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Editor’s pick] ‘덕수궁 페어샵’에서 득템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사회적 경제 마켓 ‘덕수궁 페어샵’ 올 10월 28일까지 열려

사회적기업, 여성·청년·실버·장애인 창업가들 참여

 

 

지난달 28일, 시민들이  서울 덕수궁 길을 따라 마련된 사회적 경제 마켓인 '덕수궁 페어샵'을 구경하고 있다. ⓒ박민영
지난달 28일, 시민들이 서울 덕수궁 길을 따라 마련된 사회적 경제 마켓인 ‘덕수궁 페어샵’을 구경하고 있다. ⓒ박민영

5월, 서울 덕수궁 길에는 특별한 장터가 열린다.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대한문~원형분수대에 이르는 덕수궁길에서 사회적경제장터 ‘덕수궁 페어샵’이 마련된 것. 덕수궁 페어샵은 사회적경제기업, 공정무역, 청년창업가, 여성기업, 장애인기업 등이 생산한 다양한 제품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2014년부터 열고 있다. 참여기업도 지난해 70여개(15회 운영)에서 올해는 100여개(18회 운영)로 늘렸다. 덕수궁 페어샵은 10월 28일까지 열린다. 

그 특별한 현장엔 어떤 사연을 지닌 제품이 있을까. ‘더나은미래’ 박민영 기자가 덕수궁 페어샵 현장에 직접 가 봤다. 예쁜 디자인, 좋은 품질뿐 아니라 남다른 의미도 담긴 ‘사회적 경제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 · 커피 캡슐 화분
김보영(28) '나무를 만드는 사람들' 주임이 캡슐 화분을 소개하고 있다. ⓒ박민영
김보영(28) ‘나무를 만드는 사람들’ 주임이 캡슐 화분을 소개하고 있다. ⓒ박민영

인스턴트 커피보다 향긋하고 맛이 좋다는 캡슐 커피. 하지만 한 번 쓰고 버려야 하기 때문에 커피 몇 잔만 마셔도 쓰레기통이 수북해진다. 맛있는 커피를 먹으면서 죄책감이 드는 이유다.

이 커피 캡슐을 이용해 화분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예비 사회적기업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다. 2015년부터 덕수궁 페어샵에 참여했다는 길홍덕(42) 대표는 “사무실 쓰레기통에 쌓여가는 커피 캡슐을 보고 이를 재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 등의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 화분으로 만들게 됐다”면서 “캡슐 크기가 작기 때문에 미니 선인장, 다육 식물 등 작은 식물을 심고, 화분에 걸맞는 귀여운 장식을 했다”고 설명했다.

나무를만드는사람들의 캡슐 화분.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된다. ⓒ박민영
나무를만드는사람들의 캡슐 화분.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된다. ⓒ박민영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캡슐 화분은 덕수궁 페어샵의 인기 아이템이다. 덕수궁 길 초입에 자리한 이 부스에는 낮과 저녁, 언제 방문해도 화분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캡슐 화분을 산 유의선(50) 씨는 “처음엔 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식물이라고 해서 놀랐다”면서 “며칠 후면 결혼기념일이라 아내 선물로 샀는데 업사이클링 제품이라 하니 더 뜻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캡슐 화분은 장식품으로도 변신한다. 화분에 자석이 들어 있어 철로 된 가구나 냉장고에 붙일 수 있다. 큰 화분은 9000원, 작은 화분은 7000원이다. 선인장과 다육 식물은 한 달에 한 번 물을 주고 가끔 햇볕을 쐬어 주면 된다.

 

관악시니어클럽 · 할머니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참기름과 두부
관악시니어클럽의 제품들. 노인들이 직접 뜬 수세미와 직접 짠 참기름 등 다양한 제품이 마련돼 있다. ⓒ박민영
관악시니어클럽의 제품들. 노인들이 직접 뜬 수세미와 직접 짠 참기름 등 다양한 제품이 마련돼 있다. ⓒ박민영

먹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덕수궁 길 중간에 자리한 관악시니어클럽에 가 보자. 고소한 참기름, 들기름부터 두부, 양파즙 등 다양한 식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부스 내 모든 제품들은 시니어클럽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만들었다.

관악시니어클럽의 인기 제품인 '콩깍지 두부'. ⓒ박민영
관악시니어클럽의 인기 제품인 ‘콩깍지 두부’. ⓒ박민영

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노일일자리 전담기관으로, 현재 전국에 90여 개의 시니어클럽이 운영 중이다. 시니어클럽은 지역 사정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 노인들의 일자리와 건강한 노후 생활을 돕고 있다. 관악시니어클럽은 노인들이 직접 만든 두부, 밑반찬, 쌀과자 등의 식품들을 온-오프라인으로 팔고 있다.

"이 두부과자 한 번 맛봐. 직접 만든 두부로 만들어서 아주 고소해." 관악시니어클럽 회원인 김남순 할머니는 2015년부터 덕수궁 페어샵 판매자로 활동하고 있다. ⓒ박민영
“이 두부과자 한 번 맛 봐. 직접 만든 두부로 만들어서 아주 고소해.” 관악시니어클럽 회원인 김남순 할머니는 2015년부터 덕수궁 페어샵 판매자로 활동하고 있다. ⓒ박민영

덕수궁 페어샵 판매도 노인들이 직접 한다. 판매자로 나온 황미례(68), 김남순(74) 할머니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관악시니어클럽이 덕수궁 페어샵에 참가한 건 올해로 세 번째다. 올해는 지난해 페어샵 때보다 반응이 좋아 제품 수를 늘렸다고 한다. 특히 인공첨가물 없이 국내산 콩으로 만든 수제 두부는 관악시니어클럽의 ‘핫 아이템’이다. 김남순 할머니는 “두부를 먹어 보고 맛이 좋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오후 3시쯤 되면 다 팔리고 없을 정도”라고 자랑해 보였다. 시니어클럽의 제품들은 덕수궁 페어샵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살 수 있다. 가격 및 제품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 하면 된다.

 

스튜디오 그라피코, NOH · 신진 작가들의 디자인 제품
스튜디오 그라피코의 그림액자. 스튜디오 그라피코는 호랑이, 소 등 우리나라 민화나 풍속화에 즐겨 나오던 동물이나 전통 문양 등이 그려진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한다. ⓒ박민영
스튜디오 그라피코의 그림액자. 스튜디오 그라피코는 호랑이, 소 등 우리나라 민화나 풍속화에 즐겨 나오던 동물이나 전통 문양 등이 그려진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한다. ⓒ박민영

덕수궁 페어샵은 신진 작가를 위한 판로도 제공해 준다. 자본금이 적어 가게를 내고 전시회를 열기 힘든 신진 작가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중 스튜디오 그라피코는 호랑이, 소 등 우리나라 민화나 풍속화에 즐겨 나오던 동물이나 전통 문양 등이 그려진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디자이너이자 판매자인 이은혜(35)씨는 올해 덕수궁 페어샵에 처음 참여했다. 신진 작가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보다 덕수궁 페어샵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신진 예술가들은 공모전, 디자인 대회 등에 나가 수상을 해도 정작 작품을 소개하고 팔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앞으로 이런 공개 장터가 전국 곳곳에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맨드라미가 그려진 엽서. 예로부터 맨드라미는 부와 명예를 상징해 우리 선조들은 그림은 물론 창틀과 가구 등에 맨드라미 모양을 자주 그려 넣었다고 한다. ⓒ박민영
맨드라미가 그려진 엽서. 예로부터 맨드라미는 부와 명예를 상징해, 우리 선조들은 그림은 물론 창틀과 가구 등에 맨드라미 모양을 자주 그려 넣었다고 한다. ⓒ박민영

스튜디오 그라피코의 작은 엽서는 한 장에 3000원, 묶음은 1만2000원이다. 그림은 1만8000원이며 액자 포함 4만8000원이다.

NOH의 제품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노지원 씨가 직접 한다. ⓒ박민영
NOH의 제품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노지원 씨가 직접 한다. ⓒ박민영

청년 창업가로 참가한 신진 디자이너, NOH 팀은 자매가 판매자다. NOH의 대표인 언니 노지원(29)씨는 직접 디자인한 가방, 파우치를, 동생 노지수(26)씨는 액세서리를 판다. 

“항상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지만, 회사를 그만 둘 용기가 없어 제자리만 맴돌았죠. 그러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동생을 보고 디자인을 공부할 용기가 생겼어요.”

노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불평만 해대는 자신의 삶에 회의감이 들어 회사를 관두고 패브릭 디자인(천으로 하는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동생과 함께 덕수궁 페어샵에 매년 참가해 숄더백, 파우치, 카드지갑 등 천을 이용한 디자인 제품을 판매 중이다.

동생 노지수 씨가 만든  NOH의 악세서리. 자매는 같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덕수궁 페어샵의 부스는 각기 다른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박민영
동생 노지수 씨가 만든 NOH의 액세서리. 자매는 같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덕수궁 페어샵의 부스는 각기 다른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박민영

동생 노지수(26) 씨는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액세서리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지금은 직접 제작한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을 언니와 함께 만든 NOH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팔고 있다. 지수 씨는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홍보가 제대로 안 되면 아무 소용 없다”면서 “덕수궁 페어샵 덕분에 신진 작가들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NOH의 가격 및 자세한 제품 정보를 알고 싶다면 덕수궁 페어샵을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마마스돌 · 손뜨개 인형
실버 창업팀으로 참가한 마마스돌의 인형들. 판매자인 고선혜 씨가 직접 뜨개질했다. ⓒ박민영
실버 창업팀으로 참가한 마마스돌의 인형들. 판매자인 고선혜 씨가 직접 뜨개질했다. ⓒ박민영

“처음엔 사회생활을 그만두고 취미로 시작했지. 그런데 주위에서 정말 잘 만든다면서 직접 팔아보라 하더라고. 이젠 인형 만드는 일이 내 직업이 됐어.”

고선혜(61) 마마스돌 대표는 퇴직 후 무엇을 하며 지낼까 고민하다 뜨개질을 선택했다.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란다. 뜨개질에 푹 빠진 고씨는 하루에도 열두개씩 뜨개질 인형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모인 수십개의 인형은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에 고아원, 복지관의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곤 했다.

자신이 만든 인형 앞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고선혜 씨. ⓒ박민영
자신이 만든 인형 앞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고선혜 씨. ⓒ박민영

고씨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실력을 취미로만 쓰기엔 정말 아깝다며 인형을 팔아보라는 권유했다. 그는 지인들의 권유로 2012년부터 홍대 프리마켓에 나가 인형을 팔기 시작했다. 반응은 꽤 좋았다. 고씨의 야무진 손기술로 꼼꼼히 만들어진 인형들은 판매대에 올려놓는대로 팔려 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인형 사업은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5년부터는 덕수궁 페어샵에서도 인형을 팔고 있다.

내년 덕수궁 페어샵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는 그는 “중장년층이 퇴직 후 마땅히 할 일이 없다”면서 “좋은 기술이나 훌륭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나는 운이 좋아 퇴직 후 제2의 직업을 찾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정부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실버 세대를 위한 일자리 대책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20일부터는 매주 토요일에(7~8월 혹서기 제외)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덕수궁 피크닉’도 함께 개최된다. 이 시기에는 덕수궁길의 차량 통행이 차단되며, 음악공연, 마술, 마임 등이 펼쳐지는 ‘거리예술존’이 운영된다. 전통의상체험, 캘리그라피 체험 등 시민체험부스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심리상담 카페, 사회적경제 게임, 환경개선 캠페인 등 시민들이 사회적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덕수궁 페어샵에는 사회적경제기업(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장애인기업) 및 청년창업, 소셜벤처, 여성 장애인기업 등 사회적가치를 가지고 있으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전화 문의는 ㈜페어스페이스(070-7596-707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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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호 202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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