등을 통한 활동 등도 함께 모색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기업 담당자는 비영리기관을 선정할 때, 서로 윈윈할 수 있고 협업 의지가 확고한 기관을 선정하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비영리기관의 전문성과 네트워크 도움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

 

포스코-기아대책 긴급구호 물품 나눠주는 현장 모습.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 팀장

“자주 만나서 진솔한 얘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활한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서로간의 배려와 양보, 역지사지의 입장이 꼭 필요합니다.”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팀장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통’이 비영리 기관과 협업을 하는 데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인 동시에, 협업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포스코는 국제기아대책기구와 긴급구호를 테마로 파트너십을 맺어,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긴급구호키트 제작 및 배분으로 시작했던 파트너십은 긴급구호 차량 도입, 구호용 주택 개발 및 건축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발전했다.

나영훈 팀장은 기아대책의 긴급구호에 대한 ‘전문성’과 ‘국내·외 사회공헌 네트워킹’이 실제 사업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아대책의 전문성과 네트워킹은 국내를 비롯하여 인도, 중국, 파키스탄 등에서 포스코가 긴급구호활동 전개를 가능케 한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나 팀장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고, 정말 편한 친구처럼 함께 일했다”라고 설명했다.

오랜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 내부에서도 변화가 생겨났다. 기아대책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봉사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직원들 중 제법 많은 수가 기아대책의 개인 후원회원이 된 것. 나 팀장은 “후원 만족도가 높아 지속 후원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포스코 스틸 빌리지(POSCO Steel Villag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추구하고 있다. NGO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지역주민들과 함께 협력하는 형태다. 베트남에 104세대의 스틸빌리지(주택, 놀이터, 운동시설 등)를 조성했고, 미얀마에는 스틸브릿지를, 인도네시아에는 제철소와 연계해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현재는 태국에 청소년 건강증진을 위한 스틸돔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나영훈 팀장은 “‘십시일반’의 의미가 담긴 콜렉티브 임팩트는 오늘날의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한 기업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한 섹터 간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용어로, 사회공헌의 임팩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전문성에 대한 인정 바탕으로 역할 분담 이뤄져야”

 

공원 개선 봉사활동 중인 봉사자. ⓒ서초구자원봉사센터 공감실천팀

서초자원봉사센터는 ‘마을로 간 기업-테마공원 조성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 ‘놀이’, ‘건강’을 테마로 공원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서초구청과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계에서 진행한 공원 안전점검표를 기준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레드’ 등급의 공원리스트를 제공받고, 구청 녹지과에서 장비를 지원받아 기업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민관협력 방식이다.

2014년 하반기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서초자원봉사센터에서 삼성물산에 제안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파일럿 평가 결과, 지역 내에 소재한 공원을 플랫폼으로 기업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충분히 제안해 볼만하다고 판단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연간 4개의 공원에 대해 분기별로 한 개씩 봉사가 이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 현대제철 등의 기업과 함께했다.

이처럼 지속적인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는 기업, 수혜자인 지역주민, 실무자의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활동 전후의 가시적인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 지역주민의 경우 변화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매번 테마공원 활동을 진행할 때마다 사업 만족도가 높았다. 김보연 서초구자원봉사센터 공감실천팀 실무자는 “기본적으로 기업 임직원들이 만족스러운 자원봉사활동이었기 때문”이라며, “센터에서 기업에 언급했던 ‘안전’이라는 키워드 역시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고 있고, 해당 활동을 하기 위해 센터가 협력을 제안했던 다양한 이해 관계자(구청, 경찰서)의 참여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주요 관심사임을 알게 해주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행을 할 때 기업이 가진 풍부한 자원은 좀더 임팩트(impact)있는 성과를 가져오게 하고 또 다른 기업의 참여를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보연 실무자는 협업을 할 때 각자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호협력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기관의 기업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영리기관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인정 역시 필요하다는 것.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 봉사자. ⓒ서초구자원봉사센터 공감실천팀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기업봉사활동을 기획하는 데 자원봉사센터 관리자의 전문성이 가장 많이 발휘되고 이를 위한 투여도 큽니다. 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그는 활동 전 기업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정보 제공 및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동 자체가 지역주민들에게 기업의 이미지를 그대로 인식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초자원봉사센터는 공원 개선 사업 봉사를 하기 전 경찰이 직접 자원봉사자들에게 활동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김 실무자는 비영리기관이 기업과 연계할 때 도움이 될만한 구체적인 팁을 남겼다. 먼저, ‘사례 중심의 안내문 및 사전 질문지를 기업 담당자를 만날 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의 활동 사례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을 때 기업의 빠른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질문지는 기업의 관심 분야를 미리 파악하기 좋다. 이와 함께 그는 ‘기업에 세부적인 활동 안내문을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에게 프로그램 목적, 목표, 기대효과를 담은 상세한 활동 안내문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는 것. 여기에 역할분담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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