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 주최
4차 교육혁명 교육자 포럼 현장과 뒷이야기
청중들의 머리 위로 스마트폰이 여기저기서 솟아났다. 발표되는 슬라이드가 넘어갈 때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많은 사람들이 연신 스마트폰을 눌러댔다. 특히 생소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상세한 교육방법이 소개될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더욱 발표자에게 집중됐다. ‘구글어스(Google Earth)’, ‘구글 블록스(Google Blocks)’, ‘틸트 브러쉬(Tilt Brush)’, ‘소셜 매트릭스(Social Matrix)’, ‘행아웃(Hangout)’…… 어른들에게도 생소한 디지털 도구가 우리나라 교육의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지난 달 3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구글캠퍼스서울에서 4차 교육혁명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포럼이 개최됐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aracy)란 디지털에 관련된 전반적인 소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 기본 상식은 물론, 개인정보, 저작권, 초상권 보호를 의미하는 디지털 윤리, 나아가 디지털 컨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날 열린 ‘4차 교육혁명 교육자 포럼’은 지난 8월부터 서울, 경기권 내 122개교의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에서 진행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그 결과를 교육 관계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박일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 회장은 “요즘 4차 산업혁명으로 나라가 뜨거운데, 우리는 아직도 아이들에게 디지털에 대해서 쓰지 말라고 교육한다”며, “아이들에게 단순히 코딩만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포럼의 문을 열었다.
포럼은 박 회장의 기조 연설을 시작으로, 강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직접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교육혁신을 시도한 사례들을 선보였다. 발표된 사례는 ▲동물 없는 미래의 동물원 ▲VR 세계 문화 지도 ▲꿈 찾아 떠나는 진로 여행 ▲화상 토론으로 정리한 남녀평등 ▲우리는 세계유산 가이드 통역사 ▲14살 상상 콜라보 ▲말문을 열어주는 디지털 토론 ▲세계 인권 지도 ▲우리가 분석한 대중들의 진짜 심리 ▲우리가 직접 연구한 AI시대 직업 등 총 10가지의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모두 기존 교과과정에서는 쉽게 시도되지 않았던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것은 물론, 어려운 주제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었다.
발표에 나선 강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인권과 같은 어려운 주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니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관심이 필요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디지털을 활용한 수업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따라와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공유하고, 그 경험이 나중에 다른 삶을 살아갈 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사들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아이들과 교사 본인에게도 많은 통찰력을 주는 교육”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10개의 사례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진행된 122개 학교의 교육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했다. 정 교수는 “교육 받은 집단과 받지 않은 집단을 비교해보니, 교육 받은 집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교육적 효과가 있고,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라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역량도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점진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포럼 마지막에는 김묘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 부회장이 ‘헤비엠(HeavyM)’이라는 무료 소프트웨어를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융합되는 색다른 경험에 대해 언급하며, 교육현장에서도 아이들에게 헤비엠을 활용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하는 교육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김 부회장은 실제로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부터 활용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한 뒤, 이를 직접 다수의 프로젝터를 활용해 보였다. 헤비엠의 효과를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제공됐고 신나는 클럽음악과 미러볼은 한층 포럼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만약 디지털 기술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된다면 디지털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하기 싫은 공부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지털을 교육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한다면 공부의 수준이 깊어지고, 다소 따분할 수 있는 주제까지 효과적인 공부가 가능할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우리나라 고질적인 교육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박 회장의 말처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더 많은 교육현장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김태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