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대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5년째 제자리…여성 이사 비율 5.1%에 불과

2016 국내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트렌드 분석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보 공개 수준이 5년째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기업(공공기관 포함)은 총 108곳으로 조사됐다(2017년 1월 31일 기준). 국내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발간 기업 4곳). 이후 꾸준히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2011년 처음으로 100곳을 넘어섰지만(102곳), 이내 정체 상태에 빠졌다. 2014년(117곳 발간)을 기점으로 보고서 발간 기업이 2015년 102곳, 2016년 108곳으로 하향세인 것. 특히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5개 중 33곳은 보고서를 발간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고, 상장기업 약 2100여개 중 보고서 발간 기업은 73곳에 불과했다. 2016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에선 52곳만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분석은 보고서에 경제·사회·환경 등 3개 영역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한 기업만 대상으로 했다. 사회공헌백서, 탄소보고서, 환경보고서 등 특정 영역만 다루고 있는 보고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2016년 1~12월 발간된 보고서를 조사대상으로 함). 전문가들은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시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2006년 CSR 보고서 발간 기업이 26곳에 불과했지만, 2011년 1016개, 2014년 2004개 기업으로 급증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500인 이상 기업의 CSR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 당장 약 6000여개 기업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해야하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여성 이사 비율 5.1%…다양성, 이해관계자 소통 강화돼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108개 기업 중 이사회내 성별을 보고한 곳은 37곳으로 34.3%에 불과했다. 해당 정보를 공개한 기업 중 여성 이사가 존재하는 조직은 13개였고, 여성 이사의 평균 비율도 5.1%에 그쳤다.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이사회 다양성을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 2016년 포춘(Fortune)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중 여성 이사 비율은 2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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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이해관계자 대화’를 나눈 기업 역시 14곳에 그쳤다. ‘이해관계자 대화’란 조직의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중요 사안을 논의하고, 주요 이슈를 도출하기 위한 오프라인 간담회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결과를 보고서 및 경영 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전문가 개별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2개 기업은 전문가와 일대일 인터뷰 또는 이슈별 이해관계자 개별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의견을 보고서에 반영했고, 내외부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조직의 중요 이슈를 도출한 곳은 73곳으로 나타났다. 이중 설문대상·설문방법·응답률 등을 상세히 기재한 곳은 36곳에 그쳤다. 

◇SDGs반영 급증, Scope3 보고는 32곳에 불과 

보고서에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언급한 기업은 32곳으로, 2015년 MDGS(새천년개발목표)를 언급한 건수(2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사업 방향이나 지속가능경영 목표와 SDGs 17개 목표를 연결해, 세부 실천 방향을 제시한 보고서도 눈에 띄었다.

반면, 사업장 경계 외부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인 Scope3(기타 간접 온실가스 배출)를 관리 및 보고하는 기업은 29.5%(32곳)에 불과했다.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Scope1)과 간접 온실가스 배출(Scope2)은 비교적 관리 및 측정이 쉬운 편이지만, 원재료 추출·제품의 가공 및 처리·유통·폐기·임직원 통근 및 출장 등 공급망을 포함한 기타 간접 온실가스 배출(Scope3)까지 관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Scope3의 관리 범위 및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나이키는 Scope3에 해당하는 구매, 조달, 물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하고 2020년까지 이를 1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보고서에 언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Scope3는 규제대상이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배출량을 관리하고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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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발간 기업, 제조업>금융·보험업>서비스업 순 

산업군별로 CSR 정보 공개 수준도 다르게 나타났다. 201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108곳 중, 제조업이 60.5%(49곳)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 및 보험업(11곳), 서비스업(9곳), 건설업(7곳)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기업일수록, CSR 정보 공개를 통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있는 것. 공공기관(27곳)보다는 민간기업(81곳)이 보고서를 많이 발간했고,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70곳, 중견·중소기업이 11곳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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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발간 명칭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63개로 가장 많았고, ‘지속가능성보고서(17개)’, ‘통합보고서(7개)’, ‘CSR보고서(6개)’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과 인권’ 이슈가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반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속가능경영&인권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점도 눈에 띄었다. 최근 ‘기업과 인권’ 이슈가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2015년 2월 ‘UN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이 발간된 바 있다. 이는 기업이 인권 원칙을 어떻게 준수하고 있는지 보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이미 유니레버(Unilever)·에릭슨(Ericsson)·네슬레(Nestle)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적용한 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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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발간 6월 가장 많아…GRI 가이드라인 적용 99%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시점은 하반기(38곳)보단 상반기(58곳)가 많았고, 특히 6월이 27곳으로 가장 많았다. 84.1%(90곳)가 매년 보고서를 발간하는 반면, 9곳은 격년으로 발간하고 있었다. 특히 SK건설, KSS해운, 동원그룹, 롯데정밀화학, 현대엘리베이터, 한국임업진흥원은 2016년 처음으로 보고서를 펴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 가이드라인으로는 99%(107곳)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따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표준인 ISO26000을 보고서 작성 기준으로 중복 활용한 보고서는 30곳(27.8%), UNGC 10대 원칙(인권·노동·환경·반부패)을 따른 보고서는 49개(45.4%), BEST 가이드라인(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확산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대한상공회의소·산업정책연구원이 공동 제작한 가이드라인)을 활용한 곳은 DGB금융지주·GS건설·KT 등 8곳으로 나타났다. 

GRI는 기업의 지속가능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로 1997년 설립됐다. 3~4년에 한 번씩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발표하고 있다. 특히 2016년 10월, GRI는 가이드라인 개정판인 ‘GRI Standard’를 공개해 각 이슈별로 보고 의무항목과 권고항목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향후 G4 Standard를 적용하는 기업은 조직이 보고 내용을 취사선택할 수 없고, 도출된 주요 이슈에 대한 의무 항목을 모두 보고해야하며, 보고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서술해야한다. CSR 정보 공개 및 투명성 강화가 강조되는 만큼, 기업들의 관련 데이터 수집 및 관리가 강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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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신규 협력사를 선정하거나 평가할 때 CSR 항목을 반영하거나, 협력사의 CSR 수준을 평가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반영한 보고서는 총 46개(42.5%)로 나타났다. 최근 해외 협력사의 인권침해·환경오염·안전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협력사의 CSR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규범(Supplier code of conduct) 및 관련 표준(PAS7000, SA8000)에 따라 협력사를 관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윤정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연구원은 “최근 협력사 CSR 관리 문제로 매출이 하락하는 등 유·무형의 손실을 입는 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협력사의 CSR 평가 및 관리는 리스크 관리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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