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기부 그 후]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립의 꿈

“보육원에서 갑자기 나가야 한다니, 막막했어요.”

스무 살 되던 해, 보육원에서 자란 김지연(가명·22) 양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보육원에서 나가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소 후 지연 양이 생계를 위해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콜센터 상담원. 그러나 얼마 안 가 지연 양에게 편도선염이 생겼습니다. 병원에 찾아가니 수술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말을 할 때마다 목이 아파 콜센터 일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여러분 덕에 자립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그런 지연 양에게 올해 1월,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편도선염 수술비와 생활비로 100만 원을 지원받아 무사히 수술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한 달 정도의 회복 기간을 거쳐 이제는 한 대형마트의 텔레마케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연 양은 월급으로 동생과 함께 맛있는 것도 사먹고, 집도 챙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보육원 퇴소 청소년 지원 테마매장인 남성역점의 내부 모습. ⓒ아름다운가게

지연 양이 웃음 지을 수 있게 된 데는 기부자 여러분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475명의 기부자 분들이 아름다운가게의 해피빈 모금함에 모아주신 990만2900원으로 지연 양을 포함한 보육원 퇴소 청소년 4명의 교육비, 생계비, 의료 및 주거비를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손길로 보육원 퇴소 청소년에게 미래의 창을 열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제 ‘꿈’을 꿀 수 있습니다

김재명(가명·20) 군도 여러분 덕에 꿈이 생겼습니다. 호텔리어가 되고 싶었지만, 보육원 퇴소 후엔 대학등록금, 생활비, 주거비를 버는 것만으로도 바쁘다보니 꿈을 꿀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해피빈 아름다운가게 모금함 중 220만원을 지원받아 중국어 학원에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월 밴드, 전기뱀장어와 함께한 보육원퇴소청소년 돕기 기부공연. ⓒ아름다운가게

벌써 작은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HSK(중국어능력시험)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HSK3급은 현재 학원을 3개월 동안 다니며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원비로 쓰고 남은 돈은 방 월세와 등록금에 보탤 예정입니다. 당분간 아르바이트 걱정은 없다는 재명 군, 훌륭한 호텔리어가 되어 자신과 같은 보육원 청소년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퇴소 청소년의 ‘한 뼘 더 도약’을 응원합니다

국내에는 지연 양이나 재명 군처럼 보육원 퇴소 후를 걱정하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입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부분 자립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퇴소와 함께 정부에서 자립 지원금 300~500만 원(지역에 따라 상이)이 나오지만, 몇 개월의 생활비면 금새 없어집니다.

“집 값이 싼 지방에서도 월세방을 얻으려면 최소 보증금 수백만 원에 월세 수십만 원이 필요해요. 그런데 300만원으로 주거비, 생활비까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현실성 없는 지원책이죠.”(윤여정 아름다운가게 모금사업팀 간사)

지난해 숙명여대와 함께 개최한 보육원 퇴소 청소년 자립지원기금 마련 바자회 현장. ⓒ아름다운가게

매년 1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 학업, 진로, 생활비 등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는 2010년부터 이들 중 일부를 계속해서 교육비,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훌쩍 ‘어른’이 돼야 하는 청소년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한 기반 없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관심과 사랑으로 이들의 홀로서기를 지켜봐주세요.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 동행에 여러분이 함께 발맞출 때, 보육원 퇴소 청소년들의 막막한 앞날에 빛이 비칠 것입니다.

▼아름다운가게 해피빈 모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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