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청소년들이 독서를 통해 나와 세상을 한 뼘 더 알아가기 때문이죠. 특히 이주·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책은 ‘엄마의 나라’를 이해하는 창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나라의 문화나 지역, 영웅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을 읽고 엄마와 한결 가까워집니다. 엄마도 책을 통해 서툰 한국어로 다 들려주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아이와 나눕니다.
◇마음껏 책을 보기 힘든 이주·다문화가정 아이들
하지만 이주·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마음껏 책을 읽기 힘듭니다. 대부분 농촌이나 도서지방에 사는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너무 멉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낮동안 혼자 집을 지키는 아이들이 도서관까지 혼자 갈 수도 없습니다. 하루하루 궁금한 것은 늘어가는데, 궁금하고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마음껏 사지도 못합니다. 고생하는 부모님에게도 차마 책 사달란 말을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유명한 책 시리즈를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너 새로 나온 A 시리즈 읽었니?” 책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이주·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작아집니다. 또래 친구들은 신간이 나오자마자 부모님이 사주지만, 이주·다문화가정 아이들은 그러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라면서 점점 느끼는 차별감이나 위축감에 힘들어할 아이들…. 더이상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는데도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 선물을 주기 위한 희망의 모금함
이에 희망의친구들이 나섰습니다. 한 달에 한 권씩 이주·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선물하기로 한겁니다. 희망의친구들은 지난해 8월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많은 네티즌 분들이 아이들의 사연에 공감해주셨습니다. “네가 이주가정이라서가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니까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 “나도 외국에 있다 와서 한국어를 늦게 뗐어, 괜찮아” 같은 응원의 댓글도 많이 달렸습니다.
기업도 나섰습니다. KT&G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약 473만원의 성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약 1000명의 네티즌 분들과 기업 임직원의 따뜻한 손길로, 약 두 달 간 639만3700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책으로 선물한 희망
모인 후원금으로 희망의 책 꾸러미가 만들어졌습니다. 희망의 친구들은 2016년 11월부터 이주·다문화가정의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자신이 직접 고른 책을 선물했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골라 주기 위해 지역 상담소(협력기관)들도 함께 도왔습니다. 이렇게 2017년 4월까지 총 591권의 책을 경기도 수원·안양·안산 지역 가정에 선물했습니다. 이중 49권은 3개 상담소에 나눠서 비치하여 찾아오는 아이들도 읽게 했습니다.
11살 성휘(가명)는 엄마의 나라인 몽골의 영웅 칭기스칸 책을 신청했습니다. 센터 선생님은 직접 성휘에게 책을 선물해줬습니다. 엄마는 성휘에게 엄마나라의 영웅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성휘도 기뻐하는 엄마 얼굴도 보고 엄마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기쁘다며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올해 13살이 된 수진(가명)이는 <바다가 그리울 때>란 책을 신청했습니다. 이 책은 아빠와 아들의 짧은 바닷가 여행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수진이는 엄마 아빠와 여기저기 여행을 가고 싶지만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하며 고생하시는 탓에 말을 꺼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작년 11월에 보내준 이 책을 읽고 수진이는 겨울방학 동안 외로운 마음을 한결 덜었습니다.
희망의친구들은 앞으로도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꾸준히 책을 선물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자신의 미래를 조금씩 꿈꾸면서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봐줄 예정입니다. 이주·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구김 없이 희망을 안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계속 관심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