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청소년의 보금자리, 그룹홈 ‘가족’
영화 ‘우리 가족’을 아시나요? ‘우리 가족’은 총각엄마 김태훈씨와 10명의 북한이탈청소년들이 함께 사는 그룹홈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가족’의 첫 시작은 13년 전, *하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태훈씨가 우연히 염하룡 군(당세 10세)을 만나면서였습니다. 어머니가 지방으로 일을 나가고, 집에 홀로 남겨진 하룡군과 하루를 보낸 뒤로, 태훈씨가 아이와 함께 살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작은 가족이, 10년 만에 어느새 유치원생부터 취업준비생까지 어우러져 사는 대가족이 되었습니다.
*하나원: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하여 설치한 통일부 소속기관
피가 섞인 가족보다 더 사랑이 넘치는 이들. 하지만 태훈씨와 아이들의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룹홈 식구들이 살 곳을 구하려 해도, ‘남자 아이 10명이면 집이 다 망가진다’며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탈북’청소년이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들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5-6차례나 집을 옮기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태훈씨의 사정을 잘 아는 지인 덕분에,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주택에 장기 임대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30년 된 주택이 노후화가 심해 전반적인 개보수 없이는 거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전반적인 개보수가 필요한 30년 된 주택
집안 곳곳에 피어있는 곰팡이, 보일러도 깔려있지 않은 바닥, 노후화된 화장실의 세면대와 변기까지…. 보기에도 주택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특히 오래된 창문과 창틀, 방문에서는 걸핏하면 ‘휘잉휘잉’ 바람소리가 나고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도배부터, 바닥 장판, 단열 작업부터 화장실, 주방을 비롯한 내장재를 모두 개보수하는 큰 공사가 불가피했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고 10명의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켜온 태훈씨. 그에게 주택 공사에 필요한 비용을 혼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에 북한이탈주민 관련 사업을 벌여온 열매나눔재단이 그룹홈 ‘가족’을 위해 주택 개보수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일촌나눔하우징도 힘을 보탰습니다. 재단은 추운 계절이 오기 전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우선 긴급지원사업비로 진행 가능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가족’이 머물 주택의 1,2층 전체 이중창 샷시와 방충망을 설치하기 위한 해피빈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1367명의 네티즌과 기업 후원자 여러분의 후원, 그리고 통일부 캠페인으로 세 달 동안 약 48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아늑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두세 달간의 공사 끝에, 그룹홈 ‘가족’의 식구들은 아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주택에 외부로 난 창문들이 15개나 되는데, 해피빈을 통해 모인 기부금으로 PVC샤시 및 방충망 13세트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단열이 좋은 이중창으로 교체한 덕분에, 산자락에 위치한 주택에서도 아이들이 추위 걱정을 덜고 겨울을 잘 났습니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가족’에 대한 관심이 쏟아져, 추가로 모인 후원금으로 나머지 공사에도 보탰습니다.
후원뿐 아니라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도 쏟아졌습니다. 모금함을 본 한 분은 자신의 아이가 쓰던 자전거와 가구를 뜻있는 곳에 보태고 싶다며 ‘가족’에 기부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덕분에 가족의 막내인 유치원생 아이가 소중하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가족’의 소식을 접한 분들이 생활용품이나 먹을거리를 보내주겠다고 연락해오는 등, 지속적인 후원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룹홈 ‘가족’의 열 명 아이들은 태훈씨의 사랑 속에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첫째 하룡이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고, 한 달 전 들어온 막내는 유치원에 다니며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 외에도 국내에는 많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가족이 다함께 한국으로 넘어온 경우도 있지만, 가족과 헤어져 홀몸으로 한국에 온 아이들도 많습니다. ‘가족’같은 따뜻한 공동체를 만나면 다행이지만, 아직도 북한이탈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사선을 넘어서 한국에 온 아이들이 절망을 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