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대기업 상사맨에서 사회적기업가로의 변신, 홍한종·이참 단골공장 공동대표 인터뷰

클릭 한 번이면 물건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세상.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물건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내가 산 물건이 어디서 왔는지 고민해본 사람은 드물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물건에 담긴 많은 과정들을 우리는 모른 채 살아간다. 한편 제품 뒷면에 숨은 제조회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좋은 제조 회사들을 알릴 방법은 없을까. 두 청년은 새로운 유통 방식을 고민했다. 물건을 만드는 곳과 사용하는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것, 소셜벤처 ‘팩토리얼’의 플랫폼 서비스 단골공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단골공장’은 단골가게처럼 믿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공장을 만들어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산물, 먹거리 직거래 서비스처럼 공산품도 새로운 유통 방식을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기술력을 가졌으나 직접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 제조사들과 물건이 생산되는 공장의 이야기를 궁금해 할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개포디지털혁신파크(지하철 분당선 개포동역) 내 팩토리얼 사무실은 단촐했다. 홍한종(36) 대표와 이참(33) 대표는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보다 외부로 나가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했다. 직접 공장들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좋은 공장이 있는 곳이라면 먼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소비자와 공장을 잇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발품을 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골공장 홍한종 대표(왼쪽)와 이참 대표. ⓒ장석현 사진작가

◇대기업 상사맨, 크라우드 펀딩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대기업 상사맨으로 일하던 두 대표는 같은 회사지만 다른 부서로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2013년 홍 대표는 퇴사를 결심했다. 각자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우연히 함께 사업을 하게 됐고, 해외 무역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제조사들을 현장에서 만났다. ‘훌륭한 제조 능력을 갖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국내 제조사들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이어주면 어떨까?’ 단골공장 아이디어의 시작이다. 지난해 초부터 사업을 구체화하며, 2016년 8월부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해 실험을 시작했다.

“시장 조사, 업체 분석 등 8단계를 거쳐 제조 공장을 선정했어요.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노하우를 적용한 거죠. 하지만 정량적 평가보다는 직접 대표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분들의 진심 그리고 제품에 대한 열정이 느껴질 때 소비자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들이 처음으로 내놓은 제품은 태원산업의 섬유탈취제다. 대형 유통사에 납품하는 공장인 태원산업이 직접 개발, 제조를 맡은 제품이다. 펀딩이 시작된 후 두 대표는 걱정이 컸다고 했다. 제품 생산을 위해선 최소 발주량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진행된 펀딩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섬유탈취제 펀딩 목표치의 834%를 달성했다.

두 번째 펀딩 상품은 국내 유일의 우산 제조사 두색하늘의 우산이었다. 우산 펀딩 또한 목표치의 1044%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팩토리얼은 소풍(Sopoong)의 엑셀러레이팅·투자 프로그램 3기에도 선정됐다. 

기획단공 제품 중 하나인 두색하늘 슬립우산. ⓒ단골공장

◇기획단공부터 바로단공까지…단골공장의 업그레이드

두 번의 크라우드 펀딩 성공 이후, 두 대표는 본격적으로 단골공장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5월에는 단골공장 자사 사이트가 문을 열였다. 단골공장 사이트는 기존에 이용했던 크라우드 펀딩 형식을 그대로 사용한 기획단공과 제조사의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바로단공 서비스, 두 가지 주요 서비스로 구성돼있다(2017년 6월 기준 바로단공 서비스는 오픈 준비중이다).

사이트 오픈 후 첫 기획단공으로는 제이트로닉스의 주문생산 물티슈가 선정됐다. 이정호 제이트로닉스 대표는 유통업에 종사하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제조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참 대표는 “물티슈는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고, 민감한 제품인만큼 제조사의 이야기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중요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선정 취지를 전했다. 홈페이지에는 물티슈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원료와 주요 공정이 자세히 설명돼있다. 6월 24일까지 진행되는 펀딩에 5000개 주문생산량 중 3760개가 선주문됐다(6월 19일 기준). ☞단골공장 물티슈 펀딩 참여하기

지난 5월 문을 연 단골공장 메인 홈페이지. ⓒ단골공장

소비자의 의견이 제조사에게 바로 전달된다는 점도 단골공장의 묘미 중 하나다. 실제로 첫 기획 제품이었던 섬유탈취제는 인기가 좋았지만 끈적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래서 개선한 제품이 섬유탈취제 버전 2.0이다. 단순히 새 제품이 아닌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버전2.0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성공적으로 기획단공이 진행된 제품은 바로단공에서 즉각 구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다.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소비자가 공장의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믿을 수 있는 공장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그날까지

단골공장은 모든 프로젝트 제품들을 제품설명서와 함께 배송한다. 제품설명서에는 제품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공장들의 이야기가 함께 적혀 있다. 소비자들은 물건과 함께 누군가의 이야기를 함께 구매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제조사 대표님께서는 SNS에 해시태그로 공장 이름이 달린 것을 보고 기쁜 반응을 보이셨어요. 평소 술을 잘 안드시는 분인데 그날 기분이 좋아 소주 한잔 하셨다고 하시면서요. 저희가 부탁드리지 않아도 구매자분들께서 이야기를 읽으며 자연스레 공장 이름을 기억해주시곤 합니다.”

단골공장의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이 직접 기획해 공장에 제품을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 우리나라 제조 회사들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까지 해나갈 예정이다. 소비자와 공장을 잇기 위한 두 대표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장미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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