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낭만이 공존하는 국제개발학 스터디 ‘낭공스’

파농, 그람시, 넉시, 푸코, 허쉬만, 니체, 루이스…. 듣기만 해도 으리으리한 거장들의 책을 읽는 국제개발학 스터디가 있다. 국제개발학 스터디 낭공스’다. 이전까지 국제개발학 스터디들이 ODA(국제개발협력) 자격증을 준비하는 게 전부였다면, 낭공스는 다르다. 빈곤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며, 현장에서 실용적으로 쓰일 이론과 스킬까지 망라해 공부한다. 

낭공스는 2012년 경희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학생들을 주축으로 시작됐다. 이후 6년간, 1기부터 현재 13기에 이르기까지 약 300명이 넘는 인원이 낭공스를 다녀갔다. 각 기수마다 다른 주제로 국제개발학에 필요한 학문들을 추가해 공부한다. 스터디 시작 전 운영진이 스터디의 주제와 커리큘럼을 정하고, 이후 온라인을 통해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식이다. 

낭공스에 참여할 기회는 경력과 학력,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장(場)을 만들기 위해 정한 규칙이다. 덕분에 스터디원 대부분이 NGO에 종사하는 실무자와 학생들이지만, 이들의 전공은 의학, 간호학, 법학, 공학 등 다양하다.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넘나들 정도다.

낭공스의 스터디 현장. ⓒ국제개발학 스터디 낭공스

 

◇이론에서 실무 까지…나와 세상을 고민하는 계기로

 

자칫 실무에만 갇힐 수 있는데, 국제개발학에도 여러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음을 스터디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낭공스는 어떤 것들을 공부할까. 첫 스터디의 주제는 ‘시민단체가 개발협력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였다. 시민단체의 역할을 고민하고, 각 단체의 사업 성과를 평가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스터디원들은 각 단체들이 국제개발을 하는 이유 등 본질적인 사항들을 함께 나눴다. 이후엔 인터뷰와 설문조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 실무적인 스터디도 했다.  스터디에 참여한 박희영(32·컨선월드와이드한국)씨는 “일을 하다보면 실무에만 갇힐 수 있는데 여러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을 스터디를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스터디에 참여한 이들은 낭공스 8기 ‘나를 영화롭게 하소서’를 가장 기억에 남는 스터디로 뽑았다. 국제개발협력 사업현장에서 새로운 문화와 인종을 접했을 때 부딪힐 수 있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괴리를 고민해해보는 것이 주제였다. 박종남씨는 “보통 활동가는 일은 많이 하면서 계약직이고 활동비는 적게 받는데, 현장에서 주민들은 활동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존감이나 정체성이 사업을 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고지혜(33·통번역사)씨는 “8기 스터디는 스스로를 뜯어보고 이해하는 시간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개인적인 꿈과 이상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현실과 가족, 친구, 사람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까지 수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반성해본 계기”라고 소감을 말했다.

11월 중 시작하는 낭공스 14기는 양적방법론(통계를 이용하여 사업의 흐름을 정리하는 방법)을 공부할 예정이다. 수학적이고 경제학적인 것이라 실무자들도 힘들어하는 방법론이다. 박종남씨는 “실제로 어떤 마을이 안고 있던 문제 A가 B로 변해서 좋아져도, 외부 측정기관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C를 측정해 사업이 잘못 됐다는 잘못된 평가를 하기도 한다”라며 “실무자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사업의 성과를 스스로 측정하는 방법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주제를 정하게 됐다”고 했다. 

초기 멤버 박종남씨. ⓒ국제개발학 스터디 낭공스

 

◇책 발간에서부터 정기적인 공개세미나까지

 

낭공스의 활동 범위는 비단 스터디뿐 아니다. 국제개발학 관련 도서를 출간하며, 공개세미나도 정기적으로 연다. 낭공스는 <SDGs, 음유와 담론>, <개발평가, 모호한 문법> 등 2권의 책도 발간했다. 올해도 14기 스터디를 마친 후 분석방법론에 대한 책을 펴내고, 개발학의 바이블로 읽혀지는 로버트 챔버스(Robert Chambers)의 저서도 번역할 계획이다. 챔버스는 전 세계적인 개발학자지만 아직까지 한국어로 번역 된 책이 없었던 상황. 낭공스의 번역 및 출판이 한국의 국제개발학에 큰 의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낭공스의 계획은 이 스터디를 딱 10년만 하는 것. 앞으로 4년이 남았다. 이후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CDRA(Community Development Resource Association)처럼,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함께 궁금증을 풀고 고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다.

낭공스 스터디의 신규 스터디원 모집 계획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비정기적으로 올라오는 공고로 확인 가능하다. 

 

정빛나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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