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강서구자원봉사센터-조광요턴 ‘안전한 마을 만들기’
부산 강서구는 대규모 산업단지의 메카다. 녹산국가산업단지를 비롯, 신평・장림, 신호, 부산과학, 화전, 미음, 생곡, 강서보고 등 10여개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돼있다. 강서구 미음동과 녹산동 일원에는 567㎡ 면적의 국제산업물류도시까지 조성 중이다. 위치상으로는 낙동강 하구 지역에 위치해있으면서 김해평야와 가덕도 등 도서 지역까지 관할하고 있다. 강서구는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독특한 지역이다.
“강서구에는 산업단지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린벨트가 풀리고, 집을 팔고, 공장이 들어서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주민분들이 예전엔 문 열면 이웃이 있었는데 이젠 옆집도, 앞집도 공장이라고 해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정주 지역이 아닌 공장 지대로 점차 바뀌는 거죠. 그러다보니 밤에는 어둡고, 곳곳에 우범지역으로 느껴지는 공간들이 많았습니다.” (류성숙 부산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전문성 살린 기업 자원봉사, 성공의 첫 걸음
지난 2013년, 강서구 지역 주민들은 마을을 스스로 지키겠다며 나섰다. 중리2구 부녀회에서 마을 입구에 버려진 컨테이너를 활용해 방범활동을 하기로 한 것. 이름하여 ‘베이비부머 안심봉사단’이다. 50대 후반부터 70대 중반의 어르신분들이 주축이 됐다. 사실 2014년 당시만 해도 강서구는 부산에서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범죄건수가 가장 높은 지역(1만916건, 대검찰청)으로 꼽히기도 했다.
마을주민들의 선의는 자발적으로 조직됐지만, ‘안전한 마을만들기’에는 적절한 자원이 필요했다. 오래된 마을이라 낙후된 환경이 문제였다. 주민들은 먼저 “마을 입구가 환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잿빛 시멘트로만 덮혀있던 벽을 바꾸자는 것. 류성숙 부산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지역에 본사를 두고 페인트(도료)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 조광요턴에 벽화길 조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마침, 조광요턴에서는 기업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문의가 왔던터였다.
“기업에서 하고 싶은 자원봉사 분야가 정해져있었어요. 아동 관련해 문화체험을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이 기업이 페인트를 제조한다는 부분에 주목했어요. 기업이 잘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
사실 부산은 우리나라 페인트 산업의 모태다. 1945년 해방 이후 정부 수립까지 미군의 수많은 군수 물품이 부산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 조광페인트,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건설화학이 모두 부산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1960~1970년대 전국적인 주택 개발 붐에 맞춰 페인트산업은 번창했고, 삼화페인트, 노루페인트, 건설화학은 모두 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조광페인트만 부산에 남아 향토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조광페인트는 1988년에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도료업체 요턴(Jotun)과 손잡고 합작법인 조광요턴을 설립했다. 조광요턴은 선박용 페인트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다.
기업의 전문성이 결합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조광요턴은 2014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에 중리2구 벽화길 조성 임직원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20~30명이 한 팀을 이뤄 벽화길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데 센터의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류성숙 부산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조광요턴에서 페인트뿐만 아니라 작업복부터 비닐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온다”고 설명했다. 사전답사를 통해 작업할 벽화 크기와 적합한 페인트 종류까지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것. 내년부터는 지금까지 벽화를 조성했던 곳의 보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 자원봉사, 지역 사회공헌의 접점 만들다
이제 강서구의 중리2구 마을 입구는 눈에 띄게 밝아졌다. 마을 공모사업을 통해 버스 정류장에 가림막도 만들고, 화단도 조성했다. 지역 주민 자원봉사단의 노력에 기업 자원봉사까지 더해지니 마을분위기까지 한층 달라졌다. 류성숙 부산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처음엔 부녀회에서 모여서 활동을 하는 것에 크게 동참하지 않던 지역 주민들도 후원금까지 전해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광요턴은 중리2구 벽화길 조성을 시작으로 지역과의 접점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애초에 기업이 원했던 지역아동센터 아동들과의 문화활동 지원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류성숙 부산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조광요턴 사장님이 특히 아동에 관심이 많아서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역아동센터에 에어컨이 필요해 도움을 요청하자 지원을 하기도 했다.
“강서구 내에 위치해있어도, 기업임직원분들은 마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잘 몰라요. 그런데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면서,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수시로 이것저것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검토한 후 여건이 되면 대부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는 편이죠. 조광요턴 임직원분들은 특히 한 번 하면 제대로 하자는 마인드라서 저희에겐 든든한 지원군입니다(웃음).”
<기업 자원봉사 파트너십, 이렇게 해보세요>
-류성숙 부산시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의 TIP
Q1. 기업의 특성을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했나요?
“자원봉사 참여를 원하는 기업 대부분 하고 싶은 활동 분야가 명확히 정해져있지 않아요. ‘우리가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보다 ‘봉사활동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죠. 먼저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길 원해요. 어떤 회사인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사회공헌은 어느 분야를 주로 하는지 등 먼저 파악을 하셔야합니다. 이후 상담을 할 때 회사 특성에 맞춰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해요. 조광요턴의 경우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을 때, 회사 특성을 생각했어요. 지역 주민들의 니즈를 말씀드리면서 참여하시기를 권해드렸습니다.”
Q2. 기업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했을 때 강점은 무엇이었나요?
“페인트 전문회사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기업은 기업이 가진 특성에 맞는 활동을 하면서 만족도가 높고, 수혜자와 실무자는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눈으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이다보니 지역사회에도 확산되고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강서구 지역이 가진 어려움을 알고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Q3. 기업과 자원봉사 활동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마을벽화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반응이 시큰둥한 어르신들도 있었어요. 벽화 작업 전, 디자인 작업은 부산의 청년 사회적기업과 함께 진행하는데 시안을 가지고 마을회관에 가지고 가요. 어르신들에게 보여드리고 디자인을 결정하죠. 한 어르신 댁의 벽에는 웃는 아기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마을 입구 벽화를 마지막으로 작업했습니다. 마을에 복이 들어오라고 돼지를 그려 넣었죠. 그런데 이걸 본 어르신이 우리집도 돼지를 그려달라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웃지못할 에피소드죠. 결국 새로 작업을 해드렸는데, 그만큼 지역 주민들이 벽화길 조성 작업에 공감하고 있다고 느낀 계기가 됐어요.”
Q4. 성공적인 기업 자원봉사 활동을 위한 팁이 있을까요?
“처음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이라면 조금 쉬운 것부터 접근하면 좋습니다. 너무 힘든 활동을 하면 지치더라고요. 의미는 있지만, 힘들지 않은 활동부터 권하세요. 봉사활동의 핵심은 지속성인데 먼저 흥미가 생겨야하잖아요.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기획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