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부자나라로 바뀐 게 우리나라 한 곳뿐이라는 말입니다. 1945년 이후부터 1999년까지 약 127억 달러의 원조를 받았으며, 1995년 세계은행의 차관 졸업국이 됐습니다. 2010년부터는 OECD 공여국 모임인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ittee)에도 가입했습니다.
원조는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을까요. 한국은 6·25전쟁 이후 1970년대 말까지 44억 달러 규모의 해외 원조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화로 약 5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당시 해외원조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연평균 국민총생산(GNP)의 12% 정도였다고 해요.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ODA를 통해 정부는 개도국에 (유)무상원조, 기술협력 등을 지원합니다. 유상원조의 경우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사업 형태로 진행됩니다. 기금이 전달되는 개발도상국에 한국 업체가 ‘인프라 개발사업’ 등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UN기구, EU기구 등 국제기구를 통해 출연금을 지원하는 다자간 원조가 있습니다. 총 18억5674만 달러의 공적개발원조 금액 중 13억9577만 달러가 양자간 원조(무상 및 유상원조)로 집행됐으며, 4억6097만 달러는 다자간 원조 자금으로 사용됐습니다(2014년 기준). 다자간 원조는 양자간 원조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 5일, 다자간 공적원조 기관 중 한곳인 글로벌펀드의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 대외협력 이사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글로벌펀드는 지난 2002년, 각국 정부, 시민사회기관, 연구소, 기업과 재단 등이 협력하는 민간공공 파트너십(public private partnership) 기금입니다. 전세계에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날 크리스토프 벤 이사는 글로벌펀드의 임팩트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글로벌펀드의 연간 모금액은 40억 달러(한화 약 4조40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글로벌펀드의 지원으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3가지 질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1700만명이 생명을 구했다고 합니다. 또한 글로벌펀드가 투자한 국가에서는 에이즈, 결핵, 말리리아로 인한 사망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글로벌펀드에 총 3300만 달러(한화 약 372억4380만원)를 기금으로 냈습니다. 글로벌펀드에서는 3년 단위로 국가별 약정기여금을 발표하는데요, 한국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1175만 달러를 약정했습니다. 1년에 392만 달러입니다. 이를 인구수로 나눠보면, 한국 국민이 국제사회에서 3가지 질병 퇴치에 기여하는 금액은 1인당 83원입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어느 수준일까요. 한국 경제규모와 비슷한 나라들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GDP 규모(세계 11위)와 비슷한 캐나다(10위)는 1인당 7553원, 호주(12위)는 3115원 가량 3가지 질병 퇴치에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케냐는 39원 수준입니다. DAC 회원국의 ODA 중 글로벌펀드 평균 지원금액은 2.22%이며, 한국은 0.16% 수준입니다.
글로벌펀드가 3가지 질병 퇴치를 목표로 하는만큼, 각 나라의 제약 및 의료기기 회사로부터 필요한 약과 제품을 조달하게 되는데요. 글로벌펀드의 한국 제약·의료기기 기업의 조달액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연평균 11억2200만 달러의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조달하는데, 한국의 조달 규모는 연평균 2600만 달러라고 해요. 전체 조달액의 약 2.2% 정도에 해당됩니다. 연간 한국의 글로벌펀드 기여금(392만 달러)은 한국 기업의 조달 규모(2600만 달러)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여러분은 한국 정부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글로벌펀드에 얼마를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