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대한민국 환경미화원의 24시

올해로 7년째 도로변 청소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A(42)씨는 두 명의 아들을 둔 가장이다. 건설 현장에 물품을 납품하는 사업을 하던 그는 건설사의 부도와 함께, 지난 2010년 개인사업을 접었다. 이후 안정적인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적지만 일정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청소 업무를 시작했다. 환경미화원이 되고 초반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함 마음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그는 “월급이 200만원도 안되니까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했었지”라며 “아들 초등학교 다닐 땐 아들하고 마주칠까봐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에서 근무하기도 했고”라고 회상했다.

A씨와 처음 만난 건 지난 4월의 월요일이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5시. 미세먼지가 기승이던 봄날, 도로 위 미세먼지 위험 사각지대를 찾기 위해 나선 터였다. 그는 왕복 6차선 도로 가장자리에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A씨 주변에 서성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답해왔다. 짧은 시간 동안 미세먼지와 관련한 내용으로 시작한 대화는 열악한 근로여건, 수당에 관한 이야기로 끝이 났다.

이후 A씨와는 여러 번 만났다. 환경미화원 휴게실, 편의점, 식당 등에서 만났는데 매번 여건 개선의 희망을 품고 열악한 여건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A씨는 ‘노동’이라는 이슈로 모인 활동가들의 모임에도 매주 참석한다 했다. 기자는 A씨와 함께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이 때도 A씨는 참석자들과 노동 여건 개선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A씨는 주당 40시간 일하고 매달 일정한 기본급과 식비를 받는다. 이 40시간 안에는 토요일, 일요일도 포함된다. 근로기준법대로라면 주말 근로에 대해선 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아야 하지만 A씨는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A씨가 속한 대행업체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이른바 ‘빨간날’인 공휴일에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각종 수당을 다 합쳐도 일을 시작한 7년전부터 지금껏 월급이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식비는 4년째 같은 금액. 대부분 주중 6일을 일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달 동안 24일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식비는 끼니 당 2620원 꼴이었다.

[그래픽=김인한 청년기자] A씨는 주당 40시간 일하고 매달 일정한 기본급과 식비를 받는다. 이 40시간 안에는 토요일, 일요일도 포함된다. 근로기준법대로라면 주말 근로에 대해선 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아야 하지만 A씨는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 A씨가 속한 대행업체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이른바 ‘빨간 날’인 공휴일에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각종 수당을 다 합쳐도 일을 시작한 7년전부터 지금껏 월급은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식비는 4년째 같은 금액. 한 끼 식비는 2620원에 불과했다(24일 근로일 기준).

◇ 주말 일하지만 휴일근로수당 전무, 월급 대부분 200만원 못 미쳐

A씨와 동료들은 일주일 중 각자 정한 하루만 쉬고 주 6일을 일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7시간씩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6시간씩 일한다. 휴일에 따라 주당 39시간 또는 40시간 일을 하게 되는데 이 시간 안에는 토요일과 일요일도 포함된다. 근로기준법 제56조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토·일요일에 대한 휴일근로수당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A씨가 속한 대행업체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이른바 ‘빨간날’인 공휴일에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주말에 일한 수당은 휴일근로수당으로 지급돼야 하지만, A씨의 월급명세서 31개를 확인해본 결과 휴일근로수당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한달에 휴일근로로 인정 받는 날은 주말을 제외한 법정공휴일이 유일했다. 법정공휴일 하루 근로에 해당하는 금액은 4만 7000원. 각종 수당을 포함한 한달 급여는 일을 시작한 7년전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대부분 새벽부터 시작해. 주말이 지난 월요일은 청소량이 평소보다 많기도 하고, 자칫 출근시간이랑 청소시간이 맞물리면 정해진 구역 청소를 못할 수도 있거든.” A씨가 속한 구의 청소 시작 시간은 오전 6시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전부터 대부분의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시작한다.

A씨는 청소대행업체 소속으로 매년 회사와 계약을 갱신하는 구조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대할 수 없다. “회사 입장에선 같은 일을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줄 수 밖에 없지 않겠어?” A씨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200만원이 되지 않는 월급으로 학생인 두 아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A씨.  청소량이 많을 때는 이른 새벽부터 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근로시작 전 일한 수당은 집계 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

청소량이 평소보다 많은 토요일 오전의 거리. 왼쪽은 청소 전 오른쪽은 청소 후 사진이다. ⓒ김인한 청년기자

◇ 식비는 4년째 같은 한달 12만 5천원

A씨가 도시락을 열었다. 김치, 나물, 마른반찬, 김 그리고 밥이 메뉴였다. 이 메뉴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한다. A씨를 비롯한 환경미화원들은 대부분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두끼를 해결한다. 12만 5000원인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A씨가 속한 자치구의 가로청소 예산은 작년 대비 5.7% 가량 늘어났는데, A씨의 기본급은 3.7% 상승에 그쳤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한달 식비도 4년째 12만원을 넘지 않는다. 한 끼 식비는 2620원에 불과했다(24일 근로일 기준).

A씨가 쉬는 환경미화원 휴게실 주방 모습. 식기는 대부분 직접 가져오거나 주워와 구비해 놓은 상황이다. ⓒ김인한 청년기자

A씨가 이용하는 휴게실도 열악했다. 기본적인 화장실조차 없었다. A씨는 “화장실이 없어 용변을 샤워실에 봐야 하는 상황도 있다”며 “배가 아플 땐 주변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이마저도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근로 특성상 땀을 많이 흘리고, 근무복에 오물이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4년 청소대행 체계 3대 혁신안¹을 발표하면서 청소 대행업체 환경미화원 휴게실 수를 직영 환경미화원 휴게실만큼 늘리고, 근로여건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휴게실 여건만 봤을 땐 달라진 게 없었다.

성인 남성 두명이 들어갈 정도의 샤워실 크기. 이 휴게실을 함께 이용하는 인원은 약 20명 정도다. 크기의 문제만이 아니다. A씨는 “휴게실에 화장실이 없어 소변을 샤워실에 봐야 하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김인한 청년기자

환경미화원에게 지급되는 안전 장비도 충분하지 않았다. 장비는 자치구의 청소를 대행하는 업체에서 일괄 지급한다. A씨가 지급 받은 마스크는 1년에 3개, 그 중 1개만이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였고 나머지 2개는 별도의 인증 없는 마스크였다. 청소 시 발생하는 먼지 그리고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A씨는 “마스크뿐만 아니라 장비를 언제 지급 받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환경미화원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먼지도 먼지지만, 업무 특성상 답답해서 마스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 종량제 봉투 수거 환경미화원 B씨, “투잡도 많이 뛰어요”

서울시 청소업무는 각 구별로 예산을 책정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자치구별로 자율적인 운영을 맡긴 탓에, 업무 방식의 차이도 크다. B씨(41)가 속한 자치구는 가로청소 환경미화원은 직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재활용, 종량제, 음식물 봉투 수거 업무는 대행업체에 맡긴다. 19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도 초창기에는 종량제 봉투 수거 담당이었다가, 지금은 운전과 종량제 봉투를 적환장(매립장에 가기 전 쓰레기를 임시로 모아두는 곳)에 내리는 업무를 맡고 있다.

B씨는 A씨와 업무는 달랐으나, 근로 조건은 비슷했다. 계약은 1년 단위, 근무 시간은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하루에 8시간 근무다. 휴일 근로수당도 따로 없다. 매월 식비도 15만원 가량. 올해로 20년 남짓한 경력이지만, 월급은 세전 250만원 가량이다. 수거 차량 뒤에 올라타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세전 230만원 정도. B씨는 “가정 있는 사람은 월 300만원은 있어야 먹고 살기 때문에 우유배달이나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실제 B씨도 청소를 끝내고 짧게 자고 난 후, 오전부터 서울의 한 대학가 앞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픽= 김인한 청년기자] B씨는 올해로 20년 남짓한 경력이지만, 월급은 세전 250만원 가량이다. 두 자녀를 두고 있는 B씨는 오전 3~4시까지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는 일을 끝낸 뒤 잠시 잠을 잔다. 곧이어 오전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B씨는 “가정 있는 사람은 월 300만원은 있어야 먹고 산다”며 “회사에선 다른 일을 동시에 못하게 하는데 당장에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환경미화원들 중에서도 업무 이후에 우유배달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행업체 소속이라 사장님 눈치도 봐야한단다. B씨는 “50만원 미만 견적인 사고는 사장님한테 혼나기 싫어서 개인적으로 합의 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 내에서는 약 115개의 대행업체가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2017년 3월 기준).

“왜 이 일을 시작했냐고요? 고정적으로 월급 받을 수 있는 일이니깐. 근데 이거 아무나 못해요. 사람들이 개념 없이 쓰레기 봉투 안에 유리병 깨진 거, 이쑤시개도 막 넣잖아요. 저도 많이 찔려봤어요. 다른 사람들도 상처가 얼마나 많다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해당 안 되는 거죠?”

B씨는 5살 딸과 3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껏 청소를 하는 이유로 “가장의 책임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공약에 내심 희망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 서울시, 2014년 청소대행체계 3대 혁신으로 대행업체 환경미화원 복지개선 의지 보였으나 현실은 제자리 걸음

서울시는 지난 2014년 10월, 25개의 자치구와 함께 ‘종량제 수수료의 투명한 관리, 종량제 수수료 현실화, 공정한 청소업체 선정’ 3가지를 통해 청소서비스 질 강화 및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의 복지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서울시는 청소 대행업체가 직접 ‘종량제 봉투 생산 및 수입관리’를 해오던 방식을 자치구가 운영하도록 조정했다. 자금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두번째로는 ‘종량제 수수료’를 인상해 각 자치구별 청소 예산이 확대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의 근로여건 및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청소 대행업체의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청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청소대행 체계 3대 혁신안의 핵심이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현장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서울시가 환경미화원의 복지 개선을 공표했지만, 여전히 자치구별 온도차는 크다. A씨가 속한 구청에 가로청소 환경미화원 휴게실 현황 및 근로여건에 대해 문의하자 담당자는 “업무가 많아 나중에 자료를 보내겠다”는 답변만 남겼다.

도로변 청소를 책임지고 있는 한 환경미화원의 모습. ⓒ김인한 청년기자

신덕순 서울시 생활환경팀 주무관은 “청소는 구청의 고유 업무로 자치구별로 예산이 달라 환경미화원 여건도 다르다”며 “서울시는 별도로 청결기동대를 운영해 관광특구의 청소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장만수 서울시 도시청결팀 팀장도 “시민 참여로 재활용률을 높여 쓰레기 양을 줄이고, 종량제 봉투 수수료의 점진적 현실화를 통해 각 자치구별로 청소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환경미화원 임금 및 근로여건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득 B씨의 자조섞인 말이 생각났다. “우리도 다른 업무처럼 직영으로 운영되면 좋죠. 종량제 봉투값? 많이 올랐죠. 근데 우리는 그 돈 어디갔는지 몰라요. 올라간 만큼 우리 월급도 올라야하는데…”

¹청소대행 체계 3대 혁신안 : ①종량제 수수료의 독립채산제 → 실적제 ②장기 수의계약 관행 → 공개 경쟁입찰 도입 ③종량제 수수료 현실화를 통한 청소 서비스의 질적 향상 및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의 임금 및 근로여건 개선이 주요 골자다.

김인한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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