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레디~액션!” 스마트폰에 담은 우리들 이야기

롯데시네마 영화제작교실

 

 

“스마트폰을 이곳에 끼워 막대기를 들고 움직여보세요. 아무리 흔들고 움직여도 화면은 수평을 유지하고 있죠? 이 도구를 ‘짐벌(gimbal)’이라고 해요.”

 

학생들의 시선은 홍윤희 강사의 손에 들린 짐벌에 집중됐다. 얼핏 ‘셀카봉’처럼 보이는 짐벌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이들은 강사의 설명대로 스마트폰을 장착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짐벌은 특수 센서가 탑재돼 있어 회전 방향이나 기울어짐을 자체적으로 측정하고 항상 수평을 유지하거나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게 해요. 자, 이제 짐벌을 들고 걸으면서 친구를 찍어봐요.” 아이들의 입에서 “신기하다”는 감탄이 연신 나온다.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는 친구를 따라 달리는데도 화면엔 흔들림이 없다.

롯데시네마 영화제작교실이 열린 지난 13일, 수유중 교실에서 참가 학생이 슬레이트를 치고 있다. ⓒ롯데시네마

지난 6일 오후 1시, 서울 강북구 수유중학교 1학년 4반 교실에선 영화 제작 수업이 한창이었다. 25명의 수유중 1학년 학생들은 5명씩 다섯 조를 만들어 앉았고, 조마다 영화 전공 대학생 멘토들이 한 명씩 함께했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객 앞에 선보이게 되는지를 배우는 시간. 참가 학생들은 카메라 렌즈와 영상의 종류, 배급 과정 등 이론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고 영화 제작에도 직접 나선다. 올 연말에 있을 수업 마지막 날, 직접 만든 영상을 롯데시네마 영화관 등지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관람한다. 3회 차 수업인 이날은 다음 주에 있을 영화 촬영을 위해 미리 촬영 기법을 배우는 날. 홍윤희 강사의 열띤 강의와 실습이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이어졌다.

짐벌에 스마트폰을 끼우고 이리저리 돌려보는 대학생 멘토와 아이들. ⓒ박민영

롯데시네마는 청소년들에게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해 꿈과 희망을 키우는 ‘롯데시네마 영화제작교실'(이하 영화제작교실)을 지난 8월 시작했다. 영화제작교실은 롯네시네마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이 함께 추진하는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 진로 교육 프로그램이다. 영상 전문가인 강사와 보조강사로 활약하는 대학생 멘토단이 매주 한 번 2시간씩 영상 제작 이론과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실습 교육을 전개한다. 현재 수유중과 경기 안산의 선일중에서 동시에 진행, 8월부터 12월 말까지 수업이 이어진다.

왜 영화 제작 교육일까. 국성호 롯데시네마 커뮤니케이션 CSR담당은 “그동안 영화·극장업계가 저소득층을 위한 기부나 영화관 관람 등의 사회공헌은 많이 했지만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 진로 교육은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동시에 영화 제작 교육은 청소년의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되면서도 롯데시네마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답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 제작에 나선 수유중 학생들. ⓒ롯데시네마

영화제작교실의 대표적인 특징은 아이들이 장기간 동안 영화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기업과 지자체에서 아동·청소년들에게 영상 제작 체험 기회를 제공했지만 수업은 몇 시간이거나, 최대 반나절 진행되는 게 다였다. 반면 영화제작교실은 한 학기 내내 교육이 이어지기에 수업의 질과 참가자 만족도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사회공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지속성’과 ‘깊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일회성 봉사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 차원으로 확장하려면 일정 기간 이상의 활동과 철저한 분석과 조사가 있어야 하죠.”

영화제작교실의 총괄 매니저인 손식 아이들과미래재단 사업1팀 선임은 “예술 진로 교육을 한 학기 내내 정기적으로 진행해 좀 더 체계적인 진로 탐색 교육이 가능해졌다”면서 “프로그램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부산영상미디어센터 등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영상 제작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도 교육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커리큘럼도 영화제작교실의 강점이다. 수업은 이론 학습부터 영상 시청, 토론, 실습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아무리 커리큘럼이 탄탄해도 재미가 없다면 효과성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롯데시네마와 아이들과미래재단은 다양한 교육 기획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교육 컨설팅 업체를 찾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아이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1인 미디어 제작도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수유중 롯데시네마 영화제작교실 참가 학생과 대학생 멘토가 짐벌을 들고 영상을 찍고 있다. ⓒ박민영

수업에 참가한 고일원(14)군은 “평소 만화를 좋아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수업에서 1인 영상도 체험하게 되니 상상력이 풍부해졌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배우가 꿈인 장다연(14)양은 “평소 가슴에만 품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생각이 정리돼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영화제작교실을 내년에도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규모를 더 키워 대상 학교를 점차 늘리고 커리큘럼 다양화도 고려 중이다. 강동영 롯데시네마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올해 활동이 영화 제작에 대한 흥미를 이끄는 수준이었다면 내년에는 입문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들고 아이들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