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인생 2막, 사회적 경제에서 펼치는 시니어들

We are SEniors(위아시니어스) 시니어 인턴

 

은퇴 후, 자기 진단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모든 걸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죠.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에게 전하는 강승환(가명·62)씨의 조언이다.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강씨는 은퇴 후 한 회생기업에서 일했으나 갑작스레 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인생 2막에 그는 막막하기만 했다. 어디서 어떤 정보를 찾아야 다시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그는 시니어앤파트너즈에 취직해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똑같이 느끼는 은퇴 시니어들에게 재취업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에게 일자리를 연결해 준 것은 사회적기업 중간지원 기관인 신나는 조합 ‘We are SEniors’(이하 위아시니어스) 프로그램이다. 위아시니어스는 은퇴한 시니어들이 사회적경제 분야로 취업 또는 창업할 수 있도록 ‘시니어 사회적경제 기업 전문가 아카데미’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은퇴한 시니어들은 자신의 전문능력을 활용할 수 있고, 사회적기업의 입장에선 전문 인력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다.

 

◇마음속에 ‘사회적 경제’를 품은 시니어들

 

시니어를 위한 수많은 창업교육 프로그램들이 범람하지만, 위아시니어스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신청자 중 선발을 거친 20여명은 3개월간 ‘시니어 사회적경제 전문가 아카데미’ 교육을 받는다.

사회적경제 전문가 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있는 시니어 수강생들 ⓒ허세민

수강생 중 한 명인 이강훈(63)씨는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경제에 뛰어들어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32년간 대우전자에서 근무한 그는 해외영업부서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과 마케팅 분야로 활동할 생각이다. 이씨는 “사회에 공헌하고 개인적 보람까지 느낄 수 있어 나한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10년 뒤 사회적 경제 분야의 전문가가 돼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수강생인 이강우(64)씨는 31년 넘게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뒤 정년퇴직을 했다. 이씨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부끄럽지만 금융 쪽에서 일하면서도 사회적경제에 대해 잘 몰랐다”면서도 “수업에서 개념을 배우고 나니 우리나라에 사회적경제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시 ‘막내’에서 ‘전문가’로

 

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한다. 취업 여부는 이후에 결정된다. 위아시니어스 1기 수강생인 임양묵(65)씨도 그 중 하나다. 현재 그는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한옥협동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옥협동조합은 전통문화재의 보수와 한옥의 설계, 인테리어 시공 등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문화재수리업’ 등록단체다.

한옥협동조합에서 청년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임양묵씨 ⓒ허세민

2015년 8월, 임씨가 이곳에서 정식으로 근무하면서부터 매출 실적이 8배 이상 올랐다. 그가 행정 업무를 전담하자 한옥협동조합의 대표와 기술자들이 본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업 제안, 홍보, 직원들의 급여 관리 등 대부분의 행정적 업무가 경영기획실장인 그의 손을 거쳐 간다. 임씨의 행정적 역량은 36년간의 공무원 인생에서 비롯됐다. 행정직으로 근무하며 기획, 경영, 민원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한 것이다.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홈페이지 제작에 참여했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아이디어를 보태고 있다. 그는 “여기선 공무원 생활을 할 때와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맡아 일이 힘들다”면서도 “작은 도움이나마 회사가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씨의 바람은 이곳에서 70세까지 일하는 것이다.

박생규(65)씨는 위아시니어스를 주최한 신나는 조합에 취업한 경우다. 인턴과 상임고문으로 근무한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를 거쳐 현재는 신나는 조합에서 시니어의 취업교육을 돕고 있다.

신나는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생규씨 ⓒ허세민

인턴으로 일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젊은 직원들이 내가 어려워서 일을 안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때마다 그는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6시를 넘어서도 퇴근하지 못하는 직원이 있으면 다가가서 무엇이 문제인지 물었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나의 방식이 더 효율적일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그 직원이 하는 일이 나한테 넘어왔다.”

박씨의 바람은 자신을 통해 많은 시니어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은퇴한 시니어들이 두려움 없이 인생 제2막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나아가 그는 “시니어의 지혜를 더한다면 주니어들의 꿈이 역동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100세 시대다. 은퇴 후 찾아온 삶을 “하루하루가 고문”이 아니라, 새로운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작으로 채워가는 건 어떨까.

 

허세민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청년기자 허세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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