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과 연하장애를 가진 여섯 살 현서
여섯 살 현서(가명)는 하루 대부분을 누워서 보냅니다. 현서는 뇌병변장애 1급, 말은 아직 옹알이 수준에다 몸에 힘이 없어 제대로 앉지도 못합니다. 밥을 먹을 땐 왼손만 겨우 숟가락을 쥐지만, 제대로 먹지는 못합니다. 음식을 식도로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등과 허리의 힘이 약해 자꾸만 넘어지는 현서를 붙들고 분유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겨우 먹입니다.
그래도 현서는 엄마의 살아갈 이유입니다. 미혼모로 혼자 현서를 낳은 엄마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현서를 보는 순간 ‘살아야할 이유가 생겼다’고 합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뒤, 설상가상으로 현서 아빠도 떠나버린 상황. 엄마는 현서를 위해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분유값과 재활치료비를 벌었습니다. 현서를 안정적으로 기르기 위해 미혼모 시설에도 들어가 생활했습니다.
◇곰팡이 피는 컨테이너 집, 이사가 시급했습니다
3년이 지나자 시설에서도 자리를 비워줘야 했습니다. 현서네는 무일푼으로 보증금 50만원, 월세 25만원의 조립식 원룸을 얻었습니다. 컨테이너로 만든 조립식 건물은 뜨거운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고 습기가 차 곰팡이가 폈습니다. 호흡기가 좋지 않은 현서는 여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엄마는 월세를 내기 위해 현서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시장 국밥집에서 일을 했습니다. 현서가 받고 있던 *도수치료는 다른 아이들보다 적은 횟수로 줄여야 했습니다.
현서가 아프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면 이사가 시급했습니다. 재활치료비도 절실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모녀의 사례를 담당하던 전라남도 순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현서와 엄마를 돕기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약 한 달만에 3132명 네티즌들의 손길로, 860만5000원이라는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저희 아이도 뇌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재활치료 중입니다. 힘내세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생명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등 따뜻한 응원의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복지관은 소중한 댓글을 모두 모아 현서 모녀에게도 선물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에 감사합니다.
◇쾌적한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모녀
모인 후원금으로 현서는 쾌적하고 안전한 건물의 원룸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모녀가 앞으로 1년 정도는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된 겁니다. 한 달씩 연장해가며 간신히 받아왔던 재활치료도, 전문가들의 도움 덕에 앞으로 2년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현서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들었던 현서 엄마도 조금은 넉넉하게 세상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복지관도 지속적인 사례관리로 현서 모녀의 더 나은 삶을 응원할 예정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현서네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웃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한겨울 추위는 유난히 더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몇 주만 기다리면 다가올 새해,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명절 상차림을 마련할 수 있게 지원하는 순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