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가 실시되면서 우리 기관☞JA코리아 의 경제 교육 목표인 창업교육, 금융교육, 직업 및 진로교육 세 가지 중 진로교육에 대한 니즈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소외계층의 자녀들을 위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예술, 놀이, 여행 등에 대한 공감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우리도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방학 중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박물관 및 미술관 그리고 음악회 등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방학인 8월은 광복절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역사와 관련된 박물관을 찾아가기로 했다. 독립기념관을 가면 안성맞춤이었지만, 거리 때문에 용산에 있는 전쟁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방문하기 전 대학생 멘토들은 아이들에게 6.25 한국전쟁에 관해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보여 줬다. 특히 최근 언론에서 이슈화된 장진호 전투 그리고 흥남부두 철수 등도 알려줬다. 아이들은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며 옛 우리나라를 도우러 오셨던 미국 할아버지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 듯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기념물뿐만 아니라 을지문덕 장군에서 이순신 장군까지 우리나라 역사와 연관된 전쟁이 총 망라되어 있었다. 광개토왕비와 거북선을 보고, 모형이지만 매우 신기해했다. 한 친구가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그렇다.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다. 최근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울 시내 군 위안부 역사관을 짓겠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이미 몇 군데 관련 기념시설이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역사관과 서울 마포에 있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이다. 이 둘은 모두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건립했다.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은 원래 서대문 역사공원 내에 짓고자 했으나, 광복회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용산 전쟁기념관은 국방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거기에는 우습게도 웨딩홀도 있다. 전쟁의 기억은 있지만 평화, 용서, 화해 그리고 통일은 망각되고 있는 공간이 용산 전쟁기념관이다.
통일 이후 용산 전쟁기념관은 어떤 모습일까? 분단기념관 정도로 유지될까? 기억의 정치가 봇물 터지듯이 또 다시 시작되었다. 막대한 세금이 또 다시 쓰일 예정이다. 어느 정권이나 의도적이며 선택적으로 기억을 망각, 축소, 왜곡 그리고 확대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포용보다 적 배제를 통한 트라우마를 연속시켰다. 예외는 거의 없다.
독일 하르부르크에는 반파시즘 기념비가 있다. 그 형식이 특별하다. 땅 위에 세워져 있지 않고, 땅 속으로 들어가 흔적만 남아 있다. 시 정부가 1986년 세울 때, 매년 2미터씩 땅 속으로 가라앉게 설계한 것이다. 사라지는 기념비… 아이들은 용산 전쟁기념관 뜰에 전시된 무기에 올라가 즐거워하며, 자기들도 박물관에서 일하려면 대학에 가서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월급은 얼마 즈음 되느냐고 물어왔다. 진로 및 직업체험은 성공했으나 여름 늦은 오후 햇볕은 따갑기만 하다.
현재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Junior Achievement Korea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2년, JA Korea의 한국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연간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장경제와 금융교육, 창업교육 그리고 진로 및 직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취득, 영국 외무성 췌브닝 장학생으로 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쟁학 석사를 마쳤으며 경기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간외교포럼인 아린(我隣), 미국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오스트리아 Global Salzburg Program, EU Visiting Program등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영화 속의 국제정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