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십년후를 위해 ‘오늘’의 변화를 실천합니다…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 인터뷰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 인터뷰

 

마포구 연남동 골목길,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엔 자전거가 여러대가 나란히 매여 있었다. 문 앞에는 40인치 모니터만 한 화분들에 푸릇한 상추와 쌈잎이 한가득이었다. 사무실 내부도 버릴 물건이 없었다. 합판으로 구획을 나누고 덧대어 공간을 만들었다. 책상은 어디선가 쓰던 합판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바닥엔 자작나무와 이쑤시개, 공기정화 필터와 배출용 팬으로 직접 만든 ‘수제 공기청정기’가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계단에 뭐가 많죠? 여기 사람들이 자전거로 다니고, 점심땐 기른 채소를 따먹거든요.” 지난 16일 찾은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십년후연구소’. 조윤석(51) 소장의 첫 인사에서부터 연구소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10년 후의 삶을 고민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한다’는 특이한 이름의 연구소. 조 소장에게 십년후연구소에 대해 물었다.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송지희 청년기자

 

◇10년 후에도 함께 잘 살기 위해, 오늘의 행동을 제시합니다

ㅡ십년후연구소라는 회사명이 독특하다. 무슨 뜻인가.

“십년후에도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하려면, 오늘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게 십년후연구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10년 후에도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도록’ 고민한다는 취지에서 붙은 이름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대안적인 실천 방법들을 실험하고, 시도한다.”

ㅡ십년후연구소를 만든 계기는 뭔가.

“지인 세명이 뭉친게 시작이 됐다. IMF를 겪으면서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걸 경험했다. 10년이 지나도 재미있게, 잘 살려면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의 지지기반이 돼서,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음 10년을 고민해보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올해로 10년이 됐다.”

십년후연구소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이어왔기 때문. 각기 달라보이는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기준은 하나. 그 당시 상황에 맞게, 연구원들이 관심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십년후연구소에서 주력해 온 문제는 ‘기후변화’. 조 소장은 “지금부터 10년을 생각할 때, 기후변화가 모든 것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했다.

십년후연구소 마당에 심어진 채소들ⓒ조윤석

ㅡ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2015년부터 ‘쿨루프운동’을 시작했다. 옥탑과 지붕을 하얀색으로 페인트칠 해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는 방식이다. 높은 전기료나, 고온현상에 대해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실천법인 셈이다. 올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부터는 ‘최소한의 공기청정기’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불필요한 기능과 장치를 제거해 6만원 정도로 직접 공기청정기를 만들어보는 거다. 오는 9월에는 ‘사이클 핵(Cycle Hack)’이라는 행사도 열 예정이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승용차 대신 자전거 통행을 늘리자는 취지다. 일단은 사람들이 모여 ‘자전거를 타는데 불편한 요소’를 48동안 이야기해보는 게 시작이다.”

ㅡ옥상 칠하기, 공기청정기 만들기 등 직접 참여하게 하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것 같다.

“거대한 문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걸 연구해 대안을 제시하는 게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십년후연구소에서 ‘최소한의 공기청정기’ 프로젝트를 한 것도 이런 지점이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연구원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면서 공기청정기의 원리를 알게 됐다. 시중 공기청정기의 불필요한 기능과 장비를 빼고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니 싸게 만들 수 있다. 팬과 필터 장비만으로 집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조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기청정기 키트를 만들었다. 그 뒤 문의가 많아 워크숍을 열고있다.”

ㅡ기후변화 문제는 거대한 데 반해, ‘쿨루프운동’이나 ‘최소한의 공기청정기’ 만들기, 사이클 핵 같은 행사는 너무 미약해보이는데.

“작은 실험으로 거대한 기후변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다만 빙하가 녹거나 호수의 사막화를 보여주는 방식만으로로는 ‘그래서 지금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주기 힘들다. 십년후연구소는 자기 삶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안을 모색해보는 실험을 한다. 기후변화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쿨루프를 경험해보면 당장 자기 옥탑방이 시원해진다는 걸 느낀다. 직접 변화를 겪은 사람들은 마음을 열게 되고 그땐 기후변화를 말해도 듣게 만들 수 있다.”

◇십년후연구소, 새로운 일하기의 형태

한글 옷 입기, 옥상 하얗게 칠하기, DIY 공기청정기 만들기…. 십년후연구소에서 해온 프로젝트는 ‘돈 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조 소장은 “연구원들이 최저임금 조금 넘는 돈을 받는다”며 “인건비 외에 이익을 낸 적은 없다”고 했다. 돈 안되는 프로젝트로 연구소가 계속될 수 있을까 싶은데 올해로 15년째다. 3명이었던 조직원도 어느새 일곱으로 늘었다. 십여년을 이어온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

ㅡ조직이 굴러가는 방식이 특이한 것 같다.

“십년후연구원은 기존 조직과는 다르다. 연구원 중엔 대기업에서 일했던 이들도 많다. 기업 방식이 개인의 역량을 떨어뜨리고, 조직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 많다는 걸 경험한 이들이다. 우리는 시스템이나 직책은 없지만 각자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근무는 4일, 탄력근무제를 원칙으로 한다. 연구소 주축인 4명은 주 4일 탄력근무다. 나머지 3명의 연구원은 각각 일주일에 하루, 이틀 나오는 구조다. 그리고 근무시간 외에는 일을 안한다. 업무시간 동안 최대한 집중력을 높인다.”

ㅡ수익이 나기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유지됐나.

“십년후연구소가 만들어진 이후, 인건비를 제외하고 단 한번도 자체 수익을 못냈다. 우리의 한계다. 다만 매해 기적같이 성공한 프로젝트가 하나씩은 있었다. 그게 있어 여기까지 왔다. 돈을 많이 못벌 것 같으면 일을 덜하기도 하고, 투잡을 하는 연구원이 번 쌈짓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핵심은 재미있는 ‘일’을 하는거다. 자기가 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한다. 마음맞는 이들이 계속 재미있게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공동 기반’인 셈이다.”

ㅡ십년후연구소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었다. 앞으로 10년, 그리는 그림은 무엇인가.

“수익이 없었다는 한계를 극복하는거다. 세계적인 의류회사 파타고니아(Patagonia)처럼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파타고니아를 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다는데서 ‘액션 컴퍼니’라고 하더라. 우리는 연구를 바탕으로 대안적인 활동까지 하는 ‘액티브 랩(Lab)’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다.”

송지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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