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이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는 아니었지만, 보기에도 몇 명 아이들은 산만했다. 수업 시작 전 아이들은 방문한 우리 JA 자원봉사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서 익숙하게 이동전화를 잠시 반납했다. 놀라운 손놀림으로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한 무리의 남학생들은 못내 아쉬워했다. 그들의 눈초리는 심심함과 지겨움으로 가득해 어떻게든 교육 시간을 방해할 궁리만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가져간 태블릿 PC를 나누어 줬다. 그들의 손에는 교재와 필기도구 대신 이동전화보다는 크고 노트북보다는 작은 어쩌면 게임하기에 용이한 아담한 태블릿 PC가 쥐어졌다.
선생님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순간 “헐, 대박, 수업이 게임하고 노는 거래!” 삼삼오오 웅성거리며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집중해 바라봤다. “하지만 약간의 규칙이 있단다. 너희들이 게임을 만들어 보는 거야. 아주 쉬워” 설명이 반 즈음 지났을 무렵, 수업 전 게임에 몰입하던 사내아이들은 자기 세상을 만난듯했다. 순식간에 간단한 게임을 만들었고, 수업 중 과제도 척척 해냈으며, 옆자리에 있는 친구들까지 도와줬다.
이미 그들은 PC 세대가 아니다. PC보다는 이동전화 화면이 익숙하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놓여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교사를 양성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과과정과 교재도 만들 것 같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등등 모든 것이 융합되고 초연결사회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교육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기술 발전을 따라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랜 동료인 JA 아시아 태평양 회장이 미국 LA에 있는 한 교육업체를 방문하자는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그 교육회사는 스토리 메이커, IT 기술자, 공연예술가 등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Tech Fun 게임장을 개장한다고 한다. 여기에 물론 창업교육도 접목되어 있었다. 그곳은 교실도, 교사도, 교재도, 시험도 없다. 그들은 과학, 기술, 작문, 수학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놀이로 체험할 뿐이다. 그래도 체득한다.
네모난 건물에 네모난 교실. 국어, 영어, 수학 등 틀에 박힌 교과 과정 내에서 대학입시를 향해 돌진하는 우리네 교육현장에서 과연 소프트웨어 교육이 자리 잡을 수 있을까? JA코리아도 교육의 중심을 디지털, 코딩, 소프트웨어, 메이커 교육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시작은 미비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고 믿을 수밖에.
현재 비영리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Junior Achievement Korea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02년, JA Korea의 한국 설립과정에 참여하여 연간 10만 여명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장경제와 금융교육, 창업교육 그리고 진로 및 직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취득, 영국 외무성 췌브닝 장학생으로 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쟁학 석사를 마쳤으며 경기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민간외교포럼인 아린(我隣), 미국 국무성 교환프로그램, 오스트리아 Global Salzburg Program, EU Visiting Program등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전쟁기억의 국제정치”, “영화 속의 국제정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