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갑자기 나가야 한다니, 막막했어요.”
스무 살 되던 해, 보육원에서 자란 김지연(가명·22) 양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보육원에서 나가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소 후 지연 양이 생계를 위해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콜센터 상담원. 그러나 얼마 안 가 지연 양에게 편도선염이 생겼습니다. 병원에 찾아가니 수술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말을 할 때마다 목이 아파 콜센터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여러분 덕에 자립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그런 지연 양에게 올해 1월,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편도선염 수술비와 생활비로 100만 원을 지원받아 무사히 수술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한 달 정도의 회복 기간을 거쳐 이제는 한 대형마트의 텔레마케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연 양은 월급으로 동생과 함께 맛있는 것도 사먹고, 집도 챙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지연 양이 웃음 지을 수 있게 된 데는 기부자 여러분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475명의 기부자 분들이 아름다운가게의 해피빈 모금함에 모아주신 990만2900원으로 지연 양을 포함한 보육원 퇴소 청소년 4명의 교육비, 생계비, 의료 및 주거비를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손길로 보육원 퇴소 청소년에게 미래의 창을 열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제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김재명(가명·20) 군도 여러분 덕에 꿈이 생겼습니다. 호텔리어가 되고 싶었지만, 보육원 퇴소 후엔 대학등록금, 생활비, 주거비를 버는 것만으로도 바쁘다보니 꿈을 꿀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해피빈 아름다운가게 모금함 중 220만원을 지원받아 중국어 학원에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작은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HSK(중국어능력시험)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HSK3급은 현재 학원을 3개월 동안 다니며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원비로 쓰고 남은 돈은 방 월세와 등록금에 보탤 예정입니다. 당분간 아르바이트 걱정은 없다는 재명 군, 훌륭한 호텔리어가 되어 자신과 같은 보육원 청소년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퇴소 청소년의 ‘한 뼘 더 도약’을 응원합니다
국내에는 지연 양이나 재명 군처럼 보육원 퇴소 후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입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부분 자립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퇴소와 함께 정부에서 자립 지원금 300~500만 원(지역에 따라 상이)이 나오지만, 몇 개월의 생활비면 금새 없어집니다.
“집 값이 싼 지방에서도 월세방을 얻으려면 최소 보증금 수백만 원에 월세 수십만 원이 필요해요. 그런데 300만원으로 주거비, 생활비까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현실성 없는 지원책이죠.”(윤여정 아름다운가게 모금사업팀 간사)
매년 1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 학업, 진로, 생활비 등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2010년부터 이들 중 일부를 계속해서 교육비,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훌쩍 ‘어른’이 돼야 하는 청소년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기반 없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관심과 사랑으로 이들의 홀로서기를 지켜봐주세요.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 동행에 여러분이 함께 발맞출 때,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의 막막한 앞날에 빛이 비칠 것입니다.
▼아름다운가게 해피빈 모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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