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⑧] 2017 세계자원봉사협의회 아태지역 자원봉사회의에선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을까?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세계자원봉사협의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Volunteer Effort · IAVE) 아태지역 자원봉사회의가 열렸다. IAVE는 1970년에 탄생하였으며 전 세계 70여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일한 글로벌 자원봉사 조직이며, 아태지역회의는 2년 한 번씩 열린다. 한국에서도 30여명이 넘는 자원봉사 관련 단체 담당자들이 참여해 열심히 배우고 경험을 공유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 JA Korea는 ‘JA 대학생 자원봉사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가난, 질병, 교육, 분쟁 그리고 재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온갖 어려움과 싸우는 자원봉사 단체들.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애쓰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성공한 사례를 공유하며 네트워킹을 하느라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세계자원봉사협의회 아태지역회의에 다녀온 여문환 JA코리아 사무국장.

특히 이번 행사는 젊은 대학생들의 자원봉사회의가 함께 열려 뜻깊었다. 음악과 노래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동들을 돌보는 한 대학생 자원봉사단체에서는 회의 내내 쉬는 시간마다 기타를 메고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줘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회의 분위기에 흥을 돋우워 주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라는 국가가 주는 개최지 장점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 나라는 구정, 석가탄신일, 이슬람과 힌두교 명절 그리고 크리스마스까지 국가공휴일로 지정하였듯이,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구성된 국가이다. 한국보다 훨씬 복잡한 문화적 갈등과 오해가 얽혀있지만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모토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다종교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그 장단점을 동시에 보여줬다. 문화적 포용성은 높았지만, 어려움 또한 존재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암방지협회 담당자는 이슬람 사회의 ‘일부다처제’ 제도 때문에 이슬람 여성 유방암 환자들이 이혼을 두려워하여 가슴 절제수술을 꺼린다고 한다. 각국이 처해있는 문화적 환경이 야기하는 문제들은 다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단순한 노동력만 제공하는 자원봉사 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야 한다. 즉, 자원봉사 활동의 전문화와 전략화 그리고 지역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IAVE는 전세계 자원봉사활동 진흥을 목적으로 1970년에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다. 이미지를 누르시면 IAVE 홈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우선 자원봉사 활동의 순수한 동기와 뜨거운 열정과 함께 우리는 민간과 국가가 할 역할에 대해 객관적이고 혁신적인 대안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지나치게 정부 의존적 자원봉사 시스템이 갖추어 진 것이 문제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정부 주도적 법률과 예산이 민간 영역 자원봉사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필수적 요건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각 나라의 정부와 규제당국 그리고 국회를 향한 애드보커시(advocacy)가 필수적이다. 

둘째로, 유엔이라는 거대한 관료조직에 대한 환상이다. 물론 글로벌 거버넌스 조직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명분은 있겠지만, 실제로 얼마나 인적, 물적 그리고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효율적 국제기구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쩌면 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미국 주도로 태어난 이 조직은 수명이 이미 지났는지도 모른다.

끝으로 이번 회의에서 아쉬운 점은 일본에서 참석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사회 곳곳에서 다양하고 우수한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자원봉사 영역에서 선두주자다. 일본에 대한 역사적 기억과 아픔은 의미있게 간직함과 동시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그들이 이룩한 자원봉사의 훌륭한 노하우를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것이다.

현재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Junior Achievement Korea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2년, JA Korea의 한국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연간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장경제와 금융교육, 창업교육 그리고 진로 및 직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취득, 영국 외무성 췌브닝 장학생으로 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쟁학 석사를 마쳤으며 경기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간외교포럼인 아린(我隣), 미국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오스트리아 Global Salzburg Program, EU Visiting Program등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영화 속의 국제정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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