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올림픽과 패럴림픽, 왜 따로 열리나요?”

올림픽과 패럴림픽 ‘통합’ 추진하는 영화 ‘패러렐’ 최창현 감독 인터뷰

패럴림픽을 아는가. 패럴림픽은 올림픽 폐막 2주 뒤 열리는 ‘전 세계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다. 1948년 영국 스토크맨더빌(Stoke Mandeville)병원에서 최초의 장애인 대회가 열린 뒤, 1988년 서울 패럴림픽부터는 올림픽과 같은 연도, 장소에서 개최되며 현재까지 맥을 이어왔다. 그런데 이 패럴림픽에 반기를 든 청년이 있다. 대학생 감독 최창현(27·성균관대 영상학과)씨다. 

최씨는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인데 왜 장애인의 올림픽은 따로 치르나”라며 “패럴림픽과 올림픽을 하나로 ‘통합’하자”고 말한다. 그는 이 생각을 구체화해 작년 6월 영화 ‘패러렐(Parallel)’을 기획,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5개월여 앞둔 이때, 최씨가 두 대회의 통합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패러렐’의 최창현 감독 ⓒ박혜연 기자

 

◇평등한(Parallel) 올림픽 꿈꾼다…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메달 가치가 같아지는 날까지  

영화 패러렐의 출발점은 호주의 코미디언 스텔라 영의 TED 강연이었다. 장애인이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소비되는 것을 비꼰 그 강연은 최씨에게 큰 감명을 줬다. 이후 계속 ‘평등’이란 가치를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패럴림픽을 만났다. 패럴림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TV 뉴스를 접하면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을 ‘끈기’,’노력’,’열정’ 이란 말로 수식하면서 패럴림피언들에는 장애의 ‘극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수들이 대회를 준비하며 하는 경험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이 노력으로 건 메달이 같은 무대에서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하지 않을까요?

이 생각 하나로 최씨는 무작정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패럴림픽 선수 훈련원 등을 찾아가 리우 패럴림픽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 선수 등을 직접 만났다. 패럴림픽에 관심을 보이는 대학생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의 의견에 적극 동조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통합을 향한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원래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통합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입장이었어요. 근데 취재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죠. 대한장애인체육회부터 많은 패럴림픽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만나보니 올림픽과 패럴림픽 사이에 단체 규모 등 인프라나 경기 규정의 차이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영화 패러렐 프로젝트의 일러스트 ⓒ패러렐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완전한 통합에는 당장 넘어야할 산이 존재했다. 우선 두 대회 간의 인프라 차이가 있었다. 최씨는 “패럴림픽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소수이다보니 훈련 시설이나 코치, 감독 등 인프라가 부족해 비장애인 선수만큼 성장하지 못한다”고 했다. 패럴림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족한 것도 큰 장애물이다. 그는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올림픽에 비해 적은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 생각한다”며 “패럴림픽과 올림픽이 동등한 입장에서 통합되려면 패럴림픽의 경기 수준이나 인프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혹자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분리한 것은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는 일 아니냐”고도 한다. 실제로 현재 IOC는 스위스에, IPC는 독일에 위치해 있으며 태생도 다르다. 국내도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아예 별도의 기관으로 분리돼 있다. 최씨는 “장애인 체육과 그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때까지 분리하여 출발한 것은 옳은 과정”이라며 “하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을 마치 올림픽에서 남/녀를 나누는 것처럼 장애와 비장애 또한 그 정도의 차이로 인식되는데 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장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합하는 것은 시기상조예요.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를 증대시키고, 계속해서 통합의 메시지를 던진다면 자연스럽게 ‘통합’의 길로 가지 않을까요. 사회의 인식과 인프라가 점차 개선되면 언젠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 봉송 장면 ⓒ대한장애인체육회

 

◇영화 ‘패러렐’이 던지는 통합의 메시지

 

‘패러렐’의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통합을 향한 여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30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15회분 촬영을 완료했고, 오는 11월엔 첫 상영회를 앞두고 있다. 최씨 혼자서 꾸는 꿈도 아니다. 지난 6월 텀블벅에 개설한 패러렐의 1차 펀딩은 한 달 만에 무려 924만원을 달성, 200명의 후원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감했다. 이 후원금으로 7월엔 최씨를 포함한 세 명의 스태프가 일본 도쿄에서 일본 장애인배구협회,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패럴림픽서포트 센터 등도 취재하고 돌아왔다.

물론 대학생 12명이 만드는 영화 제작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최씨를 비롯, 패러렐을 만드는 성균관대 영상학과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공모전 등에 참여하며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메꿔가고 있다.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약 400만원 정도가 들었어요. 대학생이다보니 촬영 때마다 드는 교통비와 식비, 장비 대여비 등과 해외 촬영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큰 과제였죠. 온갖 영화 펀드에 지원하고, 자리만 주어지면 촬영 알바를 뛰면서 영상을 찍어왔습니다. 제 경우도 학교 수업을 들으며 촬영과 학점관리를 병행하느라 고생했었죠.”

일본 패럴림픽서포트센터에서 만난 네기 신지씨와 영화 패러렐 팀원들 ⓒ패러렐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유럽 등 추가적인 해외 촬영이 불가피한 상황. 패러렐은 패럴림픽의 발상지인 영국 스토크맨더빌 병원, 스위스 IOC 본부와 독일 IPC 본부, 장애인과 비장애인 경기를 통합 운영하는 ‘커먼웰스게임 운영위’와 ‘하노버 사격 월드컵’ 등을 취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패러렐은 7월 말 해외 펀딩 채널 ‘인디고고’에도 모금함을 열었고, 9월부터는 다음 스토리펀딩도 진행하고 있다.

“이란의 양궁선수 자흐라 네마티를 인터뷰할 예정이에요. 하지마비를 가진 지체 장애인인데 2016년 리우올림픽 때 기수로도 등장했었죠. 올림픽 출전을 청원했는데 거절당한 독일의 ‘블레이드 러너’ 마르쿠스 렘 선수, 베이징 올림픽에 수영선수로 출전한 나탈리 뒤 투아 선수도 만나볼 예정입니다. 이렇게 도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지만 포섭되지 않은 장애인 선수들을 조명하려고 해요.” 

패러렐이 그리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최씨는 “통합된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장애가 더 이상 삶의 장애물로 기능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며 “후대에는 장애를 가지더라도 장애가 장애로 느껴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패러렐의 목표는 장애-비장애 선수가 나란히 올림픽 개막식에 입장하여, 경쟁이 가능한 부문은 경쟁하고, 경쟁할 수 없는 부분은 마치 체급이 나뉘듯 구분하여 경쟁하는 대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노력으로 얻은 모두의 메달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한 국가의 메달로 함께 집계돼 축하받는 미래, 그리고 여기에서 시작되는 통합의 사회를 꿈꿉니다.”

영화 ‘패러렐’의 텀블벅 펀딩 페이지를 보여주는 최창현 감독. 현재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펀딩을 진행 중이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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