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심리상담 해주는 앱이 있다고요? ‘트로스트’ 김동현 대표

국내 최초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

470만 명. 우리나라 성인 중 정신질환 경험을 가진 사람의 숫자다.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중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이다. 거꾸로 말하면, 9명의 ‘시한폭탄’이 멀쩡한 것처럼 사회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국내 최초 심리상담 앱 ‘트로스트’를 세상에 내놓은 휴마트컴퍼니의 김동현(27·사진) 대표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왜 사람들은 심리 상담 받기를 꺼리는 걸까.’ 

‘누구나 부담 없이 상담을 받도록 할 방법은 없을까.’

2014년, 지인의 사고를 경험한 이후 우울증세가 찾아온 김 대표는 국민대 내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대학교 상담센터와 일반 심리상담센터 등 10개월간의 상담 끝에 마침내 우울증세를 극복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어서였을까. 김 대표는 주변 친구들에게 심리 상담을 적극 추천했다.

“대부분 상담 받기를 거부하더라고요.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크고, 직접 만나서 대면(對面) 상담을 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의료 기록이 남는 것도 불편하고요. 50분 상담에 1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김동현 대표는 심리 상담에 대한 바로 이 거부감이 대중화의 장애물이라 판단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모바일, 온라인 상담 플랫폼을 구상했고, 이것이 오늘날 트로스트가 됐다.

휴마트컴퍼니 김동현 대표 ⓒ휴마트컴퍼니

◇마음이 멍든 사회…당신의 마음은 건강 합니까

작년 1월,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출신인 김 대표는 지인들 중에서 개발자, 디자이너 팀원을 모아 의기투합했다. 12월 트로스트 앱 정식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중소기업청과 KDB산업은행의 스타트업 정부지원금이 없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독일어로 ‘위로’ ‘위안’을 뜻하는 트로스트(Trost) 앱은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 채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문제는 ‘심리상담사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였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 심리학과 교수에게 “도와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80%는 아예 답변이 없거나, 그나마 답변이 있어도 부정적인 피드백뿐이었다.

“사업 아이템을 들고 무작정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했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어요. 상담전공자도 아닌데다 아직 어린 제 말에 귀 기울이는 센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끈질기게 찾아가고 연락하자, 몇몇 센터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지금은 서울과 경기지역 14개 상담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문심리상담사 52명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고민 유형, 성별, 연령, 직업 기입한 뒤 상담사 선택은 내 맘대로

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트로스트 앱의 상담 접수 단계 ⓒ휴마트컴퍼니

트로스트 앱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실행하면 먼저 고민 유형과 성별, 연령, 직업 및 성격 등을 기입한다. 기본적인 정보를 기입하면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상담사 리스트가 나온다. 상담사를 누르면 해당 상담사의 경력과 상담 스타일, 주요 상담분야 등을 볼 수 있다. 원하는 상담사를 선택하면, 휴마트컴퍼니가 원격으로 이들을 중개해 수분 안에 상담사와 매칭된다. 이후 스케줄을 잡은 뒤 원하는 시간에 전화 혹은 메시지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화나 메시지로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요. 재택근무를 하는 상담사가 많아서 가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학생이나 교포 등 해외거주자들이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보통 한 회당 8만~10만원인 오프라인 상담 가격에 비해, 트로스트의 경우 3만~4만원대다. 김 대표는 “자신의 상태를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좋아, 외국 논문에서도 ‘텍스트 테라피’의 성과가 입증돼있다”고 말했다. 앱 출시 이후 입소문만으로도 사용자가 늘어 벌써 누적 상담 건수가 1만500건을 돌파했다. 월 평균 1000건에 달한다.

◇누구나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건강한 마음이 행복한 삶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현 대표는 사람들의 마음건강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는 향후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방식의 사업을 구상 중이다. 비언어적 소통의 부재 등 온라인 상담만으로 그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아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또 개별 심리상담사 단위가 아닌, 심리상담센터 단위의 제휴를 통해 오프라인 센터에 대한 수요 또한 늘리기 위함이다. 향후 기업 상담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300대 기업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상 직원 정신건강에 대한 복지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대학시절, 그의 취미는 봉사활동이었다고 한다. 시간실적 위주의 자원봉사에서 벗어난 청년 기획봉사단체 ‘애드벌룬’을 운영하기도 했다. 군대 시절의 작은 경험이, 어쩌면 그와 휴마트컴퍼니를 설명해주는 단서가 될지 모르겠다.

“군대에서 식물인간 딸을 둔 어머니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봤어요. 무작정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100만원을 모았습니다. 마침내 그 돈을 전달하려 했을 때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들었어요. 몇몇 기업들이 식물인간 딸을 둔 자신의 상황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하니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죠. 돈으로 돕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저에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뒤로 돈만이 아니라, 가치로 남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어요.”

누구나 정신건강을 손쉽게 관리 받을 수 있고, 스스로 자신의 정신건강을 진단할 수 있게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김동현 대표의 꿈이다.

이민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7기)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청년기자 이민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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