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청년, 사회공헌을 만나다] “일상이 된 미디어폭력”, 사이버언어폭력 예방하는 ‘바른말풍선’

사이버언어폭력 예방 교육 프로그램 ‘바른말풍선’ 상담사 인터뷰

“미디어폭력은 아이들에겐 이미 일상이에요. 어떤 준비나 교육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다보니, 사이버폭력이 만연한데도 자각을 못해요. 언어를 알아야 스스로를 잘 표현할 수 있듯이, 미디어도 사용법을 잘 알아야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몰라서 그렇지, 배우기만 하면 아이들은 안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스스로넷(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미디어보호팀 임수정 팀장, 김은혜, 이수연 상담사의 말이다. 스스로넷은 푸른나무 청예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 받아 2000년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 미디어 특화시설. 청소년이 미디어를 활용해 세상과 건강하게 소통하고,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즐거움을 알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난 7월 스스로넷(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미디어보호팀 임수정 팀장, 이수연, 김은혜 상담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허일권 청년기자

◇사이버화, 저연령화 되는 학교폭력

이곳에선 지난해 8월부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언어폭력 교육 ‘바른말풍선’을 진행해 왔다.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왕따나 괴롭힘, 언어폭력 등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초등학생의 건강한 미디어 사용을 돕고 사이버 언어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인 셈. 현대해상과 푸른나무 청예단에서 후원하고, 서울 전역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1년 반동안 총 92개 학급, 21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교육대상을 초등학생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 팀장은 “초등학생들은 아직 무엇이 폭력인지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마트폰의 사용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학교폭력이 사이버화되고, 저연령화되기 시작했다는 것. 

“아이들은 ‘물리적 폭력은 나쁘다’는 건 알고 있어요. 죄책감도 느끼고요. 하지만 미디어폭력은 잘못인 줄도 몰라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도 모르거든요. 그렇다보니 미디어폭력 습관이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언어폭력이 너무 심해졌어요. 어린 초등학생들이 더 쉽게 노출되어 있고요. 그렇다보니 초등학교때부터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공감’을 통해 ‘방관자’에서 벗어나기

아이들에게 바른말풍선이 던지는 질문은 세 가지. ‘건강한 사이버 사용법을 알고 있는지’, ‘친구들에게 따뜻하고 바른 말을 사용하는지’,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도울 용기가 있는지’가 바로 그것이다. 프로그램은 총 2차례로 진행된다. 사이버언어폭력이 무엇인지 배운 뒤엔, 서로를 칭찬하고 괴롭힘을 당한 친구에게 공감해보는 실습도 이어진다. 

다른 사이버언어폭력 예방교육과 바른말풍선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임 팀장은 “‘방관자’에 초점을 맞춰서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가 되자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가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넷 미디어보호팀이 상담기관이다보니, 경청, 반영, 공감이라는 상담의 3단계가 포함된 것도 강점이다.

“경청은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반영은 남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들었음을 알려주는 것, 공감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의 감정을 읽는 거에요. 교육의 포인트는 ‘정서’에 있어요.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고 남의 장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되면 카톡에서 나쁜 말을 쓰고 싶을 때도 한번 참을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임수정)

언어 폭력, 교육으로 뚝딱 바뀌는 게 가능할까. 임 팀장은 “변화가 눈에 띌 정도”라고 했다. 

“아이들의 언어는 신기한 힘이 있거든요. 처음엔 칭찬하는 걸 부끄러워해요. 그런데 나중에는 직접 알아서 해요. 자신이 칭찬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으니까 친구들에게도 해주는 거예요. ‘바른말풍선’은 미디어폭력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직접 친구들에게 바른말을 하도록 시간을 가져요. 말이나 글로 많은 친구들에게 칭찬해주며 경험을 쌓아주는 거예요. 바른말이 가져다 주는 효과를 직접 경험하는 거죠.”

사이버언어폭력 예방 ‘바른말풍선’ 교육 중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글 ⓒ허일권 청년기자

‘바른말교육’은 앞으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작년 시범사업이 반응이 좋아, 올해는 현대해상에서도 지원규모를 두 배로 올렸다. 교육을 진행했던 학교와 선생님들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더 많은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확장시키고 싶다”는 게 ‘바른말풍선’의 목표다. 

초등학생은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다르게 예방의 효과가 좋아요. ‘바른말풍선’ 교육 2시간만 받아도 아이들이 변하는 게 확연히 보여요. 그런데 교육과정이나 예산의 한계 때문에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쉽죠.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을 이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임수정 팀장)

김민정허일권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이 기사는 김민정허일권 더나은미래 청년기자가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함께 진행하는 공익 에디터 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청세담) 8기’ 과정을 통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