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관악FM 13주년… 공동체라디오, 지역사회를 꽃 피우다

1인 미디어와 팟캐스트 등 개인방송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 ‘공동체 라디오’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공동체 라디오란 지역의 공동체가 직접 운영부터 제작까지 함께 해나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국이다. 2005년 방송위원회가 8개의 시범사업자를 선정하며 공동체 라디오를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다. 초기 8개 라디오 방송국은 광주시 북구청의 ‘광주시민방송’, 대구 성서의 ‘성서 공동체 FM’, 경북 영주의 ‘영주 FM’, 충남 공주의 ‘금강FM’, 성남 분당의 ‘FM분당’, 서울의 ‘관악FM’과 ‘마포 FM’, 그리고 전남 나주의 ‘나주 시민방송’이었다. 정식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탈락한 ‘나주 시민방송’을 제외한 7곳이 현재 출력 1와트로 방송을 하고 있다.

이중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손꼽히는 곳이 관악FM 공동체라디오다. 관악FM은 10개 이상의 마을미디어를 설계운영하고,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FM 방송시스템이 안착되도록 도왔다. 영향력이 미미한 공동체라디오 중 유독 관악FM이 성장한 이유는 뭘까. 올해 13년째를 맞은 관악FM의 안병천(42) 대표를 만났다.

“공동체 라디오는 소수 매니아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지역 주민 전체를 위한 매체입니다. 1인 미디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지역 단위의 작은 이야기는 소외되고 있거든요.”

라디오는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매체다. 게다가 다른 매체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관악 FM의 경우, 관악구 중심 지역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100.3MHz으로 맞추면 들을 수 있는데, 현재 오전 6시부터 1시간 단위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다. 오전 6시, 노년층이 직접 노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송 ‘쾌지나 청춘’을 비롯해, 오후 11시 영화 음악 프로그램 ‘시네뮤직’까지 18시간 동안 각각 색다른 주제로 방송이 편성되어 있다. 특히 ‘굿모닝 세상의 아줌마들’, ‘관악 라디오가 좋다’라는 프로그램은 관악구 주민들이 직접 관악구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공동체의 소통을 발전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관악FM에는 현재 총 80여명의 DJ가 방송을 진행하고, PD 겸 작가만 해도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총 200여명의 스태프가 일주일동안 약 100여개의 컨텐츠를 새롭게 생산하고 있다.

관악공동체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필리핀 언어 방송 ‘굿세아 필리핀’이 방송되고 있다. ⓒ최서영

 

성공비결 1. 교육시스템

“결국은 교육입니다. 공동체 라디오는 시민사회 영역에 기대고 있습니다. 80~90프로는 지역, 지역 주민, 시민들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관악FM의 차별화된 교육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안병천 대표)

관악FM은 모든 관계자들에게 방송법, 방송 윤리, 제작 교육, 콘텐츠 분석 교육을 진행한다. 그런 다음 대본과 방송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개선안을 제공한다. 이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은 관악FM의 훌륭한 자산이 된다.

성공비결 2. 관계 맺기

“저희의 성공비결 두 번째를 꼽자면,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점, 함께 사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 형성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안병천 대표)

청소년, 장애인, 노년 층 등 다양한 계층이 자신들의 목소리로 방송을 진행하는 관악FM에서 가장 독특한 방송을 꼽는다면 ‘굿세아 필리핀’일 것이다. 3년 째 ‘굿세아 필리핀’의 DJ를 맡고 있는 도용선씨가 대표적이다.

“한국에 와서 궁금한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아요. 하지만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은 누구 하나 천천히 알려주는 사람 없어요.”

도씨는 그저 남편만 믿고 한국에 왔건만, 누구 하나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TV, 라디오 등 방송은 모두 한국어였고, 그녀가 한국에 대해 궁금한 정보를 알 수 있는 통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도씨는 “한국에 먼저 와 이것 저것 많이 배운 내가 라디오를 하면, 나보다 늦게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라디오 DJ를 맡았다”고 말했다. 방송 후 가장 변한 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아이들이 엄마인 저를 생각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 엄마는 외국인이고, 한국어도 잘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인줄 알았던 아이들이 ‘엄마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며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가끔 아이들이 한국말도 잘 못하는 엄마라고 무시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방송을 시작한 후에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니거든요.”

그녀는 이 방송을 통해 한국 내에서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관악공동체라디오 박현숙PD(50), 도용선DJ(43), 안병천 대표(42) ⓒ최서영

 

성공비결 3.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직접 한다

“내 이야기, 가족이야기, 지역사회를 넘어 사회이야기까지 하게 됐다.”

관악FM PD 박현숙(50) 씨의 말이다.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그 지역 주민이 직접 PD와 DJ, 작가가 된다. 7년 째 관악FM에서 PD를 맡고 있는 박현숙씨는 공동체 라디오를 통해 내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역, 그 시간의 사회의 이슈가 되는 것들, 우리가 생각하는 이슈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가정에만 머물지 않고 시야가 넓어졌죠. 결국 관심사가 각 가정에서 시작돼서 사회로 커져갔고, 내 아이를 이해하게 되고, 가정을 이해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어가는 과정이었어요.”(박현숙 PD)

박 PD는 “마을 미디어가 많이 생기니까 팟캐스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공동체 라디오는 공중파 주파수가 있는 엄연한 라디오”라며 “방송법에 근거해서 해야하는 말이 있고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 공동체 라디오의 전망

현재 한국 공동체 라디오의 전망은 사실 불확실하다. 방송위원회가 공동체 라디오 신규 사업자 모집을 하지 않고, 기존 시범 사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공동체 라디오가 당면한 가장 문제 요인은 출력의 제한이다. 일부, 10와트 출력으로는 충분한 방송구역을 확보할 수 없어 지역 공동체에 대한 서비스에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최소 20와트 이상으로 출력 증강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재정확보 문제이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은 방송위원회가 방송발전기금으로 자금을 지원했으나, 새로 새정한 방송법과 시행령에는 방송위원회의 지원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공동체 라디오 방송 서비스가 더욱 필요한 낙후된 지역일수록, 공동체단위의 소통의 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터뷰 내내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3명에게 앞으로의 비전을 물었다.

“5~6개팀(중국,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한국, 일본 등등)에서 3팀(필리핀, 한국어, 중국팀)으로 줄었는데, 그 이유가 계속 세대가 변하면서 유대감이 약해져서예요. 많은 분들이 방송을 행복하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으로 정보도 나누고 힐링하고 소통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많이 들을 수 있는 방송이었으면 좋겠어요.”(관악FM 박현숙 PD)

“관악FM의 목표는 관악구의 지역 소통매체로서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이에요. 지역에서의 필요성도 높고, 지역 주민의 즉각적 반응도 높이기 위해서죠. 하지만 정부 지원체계가 무너지다 보니까 그런 프로그램을 하지 못했어요. 관악FM 청취권역에 사는 지역 주민이 53만명이에요. ‘우리의 생활영역에 매체가 있다’라고 알리고 싶어요.”(안병천 관악FM 대표)

“만 6년 방송했는데, 좀 더 많은 친구들이 들을 수 있게, 그리고 한국 사람들도 들을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안 그래도 지난 달에 회의를 했어요. 필리핀 언어와 같이 한국어를 섞어 쓰거나, 영어나 한국어로 필리핀 문화에 대해서 알리는 그런 방송을 만들면 좋겠어요.”(도용선 굿세아 필리핀 DJ)

최서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많이 보고 듣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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