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8일(금)

[기부 그 후]엄마 아빠가 없다는 현실을 감당할 수 있겠죠?

형편이 되면 찾을테니, 아이를 부탁합니다.

현수(가명·5세)는 손님이 떠난 모텔 방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된 갓난아기였습니다. 남겨진 것은 메모 한 장. 졸지에 고아가 된 현수는 아동복지시설 구세군서울후생원으로 보내졌습니다. 뒤늦게 찾아낸 부모는 한국 국적도 없는 중국인. 그들은 언젠가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또다시 연락이 끊겼습니다.

현수는 말 배우는 속도가 더뎠습니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혀 짧은 발음을 내기도 했죠. 부모와 일대일로 주고받는 애정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서일까요. 발달 검사 결과, 현수는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아이들은 세상과는 다른 출발점에 섭니다.

 

◇ 부모와의 이른 헤어짐… 애정이 모자라는 아이들

 

나들이를 간 후생원의 아이. ⓒ구세군서울후생원
나들이를 간 후생원의 아이. ⓒ구세군서울후생원

현재 후생원에 머무는 아이들은 총 75명. 그 중 약 20명이 현수처럼 부모와 헤어지거나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유기아동들입니다. 아이들은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합니다. 선생님에게 서로 안아달라 떼를 쓰거나, 또래 친구를 깨물고 괴롭히기도 하지요. “엄마 가지 마요”하며 퇴근하는 선생님을 붙잡고 한참 우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후생원에서는 선생님 한 명이 현수 같은 아이 다섯을 돌봅니다. 아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마음이 아픕니다.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는데, 아이한테는 부족할 거예요.” 애정 결핍과 정서적 불안정을 겪는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늦거나 지능발달 면에서 뒤쳐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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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후생원에 온 베이비박스 출신 아이들은 올해 어린이집에 들어갔습니다. ⓒ구세군서울후생원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고, 언어 발달도 돌봐줄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후생원은 아이들의 꾸준한 언어치료와 주기적인 나들이를 지원하기 위한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750명에 달하는 네티즌과 웰라이프 직원들의 따뜻한 손길로, 3주 만에 목표치를 훨씬 넘는 약 5백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모금을 통해, 13명의 아이들이 언어치료와 음악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심리검사는 물론, 지역아동복지센터 상담센터에서 일주일에 1회, 많게는 2회까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지요. 치료사 선생님들은 직접 숙소에 찾아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봅니다. 꾸준한 치료 덕에 현수의 혀 짧은 발음은 상당 부분 개선됐습니다. 아이들 모두 앞으로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근육도 조금씩 길러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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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휴식을 즐기는 아이들. ⓒ구세군서울후생원

 

◇ 아이들이 바르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는 왜 진짜 엄마 대신 엄마(사회복지사)랑 살아야 해?

어릴 땐 잘 모릅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아이들은 깨닫습니다. 부모는 떠났고, 가족도 없습니다. 5살이 되면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처음으로, 후생원 바깥의 아이들과 만납니다. “너네 집은 어디야”, “너네들은 왜 엄마가 같아?” 이런 아픈 질문을 받게 되는 순간도 있을 겁니다. 세상을 원망하고 좌절하는 날들도 아마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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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인솔을 받으며 유치원에 가는 후생원 아이들. ⓒ구세군서울후생원

아이들에게는 그런 순간들을 이겨낼 마음의 근육이 필요합니다. 그 힘을 더 길러주기 위해, 꾸준한 심리치료와 다양한 체험이 가장 필요합니다. 현수 같은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도 보강이 필요합니다. 후생원 건물의 계단은 너무 높고 가파릅니다. 아이들이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우려가 있어, 매일 어린이집을 갈 때마다 선생님이 양 손에 두 아이씩 데리고 살금살금 내려와야 할 정도입니다. 구세군서울후생원의 아이들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스스로의 힘을 길러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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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종이 팻말을 든 아이들. ⓒ구세군서울후생원

▼ 구세군서울후생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더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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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사진·자료/ 구세군서울후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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