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올해로 10주년 맞은 다음세대재단 ‘체인지온 컨퍼런스’를 가다

다음세대재단이 주관하는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이 10주년을 맞았다.

올해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體人知溫(체인지온): 사람, 네트워크, 미디어가 만들어가는 따뜻한 변화’를 주제로 지난 11월 17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렸다. 2008년 12월 시작된 체인지온 컨퍼런스에는 매년 300명~350명의 비영리단체 관계자 및 기업사회공헌 담당자 등이 참석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4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체인지온을 주관한 다음세대재단은 (주)다음커뮤니케이션 주주 및 임직원들이 스톡옵션 및 보너스, 현금 등을 자발적으로 기부해 2001년 9월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대표이사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현명한 사용을 통해 비영리단체가 창의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살아 갈 다음세대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체인지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7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 현장 ⓒ다음세대재단

이날 컨퍼런스는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박웅현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 ▲정하웅 카이스트 지정석좌 교수 ▲윤종수 사단법인 코드 이사장 ▲이석우 조인스 공동 대표 ▲나영석 CJ E&M PD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김민섭 <대리사회> 작가 등 총 9명의 쟁쟁한 연사들의 강연으로 진행됐다.

첫번째 세션은 정재승 카이스트의 교수의 강연으로 시작했다. 정재승 교수는 “체인지온 컨퍼런스 첫 해, 첫번째 연사로 함께 했는데, 10주년에 다시 서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와 오류튜성이 인간 지성의 미래는?’이란 주제로 비영리단체가 인간지성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전했다.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은 이미 오류를 한번쯤 범해 다시 그 오류를 재발하지 않는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 동안 인간으로 하여금 실수를 하지 않는 인공지능을 흉내내도록 요구하고 평가해 왔습니다. 예측가능할 일들을 수월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체인지온에 와서 변화시켜야 겠구나, 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 수많은 힘든 일로 인해 좌절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서 시도하고 정답보다는 나만의 해답을 찾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합니다.”

정 교수는 이어 “좋은 혁신과 성취는 계획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계획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일상 속의 작은 성취를 꾸준히 경험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 ‘체인지온’에서 강연 중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다음세대재단

이어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당신이 옳다’는 주제로 강단에 섰다. 정 전문의는 사람의 마음은 항상 옳다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 공감의 출발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출발이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말했다.

박웅현 TBWA KOREA 크리에이티브 대표는 ‘디지털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디지털 시대는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이 아닌, 개인 미디어의 내로우캐스팅(Narrowcasting)이 중요하며 진정성이 담보돼야 함을 강조했다.

세션2는 정하웅 카이스트 지정석좌 교수가 ‘미래! 새로운 가치는 연결에서 나온다’를 주제로 시작했다. 정 교수는 일상 속 네트워크도 데이터를 통해 형성할 수 있음을 말하며, 비영리 단체 간의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길 당부했다.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와 비영리 단체의 미디어 전략

 

두번째 세션에서 등장한 윤종수 사단법인 코드 이사장은 ‘연결이 사람을 바꿉니다’를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윤 이사장은 연결의 가치를 설명한 책 ‘네트워크의 부’를 통해, “시장이나 국가 통제에 의하지 않은 사회적 생산을 수평적으로 협력하며 만들어나가는 세상을 인터넷이 가능하게 할 것이고, 이것이 네트워크의 힘”임을 강조했다.

그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비영리단체 활동이 가능하게 됐다”며 모두가 편집할 수 있는 인터넷인 위키피디아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 추세는 대중이 주도하기 보다 권력에 집중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페이스북에선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지만 울타리가 쳐져 있고, 가입과 로그인이 필요하고,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포스트 트루쓰'(post-truth,탈진실)’와 새롭게 등장한 분산된 권력을 말하며, 가짜뉴스의 생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윤 이사장은 “중앙화된 권력과 분산된 권력이 부딪히는 동안 사람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뭔가를 협업하는 모습은 줄어들고 있다”며 비영리단체에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며 현재 네트워크에 생겨나고 있는 변화인 ‘블록체인’을 꼽았다. 블록체인은 중앙화된 매개체가 없어도 전체 시스템이 돌아가기 때문에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코드로 ‘공유·개방·다양성·참여’를 제시하며 블록체인의 블록이 소셜로 바뀐 소셜체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에게 새로운 CODE(코드)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강연 중인 윤종수 사단법인 코드 이사장 ⓒ다음세대재단

 

두번째 세션의 마지막 강연은 이석우 (전)중앙일보 디지털 총괄, 조인스 공동 대표가 맡았다. 그는 ‘올드 vs. 뉴: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와 비영리단체의 미디어 전략’을 주제로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필요한 세가지 전략을 말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태로▲필요한 정보를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고▲정체성을 확보하라

이 대표는 인터넷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것은 큰 변화이고 미디어의 입장에서 모바일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의 PC 컨텐츠는 신문의 컨텐츠를 그대로 옮기는 수준이었지만 모바일은 이 방법이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항상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출 것을 당부했다. 이어 현재 많은 언론사들과 미디어 서비스의 컨텐츠가 공급자 입장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이제는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 컨텐츠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은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배달의 민족’을 들었다. 이 대표는 “배달의 민족엔 오토바이의 배달원 캐릭터라는 정체성이 있다”며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텍스트의 폰트조차도 사용자가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이용할 때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2017 ‘체인지온’에서 이석우 조인스 공동대표 ⓒ다음세대재단

세번째 세션은 ‘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진화로 나영석 CJ E&M PD의 강연으로 시작했다. 나 PD는 tvN의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기획한 경험을 토대로 초심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기획할 것을 당부했다. 결과물의 판단은 시청자가 하기 때문에 기획에 지나치게 얽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다음으로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의 ‘디지털 사춘기 시대, 미디어로서 비영리단체’ 강연이 이어졌다. 강 대표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심화되고 있는 ‘필터 버블 현상’에 대해 말했다. 필터 버블은 사람들이 맞춤형 정보를 접할 때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인데, 이 때문에 개인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화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필터 버블 자체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라며 “어떡하면 서로 다른 버블들을 연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강연은 ‘대리사회’를 쓴 김민섭 작가가 맡았다. 김 작가는 ‘타인에게 물음표를 전하는 방법’을 주제로 “스스로를 향한 물음표에서 점차 주변과 사회를 향한 물음표를 던져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행사를 마치며 방대욱 대표이사는 “평소 어렵게 느껴졌던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그리고 미디어 부분에 대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라며 “모든 단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사람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변화로 이어지는 게 체인지온의 목표”라고 밝혔다.

윤종수 이사장의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 올해는 이례적으로 400여명의 청중이 모였다. ⓒ다음세대재단

 

백다니엘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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