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현장 활동가들이 들려주는 난민 이야기…제2회 Moving stories 현장

난민들이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는 평균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보통 5년에서 10년 아닌가?

아니야, 10년 이상은 캠프에서 보내지!

지난 11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무대에 선 유엔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의 박미형 소장이 난민 관련 퀴즈를 내자, 180여 명의 청중이 저마다 답을 유추했다. 박 소장이 “정답은 국제이주기구 페이스북에서 공개하겠다”고 하자, 곳곳에서 아쉬움 섞인 탄식이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난민’을 검색하며 답을 찾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행사는 잊혀진 발걸음을 따라 Moving Stories – 삶의 희망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하 무빙스토리즈). 유엔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가 전 세계 난민캠프 활동가들을 초청해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제2회 무빙스토리즈는 장기화된 남수단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들과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고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행사 진행을 맡은 IOM 한국대표부의 박미형 소장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난민은 특정한 상태에 있을 뿐,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진행을 맡은 박미형 소장이 난민에 대해 소개했다. 난민은 재난 또는 장기화된 분쟁 등으로 오랫동안 집을 떠나 사는 이들을 말한다. 전 세계 32곳 난민캠프에 거주하는 난민의 경우, 평균 10년 이상씩 캠프에 머물기도 한다. 박 소장은 “난민들이 우리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며 “연민이나 동정보다는 공감을 하고, 아울러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 자리를 통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3개월만에 100만명…방글라데시·남수단·아프가니스탄 난민 현주소

“콕스바자르는 언덕이 많고 과거에 산림이 있었던 지역입니다. 강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적기 때문에 캠프를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딜레마입니다. 그런 곳에 3개월 만에 100만명이 난민으로 들어왔습니다.”

첫번째 연사로는 IOM 방글라데시 사무소의 페피 시딕 프로젝트 매니저가 무대에 섰다. 그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캠프의 소식을 전했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은 난민의 숫자는 100만명. 우리나라 고양시의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시딕 매니저는 “고양시가 갑자기 생겼다고 상상해보라”며 갑작스럽게 불어난 난민 수용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콕스바자르 난민의 절반 정도가 18세 이하의 아동과 청소년입니다. 부모가 총살이라도 당하면 이들이 학교도 포기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됩니다. 부모님이 있는 아이들도 10%만이 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첫번째 연사로 나선 IOM방글라데시 사무소의 프로젝트 매니저 페피 시딕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이중 집이 불타버려 아무런 소지품도 챙겨오지 못한 경우에는 정착이 더 어렵다. IOM 방글라데시 캠프는 난민들에게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옷과 개인 위생용품, 가축 도구, 음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홍역 예방에 필요한 백신과 100만명에 충분히 나눠줄 식수가 부족해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IOM 남수단 사무소의 티야 마스쿤ⓒ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남수단의 IOM캠프에서도 난민을 위한 지원이 활발하다. IOM 남수단 사무소의 티야 마스쿤은 캠프 안팎으로 펼치는 인도주의적 활동과 귀환을 수월하도록 돕는 심리 상담, 직업 역량 개발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 내전으로 남수단에서는 600만명이 여전히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분쟁 때문에 농부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목축업자도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게 됐습니다. 농장을 닫을 수 밖에 없으니, 공급이 줄어들어 식량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난민이 부담해야 할 몫이 됐습니다.” 

식량 문제만이 아니다. 티야 마스쿤은 “남수단 내 분쟁이 반복되면서 위기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피해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자연 재해로 땅이 황폐해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귀환 이주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IOM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의 로렌스 하트 소장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아프가니스탄은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아프가니스탄은 분쟁 지역임에도 많은 난민들이 다시 돌아가고 있다. IOM 아프가니스탄 사무소의 로렌스 하트 소장은 “상황은 열악하지만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로 귀환을 결심한다”며 ”아프가니스탄은 안정과 불안정 지역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지만, 귀환 자체에 희망을 갖고 견고하게 잘 견디는 이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트 소장은 귀환 이주자들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귀환하는 이주자들은 IOM의 상담 서비스를 받고 정보를 얻으며, 소셜미디어(SNS) 활용도 활발하다. SNS를 사용하는 난민은 700~800명에 달하며, 그들은 연결망을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고 귀환길에 오른다.

◇모든 사람이 최전방에서 구호할 수 없어… 기여는 다방면으로 가능

난민들을 위한 우리의 역할이 무엇이고, 어떤 기여를 해야할까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한 청중이 물었다. 이에 세 명의 연사는 모두 입을 모아 답했다. 

질문에 답하고 있는 로렌스 하트 소장 ⓒ유예림 청년기자

하트 소장은 “국제 기구와 최전방에서 일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람이 많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분야에서 다방면에서 기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나 교수가 되어 문제를 분석하고 잘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학계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대중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말했다. 

시딕 매니저는 “직접 가지 않더라도 자원봉사 등 다른 일을 하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교사를 하면서 난민 캠프에서 쓸 수 있는 특정 교재를 번역하는 경우도 있었고, 소일거리로 데이터 입력을 돕는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는 굉장히 많다”고 덧붙였다.  

유예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