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청년 인턴은 수퍼 乙?

[미래 TALK]

“아무리 인턴이라고 해도 ‘법적 근로자’잖아요. 그런데 고용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사과 한마디 없어도 되는 건가요?”

코이카의 ODA(공적개발원조) 영프로페셔널(이하 YP)로 근무 중인 김대현(가명·24)씨의 말이다. YP는 2011년 시작된 구(舊) ODA청년인턴 사업으로, 개발협력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기를 희망하는 청년에게 NGO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고 인건비를 보조해 ODA전문 인재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2월 선발돼 올해 1월부터 근무 중인 YP들은 갑자기 “올해부터 해외 파견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선발 당시 공고문에는 분명 ‘해외 파견 지원’이 있었는데, 갑자기 이 부분이 없어진 것이다. 김씨는 “최저임금이지만, 기간 중에 1회 해외 파견 덕분에 개발협력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지원했다”며 “지원 내용을 일방적으로 바꾼 이유를 묻자 ‘올해 예산이 깎여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청년 인턴들이 근무하는 NGO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지난 1월 간담회에서야 ▲인턴 급여 및 법정보험료 ▲퇴직금(1년 만근 시) ▲국내 근무 직원의 국외 출장경비(근무기간 중 1회 지원 원칙) 중 급여를 제외한 다른 부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NGO 담당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퇴직금과 법정보험료는 지원키로 했지만 해외 출장 지원은 빠졌다.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더 열악해졌다. 하반기 YP 공고에 따르면, 근무 기간은 7개월로 단축되고 연장도 불가능하다. 코이카가 퇴직금·현장 출장비 등 지원 비용은 줄이면서도 청년 인턴 숫자는 유지해 실적만 챙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의 한 개발협력 NGO에서 YP로 근무 중인 이아영(익명·24)씨는 “청년들을 이 분야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게 목표라면, 예산이 줄었다고 해도 지원 인원을 줄여 동일한 지원을 유지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꼬집었다. 장대업 서강대 국제한국학과 교수는 “개발협력 업계에서 코이카가 원도급, 개발협력 NGO가 하도급이라면 청년 인턴들은 외주 노동자 정도라서, 국가 사업인데 국가로부터 노동 3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라며 “국제개발 분야를 ‘일자리’ 정책을 해소할 방안으로 생각해서도 안 되고, 설령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면 질적인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YP 예산 삭감에 대해 코이카 측은 “인턴 1인당 예산이 5년간 동결됐고, 사업비 또한 지난해 137억원에서 올해 107억원으로 축소돼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공지를 잘못한 것은 코이카의 실책”이라고 했다. 또한 인턴 기간이 7개월로 준 데 대해 “기재부의 ‘공공기관 인력운영 추진계획 규정에 따라, 올해부터 인턴은 최대 7개월만 가능해 변경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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