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사회공헌정보센터 10주년… 이제는 콜렉티브 임팩트다

2017 글로벌 사회공헌 포럼 현장… ‘협력하는 힘, Collective Impact’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 10주년 기념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용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은 “과거엔 기업들이 단순 기부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우 소장에 따르면, 기업들이 사회복지나 재난 구호 등에 쓴 사회 공헌 지출 총액은 2006년 1조8048억원에서 2015년 2조9020억원으로 60%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사회 공헌 활동비 지출 비율은 같은 기간 0.12%에서 0.19%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0.11%)이나 일본(0.09%) 기업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할 때가 왔다”고 지적하면서 “사회공헌의 질적 성장을 위해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회문제가 복잡 다양해짐은 물론 사회공헌의 평가기준이 ‘시행여부’에서 ‘임팩트’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2017 글로벌 사회공헌 포럼이 열렸다. ⓒ사회공헌정보센터

기업의 사회공헌 협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지난 28일 정부, 기업, NGO,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사회공헌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사회복지협회 사회공헌정보센터 설립 10주년을 맞아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협력의 힘,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라는 주제로 ‘2017 글로벌 사회공헌 포럼’이 개최됐다.  

 

◇“‘조율’이 콜렉티브 임팩트에 힘 실어준다”

기조연사자로 나선 필립 시온(Philippe Sion) FSG 매니징 디렉터는 “단순히 협력의 여부 보다 의제에 따른 협력 모델을 설정하고, 검증 과정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SG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ed Shared Value) 개념을 처음 주장한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 교수(하버드대)가 설립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다. 

‘2017 글로벌 사회공헌 포럼’에 참석한 (왼쪽부터)김정태 MYSC 대표, 홍순연, 삼진어묵 커뮤니케이션본부 이사, 네키 카오리 A-PAD COO, 필립 시온 FSG 매니징 디렉터,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 최일섭 서울대 교수, 고대권 코스리 미래사업본부장. ⓒ사회공헌정보센터

특히 시온 디렉터는 실행과정 만큼이나 검증 단계도 중요한데, 이는 정보 투명성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평가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속한 운영위원회는 물론 한 프로젝트에 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정보공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시의 자치구인 스태튼 아일랜드가 ‘고교 졸업생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해당 운영위원회는 30개의 다양한 기관 대표자들로 구성돼 있어요. 프로젝트의 효과를 높이고, 보다 다양한 의견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위원회는 사업 참여 기관들의 사업 내용 및 진행사항을 모두 볼 수 있어요. 이 덕분에 사업이 끝난 후 다시 협력 지표를 삼는 데 있어서 협력 정도, 참여도, 자원의 동원 등 사업 전략을 다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었죠.”

필립 시온 FSG 매니징 디렉터가 ‘콜렉티브 임팩트’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회공헌정보센터

시온 디렉터는 조정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조정자가 갈등 완화, 역할 분배 등 사업의 방향을 조정해 주면서 프로그램의 추진력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콜렉티브 임팩트 사례 중에서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해당 지역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연구가 선행돼야 하고 지역 사회의 어떤 리더에게 접근해야 할 지도 막막하기 때문”이라면서 “FSG는 지역에 친근하면서도 권위가 있고 소통에 능한 사람 또는 단체를 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렉티브 임팩트의 핵심은 ‘조율’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재난 현장을 돕는 글로벌 구호 NGO인 A-PAD의 네키 카오리(Neki Kaori) 최고운영책임자(COO) 또한 일본의 ‘긴급 재해 대응 얼라이언스’(SEMA)를 소개하면서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키 카오리 A-PAD 최고운영책임자(COO). ⓒ사회공헌정보센터

카오리 COO는 “자연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일본은 신속한 구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콜렉티브 임팩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각 영역들이 잘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지만, 여러 조각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완성도가 채워진다”고 강연했다. 

이에 그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역할과 시행 과정을 조율하는 별도의 연계조직이 필요하다”면서 “일본의 경우 야후 재팬이 그 역할을 했는데 재난시에 정보 허브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관계자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정부는 긴급 재해 대응 얼라이언스를 통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2개월 반만에, 지난해 구마모토 지진때는 단 1개월만에 피난민들을 가설주택으로 이주시킬 수 있었다.

 

◇“콜렉티브 임팩트, 우리는 이렇게 적용했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기업들도 다자간 협력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은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NGO 등 8개 단체와 손을 잡고 사회공헌을 시작했다. 지난해 발달장애인을 소프트웨어 및 IT 테스터로 양성하는 ‘하나 파워 온 임팩트’를 출범한 것.

김정태 MYSC 대표이사는 “하나 파워 온 임팩트는 파트너기관(한국의학연구소, 한양대, 신촌세브란스 병원 등)-코디네이터 조직(MYSC)-소셜벤처와 비영리단체-지속가능위원회(발달장애인 보호자와 외부 자문위원 등)라는 체계적 구조 아래 돌아간다”면서 “기획, 행정, 후보자 발굴, 테스터 교육, 현장 인턴십 등 각 단계에 따라 각기 다른 단체들이 모였다 헤쳤다를 반복하며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정태 MYSC 대표이사. ⓒ사회공헌정보센터

하나 파워 온 임팩트는 하나금융그룹이 프로그램의 주최 및 기획, 후원을 맡고 한양대 학내 산학협력 기업인 한양대 LINC 사업단이 전문적 자문을,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기관인 MYSC가 성과 달성을 위한 필요 자원 및 네트워크를 연결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부금을 배분하며 사업 성과를 관리하고 소셜벤터와 사회적기업들이 발달장애인의 직무 교육에 나선다. 

삼진어묵도 지자체, 시장상인 등과 함께 본사가 위치한 부산의 도시재생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4월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장인 기술을 전수해주는 ‘영도 대통전수방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대통전수방은 장인의 기술 및 실무 전수로 창업을 도울뿐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사람과 기술, 지역을 연결하고 침체된 원도심 회복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다.

홍순연 삼진어묵 커뮤니케이션 본부 이사. ⓒ사회공헌정보센터

국토부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부산 영도구 봉래 1동에 2020년까지 국·시비 등 182억 원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행정 및 하드웨어는 영도구가, 프로그램은 삼진어묵이 만든 비영리단체 삼진이음이 담당한다. 삼진이음은 전통적인 기술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낸 삼진어묵이 이러한 기업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지난해 말 사단법인 형태로 만들었다. 

“도시재생 사업의 마중물을 정부가 하더라도 지속성은 담보하지 못하잖아요. 민간 특히 자산을 가지고 있는 기업과 문화 및 역사적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지역 사회가 협력한다면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지 않을까요”(홍순연 삼진어묵 커뮤니케이션 본부 이사) 

한편, 이날 행사에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과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학계, 현장 전문가, 사회공헌 담당자 등 250여명이 참여했다. 기업 사회공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개 기업(세아제강, 한국가스기술공사)과 개인(현광희, 한진중공업 차장)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서상목 회장은 “정부, 기업, 사회단체 간의 파트너십을 장려하기 위해 지역사회공헌기업 인증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 단위로 각종 나눔사업과 지역혁신사업 추진과정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지역사회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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