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CSR 성과, 아시아 기업들과 비교해보니
경영학의 세부 연구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주제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어떻게 유지 혹은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제공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경쟁우위가 점차 약화되는 기업은 궁극적으로 생존 자체를 염려해야 할 처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이 급격히 줄고 있다. 1935년 90년이었던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 그리고 2015년에는 15년으로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 것. 포춘(Fortune) 500 리스트를 통해서도, 거대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함된 기업 10곳 중 4개 기업은 불과 20년 만에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자산 기준으로 본 30대 그룹의 순위는 1년새 절반이 바뀌었다. 10대 그룹 중에서 영업이익률이 악화된 기업은 7개에 달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3만 벤처기업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벤처기업 중 62%는 3년을 버티지 못한다.
‘경쟁우위’란 우리 회사의 경쟁자(들)에 비해 우리 회사가 지니고 있는 강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쟁우위의 원천이나 그 지속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회사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산업 융합화 시대에 이어 최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더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회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쟁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영활동이 유사한 지역에서 서로 중복되고 비교되는 경우, 해당 기업들은 서로에게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CSR 활동의 전략적 활용 방안에도 예외는 없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회사의 CSR 활동 결과를 경쟁자와 비교 평가하여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회사의 CSR 성과를 좀더 체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그 비교대상을 국내 경쟁자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2016년 아시아 CSR 랭킹(Asia CSR Ranking)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아시아 CSR 랭킹위원회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 기업들의 CSR 활동을 ISO 26000에 근거해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영역별로 비교 평가했다. 아시아 각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한국 50위, 중국 30위, 일본 30위, 아세안 10위) 중에서 아시아 타국에 자회사 1개 이상 설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모든 영역에서 일본에 뒤처진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 영역에선 39.8점으로 일본보다 20점 넘게 차이났으며(일본 59.3점, 중국 33.6점), 사회 영역은 40점(중국 34.9점, 일본 44.5점), 지배구조 영영은 51.6점(중국 43.3점, 일본 56.8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오염예방,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상 보호 정책 등 환경 영역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반면 2015년 아시아 CSR 랭킹 조사에서 시가총액 상위 30위 기업으로 국한시켜 분석했을때, 한국은 환경(51점)·사회(47점)·지배구조(60.1점) 등 모든 영역에서 점수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사회 영역 및 지배구조 영역에서는 일본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분석 대상 한국 기업을 30곳에서 50곳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포함된 기업들의 전반적인 CSR 활동(평균 31.3점, 표준편차 20점)이 기존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비하여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평가대상에 포함된 한국 기업들의 평균 점수(53점→54.4점)와 표준편차 (17.8점→18.4점)는 모두 증가하였다. 즉 상위 30위 한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CSR활동은 개선되고 있지만, 잘하는 기업과 개선이 필요한 기업의 격차는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 평가 대상인 총 50개 한국 기업의 CSR 평균과 표준편차 점수는 각각 43.8점과 22.2점이다. 한국 기업의 표준편차 점수는 중국 기업(13.8점)이나 일본 기업 (14점)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CSR에 대한 접근 방식이 한국 기업 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 항목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CSR 관련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항목 평균(63.8점)에 비해 표준편차 (41.8점)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CSR 활동에서의 중요한 이슈 선별’, ‘주요 CSR 이슈와 전략과의 연계성 향상’, ‘CSR 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 선임’ 등 이 몇몇 기업들의 점수나 순위 변동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발전을 통해 파생되는 기회를 포착하고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접근법”으로 정의했다. 즉 경제, 사회, 환경의 3가치 축(triple bottom line)에서 경쟁우위를 유지 및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생존의 이슈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제고를 위해 경쟁사 대비 우리 회사의 CSR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근거해 향후 CSR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정,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2001년 9월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Ph.D.)를 취득했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중남미연구소 위원, KOTRA 글로벌CSR사업 심의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전략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CSR 및 글로벌 관련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IGI (Inno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하여 그 결과를 경제지에 2001년부터 매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평가대상 기업을 한국, 일본, 중국 및 주요 아세안국가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여 그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CSR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저서로는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n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2017년)”,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2014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